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의 근무평가 기록은 채용에도 활용되지만, 정작 노동자는 자신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는지 알기 어렵다. 블랙리스트 재발을 막으려면 노동자가 자신의 작업 데이터와 인사 기준을 확인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쿠팡대책위와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22일 서울 마포구에서 연 ‘쿠팡 블랙리스트와 인공지능 시대 노동자의 데이터 권리’ 워크숍에서는 회사가 쥔 노동자 정보를 당사자가 어떻게 확인하고 통제할지가 논의됐다. 발제자들은 자료 열람에 그치지 않고 채용·평가 기준 공개와 이의제기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1월 국회 청문회에서 쿠팡 경영진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블랙리스트 작성에 사과하고 자료 활용에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 이후에도 노동자가 자신의 정보가 무엇이고 어디에 쓰이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김병욱 변호사의 발제에 따르면 CFS에서 일한 노동자 3명은 지난해 11월 작업성과와 작업 할당 기준, 평가·등급, 블랙리스트 포함 여부 등의 열람을 요구했다. CFS는 작업성과 자료를 별도로 보관하지 않고 할당 기준과 평가등급도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변호사는 회사가 자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면 노동자가 이를 확인하거나 다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CFS 개인정보처리방침은 근무평가 기록을 마지막 근무일부터 10년간 보관하고 채용 등에 활용한다고 밝힌다. 하루 단위로 계약하면서 같은 현장에 반복 출근하는 노동자에게 재고용은 계속 일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문제다. 장인하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정책국장은 재고용 기준을 공개하고, 재고용을 거절할 때는 사유를 알리고 이의를 제기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평가 기준을 회사만 정해서는 안 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상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작업 데이터가 인사 결정에 쓰일 경우 노동조합에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기준을 함께 검토할 권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알고리즘이 인사관리에 도입되더라도 노동자가 자신에게 불이익을 준 기준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작업 데이터가 노동자 감시와 노동 강도 관리에도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는 노동자가 정보 수집·활용 내역을 확인하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거나 불이익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CFS는 노동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운영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을 빚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 CFS가 물류센터 근무 이력이 없는 경찰청 출입기자 71명을 취업제한 명단에 올려 관리하고, 임직원의 체중 정보를 산업재해 소송에 제출한 행위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판단해 과징금 2억4800만원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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