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의 세계를 민중의 관점으로 골라 매일 저녁 전합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 사람을 가둘 자리를 세어 보라던 장관의 지시를 항소심은 ‘준비’라 불렀고, 그 한 단어가 형량 16년을 지웠다는 것이 심층 ①의 이야기다.
- 정규직 월급이 처음 400만 원을 넘는 사이 비정규직은 2만 4천 원 올랐고, 그 격차 194만 원이 왜 역대 최대가 됐는지를 심층 ②가 따라간다.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18일 하청노동자가 회전하는 드럼에 끼여 숨졌고, 금속노조가 이 공장에서 5년 동안 7명이 죽었다고 센 그 저녁 울산에서는 산재로 숨진 노동자 1,067명의 이름을 담은 기록관이 문을 연다.
- 탈북어민을 강제로 북송한 정의용·서훈에게 항소심이 1심 선고유예를 뒤집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날, 같은 법원은 내란에 가담한 장관의 형을 16년 깎았다.
- 시위대를 범죄자로 부르는 정부와 “깨진 유리창” 이야기로 시위를 덮는 언론을 유엔 특별보고관이 한 줄로 묶었고, 온라인 광장의 논쟁 ③이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의 그 하루를 다룬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계엄의 밤 법무장관이 한 일은 ‘준비’가 됐다, 25년은 9년으로 줄었다
「[속보] ‘12·3 내란 가담’ 박성재 전 장관 징역 25년→9년 대폭 감형」 프레시안 · 10/21 함께 볼 기사 「‘내란 가담’ 박성재 前장관 2심 징역 9년…1심보다 16년 감형」 이투데이 · 10/21 함께 볼 기사 「[속보]‘탈북어민 강제북송’ 정의용·서훈, 2심서 징역형 집행유예」 경향신문 · 10/21 함께 볼 기사 「[속보] ‘내란 가담’ 박성재, 대폭 감형돼 징역 9년… 1심보다 16년 줄어」 서울신문 · 10/21
무슨 일이 있었나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21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1심은 지난 6월 22일 징역 25년이었다. 특검이 1심에서 20년을 구형했는데 재판부가 5년을 더 얹은 사건이었고, 항소심에서 특검은 25년을 구형했다. 두 재판부가 인정한 행위는 같다. 2024년 12월 3일 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 대통령실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른바 ‘8시 멤버’였고, 선포 뒤에는 법무부 간부회의를 열어 출입국본부장에게 출국금지 담당 직원을 대기시키라고, 교정본부장에게 교정시설에 사람을 더 수용할 수 있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항소심도 이 두 지시를 내란중요임무종사, 곧 내란에서 중요한 일을 맡은 죄로 인정했다. 계엄이 위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는 판단도 유지됐다.
16년은 어디서 빠졌나
달라진 것은 지시를 읽는 눈높이다. 항소심은 박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출국금지 직원 대기와 교정시설 점검은 “사전 준비 행위에 그쳤고 실제 인신 구속 등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합동수사본부에 검사를 보내도록 협조하라고 한 지시, 계엄 해제 직후 감찰과에 계엄을 정당화하는 문건을 쓰게 한 지시는 무죄로 돌렸다. 간부회의에서 위헌이라는 지적을 듣고도 유보적 태도조차 취하지 않은 점은 형을 무겁게 보는 사정으로 남겼다. 모의가 아니었고 결과가 없었다는 두 판단이 16년을 지웠다.
‘결과가 없었다’는 누구의 공인가
사람을 가두려면 출국을 막을 사람과 가둘 자리가 먼저 필요하다. 장관은 그 둘을 챙기라고 지시했다. 그날 밤 아무도 구금되지 않은 것은 지시가 거둬졌기 때문이 아니다. 시민들이 국회 앞을 막아선 사이 국회가 두 시간 반 만에 해제 요구를 의결했고, 계엄은 여섯 시간 만에 끝났기 때문이다. 항소심의 ‘결과 없음’은 그 여섯 시간의 몫을 피고인의 양형에 돌리는 셈이 된다. 이날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는 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서 정의용 전 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에게 1심 선고유예, 곧 유죄지만 형 선고를 미룬 판단을 뒤집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결정권자의 책임이 무거워진 법정과 결정권자 옆에 있던 장관의 책임이 가벼워진 법정이 한 건물 안에 있었다. 기준은 각 재판부가 ‘결과’를 어디까지 보느냐였다. 내란 사건 1심의 숫자는 이렇다. 윤석열 무기징역, 김용현 30년, 여인형 18년, 곽종근 9년. 박 전 장관의 9년은 계엄군을 국회로 보낸 특수전사령관의 1심 형량과 같은 숫자다.
앞으로의 전망
첫째, 특검의 상고 여부다. 선고 당일 특검과 변호인의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둘째, 윤 전 대통령·김 전 장관 항소심이다. 서울고법 형사12-1부는 11월 5일께 변론을 끝내고 이르면 연내에 선고할 전망인데, ‘모의’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가 이번 판결과 겹친다. 셋째, 여인형·곽종근 등 군 지휘부 항소심이다. 준비와 실행을 가르는 이번 잣대가 그 재판에도 적용되면, 12·3의 책임은 실행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무겁고 결정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가벼워지는 모양이 된다.
#박성재 #내란중요임무종사 #항소심감형 #12·3계엄 #사전모의 #윤석열항소심 #탈북어민강제북송
임금노동자 11만 명이 늘었다, 그중 10만 명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비율 38.5% ‘역대 최고’… 임금 격차 194만원 ‘최대’」 여성신문 · 10/21 함께 볼 기사 「대기업 비정규직 1년 새 ‘40.6%→41.1%’」 매일노동뉴스 · 10/21 함께 볼 기사 「5대 은행, 3년간 정규직 4천명 줄고 비정규직 1천명 늘어」 여성신문 · 10/21 함께 볼 기사 「초광역특구법, 기업 특혜에 노동·환경은 뒷전」 참세상 · 10/21 함께 볼 기사 「비정규직 867만명 ‘역대 최대’…정규직과 임금 격차 더 벌어져」 한겨레 · 10/21
무슨 일이 있었나
국가데이터처가 21일 올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냈다. 임금노동자는 2,252만 6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 3천 명 늘었다. 정규직은 1만 명 늘었고 비정규직은 10만 3천 명 늘었다. 비정규직 867만 1천 명은 2003년 이 통계를 시작한 뒤 가장 많고, 비중 38.5%도 가장 높다. 시간제 노동자가 438만 2천 명으로 15만 2천 명 늘어 처음으로 비정규직의 절반(50.5%)을 넘었다. 60세 이상 비정규직은 318만 명으로 전체의 36.7%이고, 70세 이상 129만 명은 40대 118만 4천 명보다 많다. 29세 이하는 6만 4천 명 줄었다.
405만 원과 211만 원 사이
6~8월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405만 2천 원, 비정규직 211만 2천 원이다. 정규직 임금이 처음 400만 원을 넘는 동안 비정규직은 2만 4천 원 올랐다. 격차 194만 원은 통계를 낸 뒤 가장 크고,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2.1%다. 국가데이터처는 “임금 수준이 낮은 시간제 근로자가 증가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설명은 맞지만 방향을 바꾸지는 않는다. 시간제가 늘어난 것 자체가 올해 노동시장이 만든 일자리의 모양이기 때문이다. 늘어난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보건·사회복지업으로, 186만 7천 명에 11만 2천 명이 늘었다. 올해 고용 증가분의 얼굴은 돌봄을 맡은 고령의 시간제 노동자인 셈이다. 비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36.5%, 건강보험은 53.0%로 1년 전보다 낮아졌다.
대기업은 다른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이사장이 20일 낸 고용형태 공시 분석을 보면, 300인 이상이라 고용 형태를 공시해야 하는 기업 4,205곳의 노동자 592만 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243만 명(41.1%)이다. 공시가 시작된 2014년 37.3%에서 올랐고, 12년 동안 늘어난 노동자 156만 명의 절반이 비정규직이었으며 그 92%는 기업이 직접 고용한 기간제·단시간이다. 1만 명 이상 거대기업 66곳은 비정규직이 44.9%이고, 하청·파견처럼 남의 회사 소속으로 일하는 간접고용(29.8%)이 직접고용 비정규직(15.1%)의 두 배다. 5대 은행은 2022년 말부터 올해 7월까지 정규직 4,080명을 줄이고 비정규직 1,048명을 늘렸다. 전체 통계에서 보이는 고령 시간제와 대기업 통계에서 보이는 기간제·간접고용은 한 흐름의 위아래다. 상시 업무를 정규직으로 채우지 않는 선택이 동시에 이뤄졌다.
앞으로의 전망
첫째, 국회에 접수된 초광역특구법이다. 메가특구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안에는 노동시간 특례와 함께 기간제 노동자를 2년이 아니라 4년까지 쓸 수 있게 하는 특례가 들어 있다. 통계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로 전날 발의됐다. 둘째, 원청 교섭이다. 거대기업 간접고용 29.8%는 노조법 개정이 겨냥한 바로 그 사람들이고, 김 이사장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과 하청 교섭권을 요구했다. 셋째, 돌봄의 공공성이다. 늘어난 비정규직이 몰린 보건·사회복지업의 임금과 고용 형태를 정부 재정이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다음 해 이 통계의 숫자를 정한다.
#비정규직867만 #임금격차194만원 #시간제노동 #고령노동 #고용형태공시 #간접고용 #초광역특구법
03 한 장의 세계
자료: 팔레스타인평화연대(@pps_kr) X 게시 사진, 10.20 18:02 · 원문 보기 →
대사관 앞에 걸린 문장은 군인의 증언이었다
서울 이스라엘 대사관 앞 경찰버스 너머에 20일 현수막이 걸렸다.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모기’라 부르며 인간 방패로 배정받았다는 이스라엘 군인의 증언과 “규칙은 보이는 사람은 누구든 쏴라였다”는 문장을 그대로 옮겼다. 군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서울의 길가에서 한글로 다시 읽힌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휴대폰 카메라를 봉인당한 공장 앞에 깃발이 올라갔다
거제 한화오션 정문에서 21일 오후 2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 간 조합원의 사진이다. 같은 계정은 몇 시간 전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휴대폰 카메라를 봉인당했다고 적었다. 하청노동자가 크레인에 올라 3주를 넘긴 공장에서 사진 한 장이 밖으로 나오는 길이 이만큼 좁다.
유가족은 노동청 앞 길에서 장관을 만났다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들의 유가족이 산재 은폐 수사 자료를 공개하라며 서 있던 자리에 장관이 지나갔다. 22일 노동부 면담에 장관은 오지 않는다. 유족과 장관의 만남은 면담실보다 길에서 먼저 이뤄졌다.
오늘의 논쟁
대통령은 AI에게 물었고, 사설은 ‘받아쓰는 기관장’이라 불렀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이 20일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한 이튿날, 이재명 대통령은 “제미나이에게 물어봤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에서 헌법 66조와 정부조직법 11조를 들어 배석 불가론을 “위헌적 억지”라고 했다. 조회 25만 회를 넘긴 이 글의 맞은편에서 조선일보 사설은 “대통령 훈시를 받아 적는” 수사기관장을 그렸고, 중앙일보 사설은 계속 참석할 때의 중립 논란을 짚었다. 대통령은 지휘·감독을 받는 기관의 장이 회의에 앉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고, 사설은 그 기관이 대통령도 수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둘 다 법 조문을 들지만 한쪽은 행정부의 구조를, 다른 쪽은 수사받을 사람과 수사할 사람이 한 탁자에 앉는 장면을 말한다. 생중계되는 회의에서 무슨 할 말을 못 하느냐는 반문이 그 사이를 채웠다.
“재판장님은 자식도 없느냐”, 대법원 앞 외침은 법리를 겨눴다
아리셀 대표의 징역 4년이 확정된 20일 밤부터 비판은 형량을 지나 법리로 모였다. 박은정 의원의 글을 옮긴 게시물은 선고 직후 대법원 앞에서 유족이 “재판장님은 자식도 없느냐. 23명이 죽었다”고 외쳤다고 전하며, 비상구 설치 의무가 없다는 이유를 든 판결을 “조희대 법대의 형식논리”라고 썼다. 다른 이용자는 “비상식적 법리 해석으로 살인 기업에 면죄부”를 줬다고 적었다. 경향신문 사설은 같은 판결에서 경영책임자가 업무를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한 대목을 살려 읽었다. 판결문의 법리와 유족이 묻는 사과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가 이 논쟁의 축이다. 단체들의 입장은 아래 ‘오늘의 주장’에서 이어진다.
깨진 유리창을 말하는 동안 군대가 광장에 들어온다
이탈리아 내각은 20일 밀라노에 군 500명을 보내고,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5명 이상의 집단 가담에 최대 징역 5년과 벌금 2만 유로를 매기며, 14~17세는 범죄가 없어도 위험하다는 증거가 있으면 구금할 수 있게 했다. 멜로니 총리는 “파괴와 절도는 시위가 아니라 범죄”라고 썼다.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세는 팔레스타인에서 범죄를 덮던 언론 전략, 곧 부인하고 화제를 돌리는 방식이 이탈리아 시위에 그대로 쓰인다고 했다. 고통이 실린 시위 앞에서 말은 깨진 상점 유리창으로 옮겨 가고 억압은 세진다는 것이다. 20일 포르투갈 경찰도 리스본과 포르투의 주거 시위 천막을 새벽에 철거하고 55명을 체포했지만, 시위대는 그날 광장으로 돌아왔다. 프랑스에서 이탈리아·포르투갈로 번진 생활비 시위에 세 정부는 같은 답을 내놓고 있다.
오늘의 단어
관계성 범죄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경찰의 날 기념사에서 “잇따른 관계성 범죄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이상 동기 범죄”로 경찰 신뢰가 흔들렸다고 말하면서 신문 제목에 오른 말이다. 경찰과 정부가 스토킹·교제폭력·가정폭력처럼 아는 사이에서 벌어진 범죄를 묶어 부르는 행정 용어다. 이날 한국여성의전화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5주년 회견에서 “법이 있어도, 신고를 받고도, 신변 보호를 하고도 살해를 막지 못한 제도”를 말했고, 한겨레는 신변보호 스마트워치 신고에 200미터 위치 오차가 나 경찰이 20분을 헤맨 사례를 보도했다. 여성단체가 쓰는 ‘친밀관계폭력’이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가리키는 말이라면, ‘관계성 범죄’는 경찰이 대응하기 어려운 사건의 유형을 가리키는 말이다. 같은 죽음을 가해의 이름으로 부르느냐 치안의 난이도로 부르느냐가 두 말의 차이다.
오늘의 말
[주목] “사람이 23명이나 죽었는데 아무도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가 대법원 선고 당일 저녁 낸 입장문의 문장이다. 법원이 형량을 말하고 신문이 법리를 말하는 날, 유족은 2년 4개월 동안 받지 못한 한 가지를 말했다. 입장문은 “대법원 판결에도 굴하지 않고 이 참사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할 것”이라고 닫는다. 판결이 확정된 날이 사과가 끝난 날은 아니라는 뜻이다.
05 오늘의 주장
1. 더불어민주당이 20일 발의한 초광역특구법은 하루 만에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철회 요구로 뒤덮였다. 참여연대는 “지역균형발전 빙자한 재벌 규제완화 소원수리법, 초광역특구법 철회하라”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담은 입법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메가특구법 저지와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을 위한 공동행동은 “기후위기 악화하고 노동자, 농민, 시민의 권리를 짓밟는 초광역특구법 발의 철회하라”는 성명으로 노동권과 환경·농업을 함께 묶었고, 기후정의동맹과 녹색연합이 같은 성명을 각자 누리집에 올렸다. 정의당은 전날 밤 “법안까지 쪼개서 밀어붙이는 노동개악, 초광역특구법 입법 중단하라”고 했고, 민주노총은 21일 낮 “국회를 중심으로 농성 등 강도 높은 압박 투쟁”을 예고하는 긴급 지침을 내리는 한편 경기지역본부가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상혁 의원의 지역구 김포에서 규탄 회견을 연다고 알렸다. 서비스연맹과 공공운수노조도 뒤따라 규탄 성명을 냈다. 성명들이 모이는 지점은 하나다. 정부가 양대 노총과 이 법안만을 놓고 사회적 대화를 하는 중에 여당이 법안부터 냈다는 것이다. 참세상이 전한 대로 23일로 예정됐던 6차 실무협의는 28일로 밀렸다.
2. 아리셀 판결 뒤 유족과 노동계는 사과와 책임을 따로 물었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와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는 “아무도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는 입장문에서 “대법원과 천대엽 대법관은 이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18일 하청노동자가 숨진 데 대해 금속노조는 “한 명이라도 안전에서 배제된 사업장은 안전한 사업장이 아니다”라며 외주·협력업체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안전보건 감독과 작업중지 해제 과정의 노동자 의견 청취를 요구했다. 참세상이 전한 금속노조 집계로 이 공장에서 2022년부터 숨진 노동자는 7명이다. 판결이 형량을 정한 날과 또 한 사람이 숨진 날이 이틀 차이로 겹쳤다.
3. 친밀한 사람의 폭력을 그 이름으로 부르는 법은 없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0일 “우리는 친밀관계폭력 처벌법·방지법의 조속한 입법을 강력히 촉구합니다”라는 성명을 냈고, 한국여성의전화는 21일 스토킹처벌법 시행 5주년 기자회견에서 법이 있어도, 신고를 받고도, 신변 보호를 하고도 살해를 막지 못한 제도를 전면 쇄신하라고 했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국정감사에서 약속된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주민세 문제의 해결을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요구했고, 녹색당은 “부유층에는 혜택을, 장애인에게는 잔여의 시혜를 제공하는 ‘장애인 차별 예산’ 구조”를 부수겠다고 했다.
06 사설·칼럼 비평
[주목] 지도자를 비판하면 국가를 배신한 것이 되는 나라의 작동법
「지도자 비판을 국가 배신으로 몰아가는 신파시즘」 프라바트 파트나익 참세상 · 10/21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가 쓴 이 글의 출발점은 선거관리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시위를 “외국 세력의 배후”로 몰아간 집권당의 한마디다. 글이 실제로 말하는 것은 정의 하나다. 파시즘은 국가를 민중과 동일시하지 않고 지도자와 동일시하며, 그래서 “‘지도자’에게 항의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 사실만으로 ‘국가의 배신자’가 된다”. 필자는 이 정의에서 증거를 경멸하는 태도와 역사 교과서 바꾸기까지 끌어낸다. 시위 쪽의 구체적 요구는 글에 없다. 그 빈자리를 이번 주 이탈리아 내각이 시위를 범죄로 다시 정의한 소식이 채운다.
[주목] 솜방망이라고 쓴 사설이 대법원의 한 문장은 살려 읽었다
「아리셀 참사 대표에 징역 4년, 이러니 중대재해 끊이지 않는 것」 경향신문 · 10/20
23명이 숨진 참사에 4년이라는 결론을 “그야말로 솜방망이”라 부르면서도, 안전 업무를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한 대목은 대법원이 “명확히 한” 성과로 따로 적었다. 두 평가를 한 사설에 둔 덕분에 비판은 감정을 거치지 않고 조문으로 간다. 2층 비상구가 필요 없다는 항소심 판단을 리튬전지 3만 5천 개가 있던 공장에 비춰 되묻고, 합의를 감형 사유에서 빼거나 줄이라고 요구한다. 선고 당일 저녁 유족이 말한 사과는 이 사설의 시야 밖에 있다.
[비판] 여당의 무책임을 꾸짖는 사설이 바라는 당론은 특례 쪽이다
「與 ‘주 52시간 특례’ 찬반 법안 각각 발의… 왜 이리 무책임한가」 동아일보 · 10/20
두 법안을 다른 상임위에 나눠 올린 여당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꾸짖는 사설은, 꾸짖는 문장 안에 자기 답을 적어 두었다. 메가프로젝트는 “국가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사업”이니 여당이 “국익 차원에서 당론부터 정하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득할 상대는 노동자이고, 정해야 할 당론은 특례 쪽이다. 노동자가 몇 시간 일하게 되는지는 사설 어디에도 없다. 무책임을 묻는 글이 책임의 내용은 비워 두었다.
[비판]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장관이 내란으로 9년을 받은 날, 조선은 수사 독립을 걱정했다
「대통령 앞에서 받아쓰는 수사 기관장, 권력 無法 시대」 조선일보 · 10/21
역대 정권이 검찰총장을 국무회의에 배석시키지 않은 관행을 근거로, 중수청장이 그 자리에 앉으면 “하명 수사, 하명 기소 기관으로 전락”한다고 결론짓는다. 참여연대의 반대까지 끌어와 논리를 보강했다. 그 관행 아래에서 검찰이 어떻게 수사해 왔는지는 묻지 않는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그의 법무부 장관이 같은 날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받았는데, 사설은 수사기관의 독립을 회의 참석 여부로 좁혔다. 수사기관의 독립은 좌석 배치로 재는 것이기도 하고, 지난 몇 해 그 좌석이 한 일로 재는 것이기도 하다.
[논쟁] 경고사격 201번을 옮겨 적은 사설이 지뢰 폭발도 나란히 놓았다
「남북 ‘군사분계선 갈등’ 강 대 강 대결 피해야」 한겨레 · 10/21
김여정 담화가 공개한 숫자, 8월 1일부터 17일까지 경고방송 2,870번과 경고사격 201번을 그대로 옮기면서도, 한 달 전 북의 매설 지뢰로 장병 셋이 크게 다친 사실을 그 옆에 둔다. 그래서 결론은 어느 한쪽의 자제가 아니라 “남북 군사 당국이 만나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라는 요구로 간다. 논쟁거리는 그 요구의 수신처다. 북이 ‘남부 국경 요새화’ 공사를 끝내려 하고 남쪽을 별개의 국가로 부르는 지금, 만나자는 제안이 닿을 상대가 있는지 사설은 답하지 않는다. 군사분계선에 대한 인식 차이를 좁히자는 국방부의 말과, 확성기를 다시 켤 수 있다는 담화 사이에 병사들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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