■ 홍보없이 응급의료수가 조정 시민만 ‘부담’ ■

<해설>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관리료 전액지불 요구’는 민중들의 이해

와 참여를 철저하게 배제시켰다. 보건복지부의 홍보절차뿐만 아니라 정

책내용에 있어서도 민중의 의료서비스이용의 편의나 의료비부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기사> 보건복지부가 사전 홍보없이 지난 1일부터 슬그머니 응급의료

수가를 조정하자 이를 모른 채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응급

의료관리료 전액지불을 요구하는 병원측에 항의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사흘째 동네 의원들의 휴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종

합병원응급실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비 지불을 거부하고 귀가하

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6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응급환자의 경우는 응급관리료

를 의료보험으로 처리하지만 응급증상’환자가 아닐 경우 전액을 본인

이 부담토록 하는 내용의 응급의료수가기준을 고시했다.

고시내용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에 대해

▲극심한 탈수 ▲급성 의식장애 ▲신경학적 이상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증상 ▲급성호흡 곤란 등의 26가지 응급증상기준에 따라 응급환자와 비

응급환자로 분류토록 했다.

이에 따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비응급 환자로 판정된 경우 그동

안에는 접수료와 약값 등만 부담하면 됐지만 1일부터 의료기관 종류에

따라 응급관리료 1만5000∼3만원을 본인이 전액 부담하게 됐다.

그러나 환자 개인마다 이같은 증상분류를 적용하기가 애매한 탓에 의료

진들조차 혼선을 겪고 있어 응급실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항의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새벽 고열과 구토증상을 보이는 6세짜리 딸을 데리고 모대학병

원을 찾은 성모(38)씨는 “의료진들이 ‘구토와 경련증상이 함께 있어야 응

급환자로 인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구토만 했으니 응급의료관리료 전

액을 내라’고 요구했다”며 “비슷한 상황의 환자들이 병원에 거세게 항의

해 모두들 진료비를 내지 않은 채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조사결과 응급실 이용환자들의 85%가 비응

급환자로 채워지고 있어 실제로 위급한 환자들이 진료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

로 고시가 개정됐다”고 말했다.

또 고시개정과 관련한 정부의 사전홍보가 전혀 없었던 데 대해서는 “의료

계가 휴진에 돌입하는 등 경황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병원협회를 통

해 휴진기간에는 응급의료관리료를 부과하지 말도록 협조요청을 했지만 일

선 병원에서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2000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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