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여전히 세계경제의 중심 통화이지만, 달러가 이러한 지위를 유지하는 경제적 논리는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다. 이처럼 지속적인 변화로 인해 우리는 ‘달러 시스템’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대에 형성된 기축통화 모델은 무엇보다 경상수지 흑자를 미국 국채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중심으로 작동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다시 미국에 공급한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에서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를 안고 있지만, 우리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기축통화 체제에서 살고 있지 않다. 브래드 세처(Brad Setser)가 면밀한 분석을 통해 입증했듯이,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현상은 ‘탈달러화(de-dollarization)’가 아니라 ‘탈준비자산화(de-reservification)’이다. 오늘날에는 국영은행, 연기금, 기타 준국가기관 성격의 투자자들이 미국에 대한 순금융채권을 축적하고 있다. 한편,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 잔액의 증가를 금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미국 국채보다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늘날 달러는 비상시에 대비해 저축해 두는 ‘저금통’ 같은 준비통화의 역할보다 금융자본을 축적하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훨씬 더 많이 수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포트폴리오 통화’라고 부른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를 ‘이윤 달러(profit dollar)’의 시대라고 명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려는 의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데다, 미국 주식시장이 장기간에 걸쳐 다른 나라 주식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온 데 따른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의 평가액이 급증하면서 신규 자금 유입에 따른 투자 확대 효과까지 더해졌고, 이에 따라 투자자산의 중심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모델은 분명 상당한 추진력을 확보했으며, ‘AI 투자 열풍‘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7월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의 리 하드먼(Lee Hardman)이 발표한 분석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지적했다.
최근 미국 재무부의 국제자본거래(TIC) 통계에 따르면, AI에 대한 투자 열기가 미국 금융시장으로의 대규모 자본 유입을 촉진하면서 달러화 가치를 계속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식시장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은 투자자들이 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반영한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보유량을 계속 늘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4월과 5월 두 달 동안에만 미국 주식을 2,440억 달러 순매수했으며, 이에 따라 최근 12개월간 누적 순매수액은 9,040억 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자금 유입의 대부분은 민간 투자자들이 주도했다. 민간 투자자들의 순매수액은 7,810억 달러에 달한 반면, 중앙은행 등 공적 투자자들의 순매수액은 1,230억 달러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자산, 특히 AI 관련 주식에 대한 민간 부문의 투자 수요가 미국의 자산 가격과 달러화 가치를 떠받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이윤 달러’가 얼마나 안정적인가 하는 것이다.
29일, <로이터 통신>에서 캐런 브레텔(Karen Brettell)은 지난주 AI 관련 주식에 대한 신뢰가 갑자기 흔들린 이후 금융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불안감을 다룬 흥미로운 기사를 발표했다.
시장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은 수익을 추구하는 ‘포트폴리오 통화’로서의 달러와 ‘준비통화’로서의 달러가 어떻게 다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웰스파고(Wells Fargo)의 글로벌 외환전략 책임자인 에릭 넬슨(Erik Nelson)은 이러한 투자자금 배분을 신흥국 시장을 좌우하는 ‘핫머니’의 자금 흐름에 비유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AI 호황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화되면서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함께 상승했다. CIBC 캐피털 마켓츠(CIBC Capital Markets)의 외환전략가 노아 버팸(Noah Buffam)은 “AI 투자 열풍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미국 금리 전망을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했고, 그 결과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AI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뿐 아니라 달러 자체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와 미국 자산에 관심을 가져온 배경에는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 달러가 ‘안전피난처 통화’ 역할을 한다는 과거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국채는 궁극적인 ‘안전자산’이다. 금융 시스템 전체가 충격을 받을 때는 그 충격이 미국 자체에서 비롯되더라도 투자자들이 달러와 미국의 안전자산으로 몰려든다. 이 경우 특정 투자자산에서 손실을 입더라도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자산의 비중이 낮은 포트폴리오와 비교하면 이러한 환차익의 효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정은 ‘이윤 달러’ 체제에서도 여전히 유효할까? 로이터 기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금융시장이 하락할 때 미국 달러를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왔다. 그러나 AI 호황에서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된 상황에서 AI 관련 투자 열풍이 꺾인다면 달러의 안전피난처 역할도 약화될 수 있다. 외국인 자본은 미국의 초대형 기업 주식,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가 발행한 회사채, 전력망 인프라 등에 대거 유입됐다. 그 결과 달러에 대한 투자는 점점 더 많은 투자자가 몰려드는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베팅이 되었다. 이러한 베팅을 뒷받침하는 것은 미국의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채권 수익률, 그리고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수요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투자자가 한 방향으로 몰린 거래가 한꺼번에 청산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근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들이 언제나 달러로 몰려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통화에서 안전한 피난처를 찾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그 결과 투자자들이 자산을 매도하는 악순환이 스스로 강화될 위험이 있다. 투자자산의 가치 하락과 환차손이 서로 맞물리면서 추가 매도를 부추기고, 결국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는 금융위기에 빠진 신흥국 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신흥국 금융 시스템을 규정하는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이러한 ‘삼중 충격’에 취약한 금융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여기서 삼중 충격이란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 통화를 동시에 매도하면서 세 자산의 가치가 함께 급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2025년 4월의 ‘해방의 날’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주식과 채권, 달러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삼중 충격’이 발생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트럼프만이 아니었다. 딥시크가 AI 모델 개발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발표도 미국 AI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뒤흔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달러 가치까지 하락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올해 초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설명했듯이, 당시 매도세가 더욱 거세진 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헤지 활동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미국 주식을 계속 보유하기로 했지만, 사후적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추가로 헤지하기로 결정했다. 신(Shin), 울드리지(Woolridge), 샤(Xia)는 이러한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주식 투자에서는 채권 등 고정수익 자산에 투자할 때보다 환헤지(currency hedging, 환율 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미리 대비하는 것)를 하는 경우가 적다. 주식 수익률의 변동성이 환율 변동성보다 훨씬 큰 데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주식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역사적으로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지는 시기에는 미국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환헤지를 하지 않은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라도 달러 강세 덕분에 투자자의 자국 통화로 환산한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2025년 봄에는 이러한 가정이 시험대에 올랐고, 결국 기대했던 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뒤늦게 환헤지 비중을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달러 가치에 일회성 하락 압력이 가해졌고, 이는 삼중 충격을 더욱 증폭시켰다.
2025년 4월 초 미국 정부가 관세 정책을 발표한 이후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 달러 가치가 일제히 하락하는 ‘삼중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높아진 상황에서 달러 가치가 이례적으로 하락하자, 처음에는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무너지고 국제 자본시장에서 달러의 역할이 약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에 따르면, 이 시기 달러 가치가 하락한 현상을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요인은 미국 이외 지역 투자자들의 환헤지 활동이다. 이들은 환헤지를 하지 않은 달러 자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줄이려고 했다. 환헤지를 하지 않은 채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 이외 지역의 기관투자자들은 환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이들은 미국 자산을 계속 보유하면서도 달러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환스와프와 선물환 거래를 추가로 활용했다. 2025년 4월과 5월에 달러 가치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시점은 아시아 시장의 거래 시간대였다. 이는 아시아 투자자들이 사후적으로 환헤지를 확대하는 과정이 달러 가치 하락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2025년 4월과 5월 달러 가치 하락에 환헤지 활동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환헤지 거래를 주도한 투자자들이 어느 지역에 있었는지 추정할 수 있는 단서도 제시한다.
달러 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붕괴가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삼중 하락’에 대비해 추가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의 기대에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대응은 결과적으로 달러 매도 압력을 더욱 키웠다.
그렇다면 2026년 10월 현재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또 다른 삼중 충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백악관의 돌발적인 행보가 아니라 빅테크 기업들이 그 충격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을까?
브레텔이 작성한 로이터 기사는 바로 이러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브레텔이 지적했듯이, 2026년 10월 22일 무렵 AI 투자 열풍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흔들리자 달러 매도세도 함께 나타났다.
AI 관련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하락 압력을 받자,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은 달러보다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를 선호했다.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서만 소폭 상승했는데, 이는 주로 프랑스의 사회적 소요 사태에 대한 우려로 유로화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콘베라(Convera)의 외환 및 거시경제 수석 전략가인 케빈 포드(Kevin Ford)는 “투자자들이 AI 투자 열풍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 AI 투자와 달러 사이의 관계가 훨씬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충격이 같은 것은 아니다. 모든 위기가 같은 것도 아니다.
유동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는 보다 광범위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적어도 유동성 수요가 충족될 때까지는 달러가 다시 금융시장의 지배적인 통화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달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심각한 충격이 발생하면 초기에는 오히려 달러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2008년과 2020년 3월에는 투자자들이 달러 표시 채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강력하지만 일시적인 달러 수요가 발생했다.
그러나 세계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이 아니라 미국 예외주의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AI 부문의 충격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주식시장과 달러 가치가 서로 악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하락세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노무라(Nomura)의 G10 외환전략 책임자인 도미닉 버닝(Dominic Bunning)은 “AI 투자 열풍이 꺼진다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달러가 수혜를 볼 수 있을지는 더 이상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AI 관련 주식과 달러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것은 나쁜 일일까?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오늘날 미국 경제에서 나타나는 ‘K자형 경제’를 추동하는 핵심 요인이 AI 호황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 보자. 그렇다면 미국 경제가 갈수록 심각한 ‘AI발 네덜란드병(AI 산업의 과도한 호황이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고 자본과 자원을 특정 산업에 집중시켜, 오히려 미국 경제의 다른 산업에 부담을 주는 현상)’을 앓고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기술주 투자 열풍이 식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오히려 미국 경제의 다른 부문에는 반가운 숨통을 틔워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주택시장과 같은 부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여지도 생기지 않을까?
기술주가 조정을 받고 달러 매도세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브레텔이 상기시키듯, 2000년대 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다만 주식시장과 달러 가치 사이의 상관관계는 복잡하다.
주식시장이 폭락한다고 해서 달러 가치가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2000년 3월 나스닥 지수가 정점을 찍은 이후에도 달러는 거의 2년 동안 강세를 유지했다. 이후 월드컴(WorldCom)과 같은 기업들의 파산으로 미국 신용시장이 압박을 받고,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회복되는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비로소 달러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닷컴 버블이 우리에게 익숙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당시의 자금 흐름은 오늘날과 비교하면 규모가 훨씬 작았다. 게다가 다음과 같은 차이도 있다.
AI 인프라 구축은 과거보다 미국에 훨씬 더 집중되어 있다.
또한 달러의 고평가 상태가 지속된 기간도 전례 없이 길다.
넬슨(Nelson)에 따르면, 물가와 무역 비중을 반영한 달러의 실질실효환율은 1973년 이후의 장기 평균을 12년 연속 웃돌고 있다. 이는 기록상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고평가 기간이다. 또한 2000년과 비교하면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본은 주식과 회사채에 더욱 집중되어 있는 반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오늘날 미국의 재정 상황도 2000년 무렵과는 완전히 다르다.
2000년 미국은 GDP 대비 2.4%의 재정 흑자를 기록했고, 정부 부채는 GDP의 35%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시 미국이 직면했던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는 세계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았지만, 미국 재무부가 이러한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국채를 발행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늘날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AI 호황 자체도 전례 없는 현상이다. 게다가 전례 없는 수준의 재정 방만이 이어지고 달러 자산에 대한 세계 투자자들의 선호도 변화하는 시기에 이러한 호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을 해석하고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로이터 기사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는다.
넬슨은 “달러 가치가 대폭 재평가되거나 대규모 매도세가 발생할 경우 전 세계 투자자들이 받을 충격은 상당히 클 것”이라며, “2027년을 앞둔 시점에서 이는 달러의 취약성 가운데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이윤 달러’의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도 성장할 여지가 더 남아 있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들어서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연구진이 지적했듯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자산은 여전히 채권 등 고정수익 자산에 크게 치우쳐 있다.

주식은 미국 외 지역 투자자들이 보유한 달러 자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도 계속 커지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면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미국 외 지역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은 17조 6,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미국 채권 보유액 13조 6,000억 달러보다 많았다. 그러나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미국 전체 주식의 18%에 불과한 반면, 미국 국채의 33%, 미국 정부기관채와 회사채의 21%를 보유하고 있었다(그래프 1.B). 또한 미국 외 지역의 차입자들이 발행한 13조 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에서도 미국 외 지역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채권은 대부분 역외 유로달러 채권시장에서 발행됐다.
나는 이를 2000년대에 형성된 극도로 불균형한 기축통화 체제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에 걸쳐 재편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달러 시스템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최근 금융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글 가운데 하나는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슘페터(Schumpeter) 칼럼이었다. 이 칼럼은 ‘스피드볼 자본주의(speedball capitalism)’라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지난 1년 동안 미국 금융시장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스페이스X), 상장기업의 유상증자(구글), 외국 기업의 자본 조달(SK하이닉스), 비상장기업의 자금 조달(오픈AI), 사모대출 거래(브로드컴)를 모두 소화했다. 여기에 역사상 최대 규모의 채권 발행(아마존) 물량 대부분도 미국 금융시장에서 소화했다. 뱅가는 자산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선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였고, 버크셔 해서웨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쌓아 두었으며, 엔비디아는 기록적인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차입매수(LBO) 거래인 일렉트로닉 아츠 인수도 성사됐다. 철도업계에서는 유니언 퍼시픽과 노퍽 서던, 전력·에너지업계에서는 넥스트에라와 도미니언 에너지, 미디어업계에서는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사이에 초대형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마지막 미디어업계 합병으로 이번 주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크본드(junk bond·투기등급 채권) 발행이 이루어졌다. 불과 일주일 전 소프트뱅크가 세운 기록을 다시 경신한 것이다. 컴퓨팅 자원 거래를 위한 새로운 시장이 사실상 무에서 창조되었고, 예측시장과 같은 기존 시장도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과거였다면 몇 달 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을 대형 기업 스캔들(퍼스트 브랜즈)과 헤지펀드 파산(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에 대한 우려조차 이제는 금세 묻혀버린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게 적응하는 미국 금융이라는 거대한 기계가 이러한 우려마저 압도하기 때문이다. […]
이 금융 시스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들은 기존의 범주로 분류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가와 시장, 개인과 기업,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상장시장과 비상장시장, 투자와 도박을 구분하던 오래된 경계들이 이들의 막대한 힘에 눌려 점점 무너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는 도대체 무엇인가? 물론 기업이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이다. 동시에 벤처캐피털 투자자이기도 하다. 어쩌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중요한 벤처캐피털 투자자라고 할 수도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국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화려한 쇼맨이 이 기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엔비디아는 골드만삭스나 아폴로 같은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대출을 뒷받침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대출기관의 역할도 맡고 있다. 그렇다면 골드만삭스와 아폴로는 도대체 무엇인가? 골드만삭스는 금융상품 거래와 인수합병 자문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 ETF 발행사 두 곳을 인수하면서 점점 거대한 자산운용사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폴로는 어떤가? 생명보험사이면서 동시에 사모펀드 운용사이기도 하다. […]
최근 금융시장에서 큰 화제가 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스테인 반 니우어버그(Stijn Van Nieuwerburgh) 교수의 새로운 논문에서는 2032년까지 183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설비를 새로 구축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계산했다. 물론 이는 상당히 공격적인 가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정도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면, 미국 경제 규모 대비 자본지출은 과거 미국의 철도 건설 붐과 닷컴 붐을 합친 것보다 더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의 파급효과는 이미 경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
이 모든 상황을 보고 있으면 한 세대 전 록스타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약물인 ‘스피드볼(speedball)’이 떠오른다. 스피드볼은 헤로인과 코카인을 혼합한 약물이다. […]
이제 이 모든 열풍의 가장 뜨거운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무엇이 무너질 수 있을까?”라고 묻고 있다. 사실 이는 교묘한 질문이다. 무엇이든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무엇이 먼저 무너지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너지는 순간 함께 붕괴할 지경에 이르러 있는 다른 수많은 것들이다.

이번 글의 논지를 달리 표현하자면, 달러 시스템도 이미 ‘붕괴 직전’에 놓인 여러 대상 가운데 하나가 아닌지 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쉼 없이 질주하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하는 이 시대의 ‘스피드볼 자본주의’가 지닌 역동성을 생각하면, 과연 ‘달러 시스템’이라는 표현 자체가 지나치게 점잖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상은 ‘달러 시스템’이라기보다 ‘달러 러시’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아니면 달러에 취해 흥분과 도취에 빠진 ‘달러 하이’ 상태라고 해야 할까?
[출처] Chartbook 481 How stable is the profit dollar in an age of “speedball capitalism”?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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