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노동시간 규제 완화와 기간제 노동자 사용 특례 등을 담은 ‘초광역특구법’을 발의하면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부가 양대 노총과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법안부터 발의하면서 사회적 대화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시민사회에서는 초광역특구법이 노동권뿐 아니라 환경과 에너지, 농업, 정보인권까지 기업의 이윤을 위해 희생시키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벌써 들러리 된 사회적 대화? 양대 노총, 법안 철회 요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20일 각각 성명을 내고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제안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참여했지만, “본격적인 쟁점 논의를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노동개악안이 포함된 법안을 발의”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사회적 대화는 정부가 원하는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들러리가 아니다”라며 노동계와 협의가 끝나기도 전에 입법을 추진한 여당을 규탄했다.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는 지난 9월 18일 차관급 사전준비회의 이후 5차례의 실무협의체 회의가 열렸지만, 노동특례를 둘러싼 실질적인 논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노동계는 20일 5차 회의에서 법안 발의에 항의하며 차기 회의 연기와 논의의 잠정 중단을 요청했다. 정부는 대화를 계속해 논의 결과를 국회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양대 노총이 법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대화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일단 23일로 예정되었던 6차 실무협의는 28일로 연기되었다.

이런 가운데 ‘메가특구법 저지와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을 위한 공동행동’(메가규탄행동)은 20일 ‘메가프로젝트, 왜 메가특구법까지 만들려고 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운 정부의 정책이 실제로는 대기업의 투자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토지를 공공이 공급하고 노동·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출처: 메가특구법 저지와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을 위한 공동행동

4,700조 원 투자 뒷받침하려 노동·환경 규제 완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계획은 총 4,700조 원에 이른다. 발제를 맡은 정록 메가규탄행동 활동가는 역대 정부가 각종 규제특구를 통해 기업 유치에 나섰지만,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가프로젝트와 메가특구법이 단순히 “’자본을 유치’하는 게 아니라, AI 반도체 자본이 착취 수탈할 수 있도록 ‘사회를 개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의 투자에 필요한 자원과 제도는 국가가 제공하고 그에 따른 위험과 비용은 사회가 떠안는다는 것이다.

김성혁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 원장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면 산술적으로 16주 연속 주 80시간 노동까지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무기계약 전환 시점을 뒤로 미루는 조치가 아니라, 교체시점을 뒤로 미루는 조치”라며 장시간 노동과 비정규직 확대를 우려했다.

기업은 이윤, 사회는 비용 부담…전력·농지·환경까지 동원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과 용수의 공급 문제도 제기됐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2040년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산업의 전력 소비량이 2025년 전체 산업용 전력 소비량의 1.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존 전력 공급체계가 “부담은 공공이 떠안고, 이익은 민간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를 안정화했다며 과잉투자와 기후위기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에 공급할 하루 65만 톤의 물 가운데 10만 톤을 농업용 저수지인 나주호에서 확보하려는 계획을 문제 삼았다. 그는 “기업의 투자계획은 바뀔 수 있고, 반도체 산업의 호황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공장 부지가 된 농지와 댐에 잠긴 마을, 훼손된 산림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은주 생태지평 연구기획실장은 4대강 사업 당시 환경영향평가 부실 사례를 들며 인허가 절차 단축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환경규제는 투자의 장애물이 아니라 공적 지원을 받는 사업이 그 비용을 지역과 미래 세대에 떠넘기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희우 디지털정의네트워크 활동가도 “개인정보는 기업이 필요할 때 가져다 쓸 수 있는 원자재가 아니”라며 AI 산업 육성 과정에서 노동자와 시민의 정보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지역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육성이라는 명분만으로 노동·환경 규제 완화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투자계획에 맞춰 사회적 자원을 동원하기보다 노동자와 농민, 지역 주민이 개발의 방향과 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초광역특구법 저지와 함께 3대 메가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사회적 검증과 민주적 통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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