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나이가 되면 이 땅의 ‘싸나이’들은 조국을 위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다.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26개월이다. 제대 후 자신들이 무슨 작전 참모라도 되는 듯이 전쟁(당연히 ‘북괴’와의 전쟁이다)이 발발하면 자신이 속한 부대의 임무는 어떤 것이라고 줄줄이 늘어놓는다. 여전히 군대 용어로 북한은 ‘북괴’이며 북괴와 한 판 붙을 그날을 준비하며 26개월을 보낸다. 그들도 군대에서는 얻을 것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나마 있다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북괴와의 전쟁이고 그 때가 되면 자신은 북한군과 일대 전쟁을 치뤄야 한다는 확고한 ‘주적(主適)’ 의식이 아닐까.
분단은 휴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방비, 한창 나이에 군대로 끌려가는 남성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둔한다는 주한 미군의 존재. 이 모든 것들은 많은 의심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유지되어 왔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무기 수도 우리보다 월등히 많다는 논리에 따라 국방예산은 증가는 있으되 증감은 있을 수 없는 ‘성역’이었다. 율곡 사업이 시작된 74년부터 지금까지 전투기 등 전력 증강을 위해 42조라는 천문학적인 재정이 쓰였다. 하지만 ‘린다 김 사건’처럼 리 나라의 군 무기 관련 사업들은 하나같이 ‘율곡 비리’, ‘백두비리’처럼 ‘비리’와 연루되어 있다. 누구를 위한 전력 증강인지 의심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남한은 70만의 상비군과 304만의 예비군을 확보하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의 병력이 우리 군의 2배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병력 감축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예비군을 포함한 우리 병력은 내전을 치르고 있는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많으며 세계 최강의 규모다. 남한이 해전술로 싸울 생각이 아닌 바에야, 혹은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치르지 않는 바에야 그 많은 군인들을 어디에다 쓸까.
또한 한반도 평화 정착 후에도 주한 미군은 동북아 질서 유지를 위해 속 주둔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존에 주한미군의 역할이었던 ‘북의 남침 억지’가 사실상 필요치 않은 상황에서 계속 주둔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또한 주한 미군으로 인해 우리가 받고 있는 고통들, 정부 예산의 6%에 달하는 3조 6천억원의 주한미군 실질 부담액, 주한 미군 범죄, 환경 오염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것들은 어쩔 수 없는 필요악으로 여겨졌다. 아마 북침이 가능할 정도로 군사적 우위에 있었다고 할지라도 ‘분단’ 이데올로기로 계속적인 국방비 증가와 병력 증가를 주장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 운운하면서 전쟁 억지를 위해 남의 나라 군대가 주둔하고 북괴를 상대로 한 군사 훈련이 진행된다는 것은 모순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좀 더 강력한 군대와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평화를 위해 전쟁을 치른다는 이율배반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 군축은 이뤄져야 한다. 남북의 정상들이 만나고 적이 아닌 대화의 상대로 서로를 인정하고 있다. 그 대화가 단순한 제스츄어가 아니라면 그 우선 순위는 ‘경협’이 아니라 ‘평화 군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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