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블랙리스트를 폭로한 공익제보자가 오히려 형사처벌 위기에 놓이자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불기소 처분을 촉구하고 나섰다. 쿠팡이 블랙리스트 운영 사실을 인정하고 고소까지 취하했지만, 경찰은 공익제보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반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운영한 쿠팡에 대한 수사는 2년 8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3일 공소청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요구했다. 이들은 시민 750명이 참여한 탄원서를 공소청에 전달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사건은 2024년 2월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물류센터 노동자 등 1만 6,450명의 개인정보를 취업 배제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폭로되면서 시작됐다. 명단에는 산업재해를 신청하거나 회사 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 노동조합 간부, 기자 등이 포함됐다. 쿠팡에서 관리자로 일했던 김준호 씨 등의 제보로 블랙리스트가 공개되자 쿠팡은 제보자들을 영업비밀 누설과 업무상 배임,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쿠팡은 2025년 1월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사를 이어갔고, 지난 10월 22일 제보자들이 공익제보를 위해 사내 서버에 접근했다는 이유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원지방공소청에 불구속 송치했다.

공익제보자 김준호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명단을 만든 회사는 아직 조사도 안 끝났는데, 그걸 알린 저는 지난달 공소청에 넘어갔다”며 수사의 형평성을 비판했다.

김준호 씨는 “저는 고소장 들어오자마자 압수수색을 당했고, 고소가 취하된 뒤에도 끝내 송치됐다”며 “그런데 시민단체가 같은 2024년 2월에 쿠팡을 고발한 사건은 지금까지 송파경찰서에서 결론이 안 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세상에 증거가 어디 있나. 종이 서류함이 아니라 서버 안에, 시스템 안에 있다. 거기 들어가 본 것이 죄라면, 앞으로 공익제보는 하는 순간 죄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소청에 불기소 처분을 요구하는 한편, 경찰에는 쿠팡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송치 결정의 근거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

공익제보자를 대리하는 김병욱 변호사는 경찰이 쿠팡의 고소에 따라 제보자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확보해 디지털 분석까지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익신고를 위해 자료에 접근한 행위가 위법성이 인정된다면 누가 용기를 내어 공익제보를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공익제보를 목적으로 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한 행위로 판단할 수 있다며 공소청의 불기소 처분을 요구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도 발언에 나섰다. 정성용 지부장은 “저도 쿠팡 블랙리스트 피해자입니다.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16,450명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고, 이후로 쿠팡에 재취업이 안 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쿠팡의 분명한 잘못을 세상에 알렸는데, 그 알린 사람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니 말이 되나”라며 “쿠팡은 탄압했고, 나라도 지켜주지 않는 김준호의 곁을 적어도 노동조합만큼은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조아라 간사는 수사기관의 공익제보자 보호 책임을 강조했다. 조아라 간사는 “수많은 공익제보자들은 공익제보 이후 피신고인 등으로부터 보복성 고발과 고소를 경험하고, 따라오는 수사기관의 조사 등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홀로 껴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신고와 관련된 범죄에 대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에서부터 공익신고자 보호법 취지와 신고의 공익성을 감안해 수사에 반영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공익제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다른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와 내부고발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공소청이 제보의 공익성과 쿠팡 고소의 보복적 성격,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책임감면 규정을 고려해 불기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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