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의 세계를 민중의 관점으로 골라 매일 저녁 전합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 쿠팡 회장이 숨진 노동자의 ‘열심히 일한 기록’을 지우라고 한 사실은 확인됐고, 노동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오늘의 첫 번째 심층 분석이다.
- 미8군 사령관은 주한미군을 ‘글로벌 군대’라 불렀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주한미군사령관 해임을 요구했다. 두 번째 심층 분석에서 전작권과 함께 읽는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에 묶었다. 7월·8월 두 차례 올린 뒤 “파급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멈췄는데, 물가는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한다고 적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금리 모형이 실제로 무엇을 안정시켰는지는 사설·칼럼 비평의 참세상 칼럼이 묻는다.
-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의원의 국정감사 ‘포괄 제척’에 제동을 걸면서도 본인이 관여한 네 가지 사안은 제척 사유가 된다고 봤다. 그 ‘제척’이 오늘의 단어다.
- 부산지하철의 청소·설비 하청 노동자들이 23일 새벽 멈춘다. 노조법이 바뀐 뒤 원청을 상대로 한 첫 파업이 되는지가 온라인 광장에 있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회장의 ‘기록을 지우라’는 지시는 확인됐다, 피의자가 된 쪽은 제보자다
「“열심히 일한 기록 남기지 마” 김범석 지시···쿠팡 산재은폐 정황 확인됐지만 “형사처벌 불가능”하다는 노동부」 경향신문 · 10/22 함께 볼 기사 「노동부, ‘과로사 은폐 의혹’ 쿠팡 불기소 의견 송치…“공소시효 지나”」 한겨레 · 10/22 함께 볼 기사 「쿠팡 장덕준 씨 사망 6주기…“사과도 재발 방지도 없었다”」 참세상 · 10/13 함께 볼 기사 「노동부, 쿠팡 故장덕준 산재 은폐 ‘불기소’ 결론⋯산안법 등 위반 19억 과태료만」 이투데이 · 10/22
노동부가 확인한 것은 무엇인가
고용노동부가 22일 쿠팡 감독 결과를 내놨다. 2020년 10월 대구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노동을 하다 숨진 장덕준 씨의 산재 은폐 고발 사건과, 전국 물류센터·배송캠프 105곳 감독의 결과다. 노동부는 김범석 당시 쿠팡 대표가 장 씨가 숨진 뒤 관계자들에게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는 고인의 근무 CCTV를 물 마시기·화장실 가기·기다리기·대화하기로 쪼개 초 단위로 분석했고, 근로복지공단에는 고인이 나오지 않는 영상을 내며 근무환경을 거짓으로 진술했다. 그런데 결론은 불기소 의견 송치다. 산재 은폐죄의 공소시효 5년은 지난해 10월에 끝났고, 고발장이 접수된 지난해 12월에는 이미 시효가 지난 뒤였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지시는 있었는데 왜 죄는 없나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재 은폐죄는 사고를 보고하지 않은 것에 더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적극 막은 행위가 있어야 성립한다. 쿠팡은 사망 보고는 했다. 기록을 지우라는 지시와 짜깁기 영상은 산재 ‘승인’을 막으려는 행위였지 사고 자체를 숨긴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 노동부의 논리다. 회사가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노동부는 확인했지만 묻지는 못했다. 블랙리스트도 같은 구조다. 퇴사자 명단을 만들어 자사 채용에 참고한 사실은 인정됐으나, 다른 회사 취업을 막으려고 밖에 공유한 증거가 없으니 취업방해가 아니라고 했다. 불법파견은 없었다고 봤고,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은 실제로 해고된 사람이 없어 무혐의로 끝났다. 남은 것은 법 위반 206건(경향신문과 한겨레는 205건으로 썼다), 사법처리 61건, 과태료 19억 6천만 원이다. 합의금을 주거나 관리자 면담으로 산재 신청을 취하하게 한 정황 2건은 새 수사로 넘어갔다.
제보자는 어디로 갔나
22일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가 성명을 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쿠팡 블랙리스트를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들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방공소청에 기소 의견 송치했다는 내용이다. 쿠팡은 2024년 1월 보도 직후 제보자들을 영업기밀 유출로 고소했고,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사과하며 고소를 거뒀지만 경찰은 수사를 이어갔다. 참여연대는 이 고소를 “공익신고와 언론보도가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명백한 보복성 고소”라 불렀다. 블랙리스트는 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난 날, 그 명단의 존재를 알린 사람들은 피의자로 넘어갔다. 유족과 노동단체들은 이번 결과를 “면죄부 수사”라 했고, 쿠팡물류센터지회는 23일 오전 10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규탄 회견을 연다. 참세상이 13일 전한 대로 2020년 이후 쿠팡에서 숨진 노동자는 36명이다.
시효가 지운 것을 되돌릴 자리는 어디인가
첫째, 공소청의 판단이다. 김 대표 건은 불기소 의견으로 가지만 최종 처분은 공소청 몫이고, 제보자 건은 공익신고 과정의 위법을 깎거나 면해 주는 책임감면 조항이 쟁점이 된다. 둘째, 새로 수사에 들어간 은폐 정황 2건이 이번에는 시효 안에서 처벌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고비다. 셋째, 법이다. 사고는 보고하고 승인만 막는 방식이 은폐죄 바깥에 있다면 그 선을 옮기는 일은 국회의 몫이다. 노동부는 한겨레에 산업재해조사표 작성 가이드라인을 내년까지 만들겠다고 밝혔다.
#쿠팡 #장덕준 #산재은폐 #김범석 #공소시효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 #노동부감독
주한미군은 ‘글로벌 군대’를 말했다, 운전대는 아직 미국에 있다
「미8군 사령관 “한반도 밖 위협에도 병력 투입”···주한미군 역할 확대하나」 경향신문 · 10/22 함께 볼 기사 「“어떤 위협에도 투입 준비”…미8군 사령관, 한반도 밖 임무 가능성 시사」 아시아경제 · 10/22 함께 볼 기사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당장 해임하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등 공동 기자회견 · 10/22 함께 볼 기사 「‘선 넘는’ 브런슨, 영토 주권 침해 논란에 전작권 ‘문턱 높이기’ 자처하는 이유는?」 경향신문 · 10/18 함께 볼 기사 「파병은 없는데 군은 강화? 청해부대 파병 현실되나」 참세상 · 10/16
사령관들은 무슨 말을 했나
조지프 힐버트 미8군 사령관이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서면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이 한반도 위협에만 “근시안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부대원은 명령이 내려지면 한반도 밖으로 파병될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미8군은 “국가 지휘 당국이 필요로 하는 곳에 배치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글로벌 군대’의 일부”라고 했다. 평택에서 주한미군 지상군을 지휘하는 사령관이다. 일주일 전인 14일에는 상관인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워싱턴의 세미나에서 “유엔군사령부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남쪽 철책선에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는 말을 꺼냈다. 휴전선 북쪽을 한국 영토 밖에 두는 말이다. 전작권 전환에는 “우리가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했고, 그 전날 13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대담에서는 장거리 미사일·사이버·전자전·우주 작전을 한 부대에 묶은 다영역특임단(MDTF)의 한반도 배치를 설명하며 “지도에 선 하나만 그어보면 베이징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왜 지금 한반도 밖인가
올해 1월 미국 국방전략은 한국이 미국의 제한적 지원 아래 대북 억제를 주로 맡을 능력이 있다고 적었고, 일본에서 대만을 거쳐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의 방어 태세를 말했다. 한국은 북한을 맡고 미군은 중국을 겨눈 역내 작전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12일 미 육군협회 행사에서 한국의 방산 공장을 미군의 전쟁터(전구) 보급 기지로 쓰는 ‘권역 지속지원 거점’을 말했다. 힐버트의 ‘글로벌 군대’는 이 설계의 지상군 판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향신문에 주한미군의 대중국 활용은 미국의 공식 전략이며, 그러려면 미군이 DMZ 감독 권한과 연합사 지휘권을 쥔 채 전작권 전환을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철책선과 ‘새 기준’과 ‘글로벌 군대’는 따로 나온 말이 아니다.
전환의 조건으로 미국이 적은 것은 무엇인가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0일 전작권 전환을 “이제 우리가 운전대를 잡고 미국이 조수석에 앉는 것”이라 했고, 미국에 “택시나 버스에서 내리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같은 날 미국 고위 당국자는 전환의 조건으로 “동맹에 대한 모든 지역적 위협을 억제하고 물리칠 준비”를 들었다. 중앙일보 사설은 이를 목적지가 같으냐는 물음으로 읽었다. 북한에 더해 중국까지 함께 맞설 준비가 전작권의 조건이 됐다는 뜻이다. 22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충남·경남·대전·울산·경기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어 브런슨 사령관의 사죄와 해임, MDTF 배치 반대, 대중국 전쟁기지화·병참기지화 중단을 요구했다.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은 16일 철책선 발언에 “우리 헌법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썼다.
앞으로 세 가지
첫째, 공전 중인 한미 안보협의회(SCM)다. 전환 시점을 못 박을지, ‘새 기준’이 문서에 들어갈지가 여기서 갈린다. 둘째, MDTF 배치와 훈련 확대가 어디까지 가는가다. 셋째, 국회다.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가 바뀌는 결정에 국회가 묻고 동의하는 절차가 있는지, 참세상이 16일 전한 청해부대 강화 논란 때도 같은 물음이 나왔다.
#주한미군 #미8군 #힐버트 #브런슨 #전작권 #다영역특임단 #전략적유연성 #한미안보협의회
03 한 장의 세계
자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성명서 표지, 2026.10.22 배포 (X @sadd0420S 게시, pbs.twimg.com 직접 URL) · 원문 보기 →
지하철을 멈춘 사람들이 학교를 멈춘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
전장연이 22일 프랑스 학생들에게 한글과 프랑스어로 연대 성명을 보냈다. 교사 없는 교실과 과밀 학급에 맞서 학교를 멈춘 학생과, 이동하려고 지하철을 멈춘 한국의 장애시민이 똑같이 ‘폭동’으로 불린다는 것이 편지의 요지다. 전장연은 그 말 대신 그 말이 가리키는 요구를 보라고 썼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크레인 위에서 찍은 사진, 바닥의 글자는 ‘승리’였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총궐기대회의 마지막 순서를 고공농성 중인 동료가 크레인 위에서 찍었다. 청테이프로 쓴 글자 위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완성했다.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크레인 농성은 3주를 넘겼다.
통영과 논산, 하루에 이주노동자 둘이 숨졌다
20일 오후 1시 40분께 통영 HSG중공업 관계사 HSG퍼실 작업장에서 베트남 노동자가 지름 40cm 배관 안에서 그을음을 닦다 쓰러져 숨졌고, 노동부는 아르곤 가스 질식 가능성을 조사한다. 그날 오후 3시 48분께 논산의 선박 부품 공장에서는 30대 네팔 노동자가 압축설비에 끼여 숨졌다. 이주노동자 네트워크가 사고 경위를 정리해 올렸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논산으로 가는 길에 한 달 사이 무안·양주·인천·김포에 이어 논산과 통영으로 이어지는 죽음이라고 썼다.
‘걸레 두 번 닦을 거 한 번만’, 부산지하철 하청은 23일 새벽 원청 앞에 선다
부산지하철노조 운영서비스지부가 21일 최종 교섭 결렬 뒤 23일 오전 6시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샤워실과 휴게실, 통상임금을 반영한 원가 설계, 야간 안전 인력 증원이 요구이고, 부산교통공사는 하청 인건비와 인력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답했다. 파업이 실행되면 노조법 2조가 바뀐 뒤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벌이는 첫 파업이 된다. 허명신 지부장의 말은 이렇다. “인원은 더 못 주니까 일을 적게 시키겠다고 한다. 걸레 두 번 닦을 거 한 번만 닦으라고 한다.”
오늘의 논쟁
‘몰라서 인용한 게 아니다’, 그러면 제미나이는 왜 불려 나왔나
대통령이 22일 다시 글을 올렸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지휘감독을 포기하면 “헌법과 정부조직법 위반으로 탄핵사유”이고, 전날 구글의 AI 제미나이를 인용한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반대 논리가 “얼마나 초보적”인지 느껴 보라는 뜻이었다고 했다. 김정희원 교수는 정책 신념을 AI의 답변으로 갈음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AI가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믿음을 공직자가 키운다고 썼다. 한겨레 사설은 “법 따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고, 경향 사설은 2000년 이후 검찰총장이 국무회의에 간 사례가 없다는 관행을 들었다. 대통령은 지휘감독이 법에 있다고 답했고, 비판은 국무회의 배석이 그 유일한 방식이냐고 물었다. 답과 물음이 서로를 비껴간다.
25년이 9년이 된 다음 날, 화살은 재판부를 지나 대법원장으로 갔다
박성재 전 법무장관의 형이 21일 항소심에서 1심 징역 25년에서 9년으로 줄자, 여당 의원들의 화살은 재판부를 지나 대법원장으로 갔다. 김병주 의원은 “고무줄 재판, 제멋대로 판결. 조희대 탄핵이 사법개혁 시작”이라 썼고, 전지윤 씨는 내란 사건 1심을 맡았던 이진관 판사의 이름을 따 최근 판결의 공통점을 ‘이진관 지우기’라 이름 붙이며 내란 심판 의지를 보인 판사들을 몰아내는 ‘2차 사법쿠데타’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특검의 상고를 요구했다. 성명은 아래 오늘의 주장에 있다. 반대편에서 국민의힘은 21일 “대법원장은 불러 세우고 김현지는 끝까지 숨기는 민주당”이라고 받았다. 판결 하나를 두고 상고와 탄핵이라는 두 수단이 함께 꺼내졌다. 같은 법원의 탈북어민 판결은 아래 사설 비평에서 다룬다.
오늘의 단어
제척 재판이나 감사에서 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그 사안에서 빼는 절차다. 국정감사법 13조는 이해충돌이 있는 사안에 한해 의원의 감사 참여를 제한한다. 과방위는 12일 방통위원장을 지낸 이진숙 의원을 국감 전체에서 제척했고, 헌재는 21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포괄 제척’의 효력을 정지하면서도 방통위원장 재직 중 관여한 사안, 위원 2인 의결로 한 KBS·방문진·EBS 인사, 위증 고발 건, 대전MBC 법인카드 배임 고발 건 네 가지는 제척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봤다. 자기 사건을 자기가 감사할 수는 없다는 원칙과, 다수당이 한 사람을 통째로 빼는 것은 별개라는 선이 그어졌다. 국회의원 제척을 다룬 헌재의 첫 결정이다.
오늘의 말
[주목] “좋다, 호루라기를 불자”
신고 전화는 샌더스가 걸었다. 신고 대상은 신고 제도를 만든 사람이다. 카타르에서 받은 4억 달러짜리 비행기, 암호화폐로 늘린 14억 달러, 세금으로 낸 TV 광고. 신고 제도를 만든 쪽이 신고 대상이 되는 풍자인데, 이 글이 반나절 만에 60만 회 읽힌 것은 목록이 전부 보도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22일 제보자의 송치 소식이 전해졌다.
05 오늘의 주장
1. 제보한 사람이 공격받는 일이 하루에 두 번 있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경찰이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들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데 대해 22일 “제보자를 압박하고 탄압에 일조하는 격”이라며 공소청에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책임감면 규정에 따른 불기소를 요구했다. 이날 호루라기재단·참여연대·내부제보실천운동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버스 의혹 제보자를 폄훼했다며 “신고자를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더 많은 사람이 침묵을 깨고 공익침해를 알릴 수 있다”고 썼다. 회사의 보복 고소와 시장의 말은 같은 곳을 겨냥한다. 둘 다 제보로 드러난 잘못보다 입을 연 사람을 먼저 따진다.
2. 스토킹처벌법이 시행 5년을 맞은 21일, 여성단체들은 법이 있어도 사람이 죽는 이유를 제도에서 찾았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주관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사회가 공동 주최한 청와대 앞 기자회견은 “법이 있어도, 신고를 받고도, 신변 보호를 하고도 살해를 막지 못한 제도를 전면 쇄신하라”고 요구했다. 혼인·교제 관계라는 이유로 수사·사법기관이 사소하게 다루고, 사과를 요구한 피해자를 가해자가 스토킹으로 역고소하며, 성립 요건을 협소하게 해석해 처벌이 비켜 간다는 세 가지를 짚었다. 회견문은 참여 단체들이 각자 누리집에 올렸다. 전날 여성단체연합이 요구한 친밀관계폭력 처벌법·방지법과 같은 요구다.
3. 정부여당이 ‘메가특구’라 부르는 초광역특구법을 두고 노동운동 안에서 수단이 갈린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21일 정무위와 기후노동위에 따로 발의된 두 법안이 자본 특혜를 공유하고 노동 규제 완화는 박상혁 의원 안에 실렸다며 “필요한 것은 노동개악 수위에 관한 흥정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확대를 위한 투쟁”이라고 썼다. 공공운수노조는 그보다 한 시간 앞서 이 법을 “노동자의 일터는 물론 삶터까지 불안정하게 만들” 불안정특구법이라 불렀다. 민주노총은 그에 앞서 20일 “대화와 합의를 통해 메가특구법을 논의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라고 정부여당에 요구했다. 철회 요구는 같고, 대화의 판을 남겨 둘지에서 다르다.
4. 박성재 전 장관의 항소심에 대해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21일 “내란을 부추기는 모양인 박성재 2심 판결은 상식의 파괴”라며 특검의 상고와 대법원의 교정을 요구했다. 출국금지 직원 출근 지시와 교정시설 점검은 인정됐지만 검사 파견 협조와 계엄 정당화 문건 지시는 무죄가 됐다는 점을 짚었다. 법무장관이라는 자리는 “사전에 몰랐다는 이유로 감형될 수 있는 직위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06 사설·칼럼 비평
[주목]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모형에 상을 준 날, 투자는 금리를 보지 않았다
「‘경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인’ 공로에 주는 상」 마이클 로버츠 참세상 · 10/22
한국은행이 금리를 3%에 묶은 날 올라온 칼럼이라 더 읽힌다. 로버츠는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홀과 마이클 우드퍼드의 모형이 상을 받은 이유부터 되짚는다. 중앙은행이 금리와 기대를 조절해 경기의 고점과 저점을 깎는다는 이론이다. 경기를 과열도 침체도 시키지 않는다는 ‘자연이자율’은 눈으로 잴 수 없고, 가계의 기대는 중앙은행 발표에 크게 반응하지 않으며, 돈을 풀거나(양적완화) 앞으로의 금리를 미리 알려 주는(선제 안내) 방식은 실물을 살리는 데 거의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그의 반론이다. 투자를 움직이는 변수는 금리보다 수익성이라는 결론은 ‘두 차례 인상의 파급영향을 점검한다’는 오늘 한은의 문장을 다른 각도에서 읽게 한다. 로버츠의 변수는 수익성이다. 한은이 점검한다는 ‘파급영향’ 안에 월급과 전세가 들어 있는지는 다음 통화정책 문서가 답할 차례다.
[주목] 1심이 꾸짖은 검찰 수사를 2심은 그대로 받았다
「현행법-현실 괴리 무시한 ‘탈북어민 북송’ 2심 판결」 한겨레 · 10/21
이 사설의 힘은 판결의 결론보다 판결의 재료를 문제 삼은 데 있다. 2019년 탈북어민 둘을 북으로 돌려보낸 문재인 정부 안보 책임자들에 대한 판결이다. 1심은 “고발인인 국정원이 주는 자료를 거의 그대로 받아 증거로 사용했다”며 검사의 객관의무를 물었는데, 2심은 그 수사 결과를 토대로 형을 올렸다. 남북 사이에 범죄인 인도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선원 16명을 살해한 피의자를 받아들였다면 국내 법원이 단죄할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도 함께 놓인다. 사설은 이 사건을 문재인 정부 검찰이 각하한 결정을 윤석열 정권이 뒤집어 기소한 “정치적 목적으로 기소권을 남용했던 사건”으로 규정한다. 조선일보는 같은 판결을 “헌법 위반 심판”이라 불렀다. 조선일보가 보는 것은 판결이고, 한겨레가 보는 것은 기소의 출발점이다.
[비판] 장관 둘을 ‘방해꾼’으로 세우면 노동과 전력 문제가 사라진다
「호남반도체 방해하는 두 장관, 대통령은 놔둘 건가」 조선일보 · 10/22
장관 둘의 ‘시간 끌기’를 나무라려고 반대하는 당사자의 존재를 지운 사설이다. 노동장관과 기후에너지장관을 “사실상 광주 반도체를 방해하는 두 장관”이라 부르고 대통령에게 처분을 요구하는데, 근거는 노동부가 주 52시간 예외를 사회적 대화에 부쳤고 기후에너지부가 신규 원전을 공론화에 부쳤다는 두 가지다. 양대 노총이 반대하니 대화는 의미가 없고, 찬성 여론이 80%이니 공론화도 필요 없다는 논리다. 반대하는 당사자가 있다는 이유로 대화를 건너뛸 수 있다면 사회적 대화라는 제도는 처음부터 있을 이유가 없다. 메가프로젝트로 2040년 전력 수요가 원전 19기 분량 늘어난다는 수치는 사설이 스스로 적은 것이다. 그 발전소를 누가 어디에 짓고 전기요금은 누가 치를지는 ‘속도전’ 다음 문장에 없다.
[비판] ‘지역적 위협’까지 맞설 준비가 전작권의 조건이 됐다, 사설은 그 조건을 묻지 않았다
「운전대 잡겠다는 한국, 운전 실력 부족하다는 미국」 중앙일보 · 10/22
성기홍 수석의 ‘운전대’ 비유를 중앙일보는 하루 만에 받아서 되돌려 줬다. 미국은 “한국이 운전대에 앉을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택시의 목적지가 같은지를 묻고 있는 셈”이라는 정리는 정확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설은 미국 당국자가 말한 ‘지역적 위협’을 중국까지 함께 맞설 준비로 읽어 내고도, 그 조건에 한국 국민이 동의한 적이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대신 “북핵 탐지 역량조차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군”이 전작권을 갖는 게 도움이 되느냐고 되묻고, 전환 시점을 못 박지 말라는 결론으로 닫는다. 운전 실력은 따지면서 어디로 가는지는 승객인 국민에게 묻지 않은 셈이다. 오늘의 두 번째 심층 분석이 그 조건을 다룬다.
[논쟁] 정규직 확률 19%와 78%, 처방은 청년 지원에서 멈췄다
「정규직도 ‘부모 찬스’… 잔인한 ‘출발선 격차’ 온 사회가 고민을」 동아일보 · 10/21
원인은 구조에서 찾고 처방은 개인에게 돌아간 사설이다. 학술지 ‘한국사회정책’의 보고서를 인용해 가구 소득 최하위 10% 자녀가 29세에 정규직을 얻을 확률은 19%, 최상위 10%는 78%이고 34세에는 23%와 94%로 더 벌어진다고 적었다. 부모의 소득이 스펙을 쌓을 ‘시간’을 사준다는 진단도 맞다. 그런데 처방은 저소득 청년의 취업 준비 지원과 채용 연계, 기업 세제 혜택으로 좁아진다. 비정규직이 867만 명으로 늘어난 노동시장에서 출발선을 고르게 맞춰도 정규직 자리의 수는 늘지 않는다. 보고서는 격차의 원인을 가족의 자원에서 찾았다. 사설은 그 해법을 가족 바깥, 곧 일자리의 구조에서 찾는 데까지는 가지 않았다. 거기가 이 사설의 한계이고, 함께 토론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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