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의 국회법 날치기 처리는 기대 가운데 출범한 16대 국회에도 기대를 걸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장을 감시하고, 부의장은 맨발로 자기 집 담장을 몰래 넘는 등, 온갖 우스운 꼴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분노와 함께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오는 듯, 차라리 조용한 분위기이다. [경실련]은 “여·야에 대해 분노감을 넘어 연민을 정을 느낀다”고 논평했다.
게다가,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의약분업을 위해 필요한 약사법 개정안, 금융불안 해소를 위한 금융지주회사법안 등 현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이 법안들이 제때 통과되지 못할 경우, 의약분업 시행에 따라 필요한 재원 확보 등이 어려워진다.
다음은 [경실련]이 국회 날치기 사건에 대해 발표한 성명서
<여권의 ‘수의 정치’로는 개혁을 성공시킬 수 없다>
여당이 어제 국회 운영위에서 교섭단체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국회법을 날치기 처리하였다. 고성과 욕설, 몸싸움 등 구태 정치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장면을 또 다시 보아야 하는 국민들은 여·야에 대해 분노감을 넘어 연민을 정을 느낀다.
16대 총선 이후 여·야 대표들은 전근대적인 구태정치를 청산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민생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국민들과의 수 차례 약속한 바 있으며, 국민들도 16대 국회에서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정치문화를 구현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기대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또 다시 뒷골목에 서나 볼 수 있는 추잡한 모습을 보여 준 여·야는 국민들을 배신했을 뿐 아니라 농락하였다.
이번 사태는 원내 제1당이면서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국회의 정상적인 입법발의를 상정조차 못하게 한 야당에게도 그 책임이 있지만, 그 보다는 16대 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민심을 제멋대로 왜곡하여 국회 교섭단체 완화안을 제출한 여당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국민들이 16대 총선에서 국회 교섭단체는 20석 이상을 확보한 정당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민련에게 17석을 준 것은 자민련에게는 교섭단체 자격을 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총선 민의가 이러할진대 인위적으로 교섭단체 구성 기준을 낮추려는 여당의 태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으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포기하고 수의 논리에 입각한 패권정치로 전환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경실련은 정부여당의 태도가 이렇다면 앞으로 진행될 개혁도 요원하다고 본다. 개혁은 수의 논리에 입각하여 다수의 힘으로 밀어 부친다고 성공할 수 없으며, 일시적인 성공이 있다고 해도 장기화 될 수 없다. 속도가 느리고 어려움이 있을 지라도 다수의 동의를 얻어 영구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야당을 포함하여 국민들이 참여하는 개혁은 성공하지만 국민들을 국외자로 전락시키는 개혁은 실패하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여당은 이번 사태에 실질적 책임이 있는 만큼 하루속히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민생현안을 보더라도, 각종 개혁정책의 완만한 진행을 위해서도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 운영위 날치기 처리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원천 무효화해야 하여, 여·야가 대화로써 문제를 풀 수 있는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야당 총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대통령도 나서야 한다. 개혁을 하는데 있어 몇 석의 의석보다는 국민여론이 휠 씬 더 중요함을 정부 여당은 유념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태를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이로 인한 모든 부담은 전적으로 정부여당에게 돌아감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자민련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17석을 준 의미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되새겨 인위적인 교섭단체 참여를 포기해야 한다. 여·야를 넘나들며 오로지 당리당략적 이익만 챙길 것이 아니라, 국리민복을 위해 자성하고 노력하여 자민련이 국민의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2000년 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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