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동안 정치자금과 로비에 가장 많은 돈을 쓴 상위 99명의 개인과 기업·단체가 하위 99.9%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했다.

출처: Hamza Baig, Unsplash

1976년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을 계기로 “돈의 흐름을 따라가라(Follow the money)”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을 때, 이 말은 정치적 영향력이나 부패를 추적하는 방법을 뜻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이 표현의 의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일은 몇 배나 더 복잡해졌다. 정치활동위원회(PAC)가 늘어나고 미 연방대법원이 이를 허용하면서, 기업과 부유한 개인들은 정치자금을 쓸 수 있는 방법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갖게 됐다. 여기에는 기부자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 비영리단체에 돈을 기부한 뒤, 이 돈을 다시 대형 정치자금 모금조직인 이른바 슈퍼팩(super PACs)으로 흘려보내는 ‘다크머니’도 포함된다.

이런 이유로 캘리포니아의 정치자금 지출을 추적하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특히 흥미롭다. 캘리포니아 과두지배 지수(California Oligarch Index)가 분명히 보여주듯, 상대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한 부유한 기부자와 기업들이 캘리포니아에서 누가 당선되고 어떤 법이 통과되는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이런 사실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의 자산에 부과하려는 일회성 부유세를 저지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쓰면서 이를 숨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막대한 자금이 주 정치권을 통과하는 더 큰 흐름이 이미 20년 동안 이어져 왔고, 그 규모도 매우 뚜렷하다.

사회정의를 지향하는 이 지수의 제작자들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정치자금을 가장 많이 쓴 상위 99명의 개인과 기업 기부자들은 선거운동과 로비에 주 주민과 기업, 단체의 하위 99.9%가 모두 합쳐서 쓴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했다. 총액은 약 58억 달러에 달했다. 게다가 이 수치에는 이른바 억만장자세인 주민발의안 40호(Proposition 40)를 오는 11월 선거에서 저지하기 위해 부유층이 쓰고 있는 수억 달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기업과 개인은 선거운동에 직접 기부하지 않을 때는 자신들을 대신해 주로 부유층에 유리한 의제를 추진할 로비단체에 돈을 밀어 넣는다고 콜로라도의 민권 변호사 짐 프리먼(Jim Freeman)은 말했다. 그는 미국 전역에서 풀뿌리 사회정의·인종정의 운동을 지원하는 사회운동지원연구소(Social Movement Support Lab)를 설립했고, 연구팀과 함께 캘리포니아 과두지배 지수를 만들었다.

프리먼은 “이 기업들과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치활동을 특별히 투명하거나 솔직하게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그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정치와 로비 무대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이들은 각자 분명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셰브런(Chevron)은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선거운동과 로비에 2억 6,0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해 캘리포니아 과두지배 지수 1위에 올랐다. 이는 석유·가스 규제와 환경보호 조치에 맞서기 위한 이 회사의 지속적인 활동의 일부다. 그 뒤를 다비타(DaVita)가 2억 5,600만 달러로 이었다. 다비타는 이 돈의 대부분을 투석클리닉 규제를 강화하려는 주 차원의 조치를 막는 데 썼다. 캘리포니아부동산중개인협회(California Association of Realtors)는 2억 5,400만 달러를 지출했으며, 상당 부분을 임대료 규제와 여러 공공·저렴주택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데 사용했다. 필립모리스/알트리아(Philip Morris/Altria)는 2억 3,700만 달러를 지출했으며, 주로 담뱃세 인상과 가향 담배제품 금지를 저지하는 데 돈을 썼다.

‘과두지배자(oligarch)’라는 말은 보통 기업이 아니라 사람에게 사용하지만, 이 지수의 저자들은 왜 기업에도 이 용어를 적용했는지 설명한다. 이들은 “대기업은 대체로 초부유층이 지배한다”고 썼다. 또 월가의 단 세 곳, 뱅가드(Vanguard), 블랙록(BlackRock),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가 S&P 500 기업의 95%에서 주요 주주라고 지적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상위 1% 부유층은 전체 기업 주식과 뮤추얼펀드 지분의 51%를 보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는 이 밖에도 막대한 정치자금을 쓰는 대기업이 많았다. 의료대기업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acific Gas & Electric Co.), AT&T, 우버(Uber)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모두 각자의 특수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프리먼은 이번 조사에서 놀라웠던 점 가운데 하나는 대기업들이 서로 공유하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분명히 드러났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프리먼은 “단순히 대형 제약회사들이 처방약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에 맞서 돈을 쓰거나, 거대 석유회사들이 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맞서는 것만이 아니었다”며 “우리가 확인한 또 다른 사실은 이 모든 조직이 사회정의 운동에 매우 적대적인 더 광범위한 의제에도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캘리포니아상공회의소(California Chamber of Commerce)와 캘리포니아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California Business Roundtable) 같은 친기업 로비단체에 자금을 대고 지원하면서 이런 의제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두 단체 모두 이 지수가 선정한 캘리포니아 정치자금 지출 상위 99곳에 들어 있다. 이들은 노동자 임금 인상, 세금 인상, 기업 규제 강화에 정기적으로 반대한다. 이 단체들은 이런 조치가 물가를 올리거나 사업주를 값비싼 소송에 노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 기부자들도 큰 흔적을 남겼다. 넷플릭스(Netflix)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갭(Gap) 공동창업자 도리스 피셔(Doris Fisher), 월마트(Walmart)를 소유한 월턴(Walton) 가문 구성원들은 지난 20년 동안 막대한 돈을 썼으며, 상당 부분을 캘리포니아에서 차터스쿨을 확대하는 정책을 지원하는 데 사용했다. 다른 주요 정치자금 기부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 지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러 노동조합과 톰 스타이어(Tom Steyer)처럼 자기 돈으로 선거운동을 벌인 개인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스타이어는 올해 주지사 예비선거에서 패배한 자신의 선거운동에 2억 1,500만 달러 이상을 썼다.

또한 서로 다른 8개 법집행기관 관련 단체가 캘리포니아 정치자금 지출 상위 99곳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주로 지방과 주 교정시설을 확대하고 예산을 늘리는 데 돈을 썼다. 여기에는 주 교도관 노동조합인 캘리포니아교정평화관협회(California Correctional Peace Officers Association)가 업계 최고 수준인 9,560만 달러를 지출한 것도 포함된다.

프리먼이 이끄는 단체는 자신들이 어떤 입장에 서 있는지를 숨기지 않는다. 사회운동지원연구소 설립자들은 초부유층이 막대한 정치자금으로 선거를 통제하도록 허용하면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고 정책을 부유층에 유리하게 기울게 하며, 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진전을 가로막는다고 본다.

그럼에도 캘리포니아 과두지배 지수는 특정한 새 법안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대중과 주 정책결정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했다. 지수 자체에도, 함께 공개한 16쪽짜리 요약보고서에도 구체적인 정책 권고는 담지 않았다.

프리먼은 “사람들은 정치에서 거액의 돈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적어도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보통은 매우 추상적으로 느낀다”며 “우리는 이를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그런 정책들로 인해 사람들이 실제로 겪은 피해에 구체적으로 연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리먼은 미국 전역에서 민권 문제를 다루면서 임금 인상, 임대료 상한제, 산업 규제 같은 지방정부와 주정부의 정책을 막는 데 기업과 부유한 개인들이 반복해서 같은 편에 서는 모습을 봐왔다. 다시 말해 캘리포니아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단지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부유층의 의제를 추진하기 위한 막대한 정치자금 지출이 가장 눈에 띄는 사례일 뿐이다.

3,900만 명이 사는 주에서 단 99개의 기업과 개인이 실제로 정치와 정책에 그토록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이 지수가 분명히 보여주듯,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꽤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출처] New ‘Oligarch Index’ Tracks California’s Biggest Political Spenders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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