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황석영 지음

오래된 정원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황석영은 『객지』,『한씨연대기』,『장길산』,『무기의 그늘』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즉 유명한 작가다. 유명작가가 12년만에 발표한 글은 당연히 ‘유명세’를 탈 수 밖에 없다. 더불어 그의 소설은 80년대의 감흥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특별하다. 『오래된 정원』은 89년 방북으로 미국과 독일에서 망명생활 거치고, 이후 5년 여 간의 감옥생활을 마친 ‘그’에게 달려들어 지금을 대화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글이다.

나는 책을 펼치기 전에 각 신문에 연재된 서평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이 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오래된 정원’은 이들이 꿈꿔왔던 이상향을 뜻한다는 기자들의 해석을 읽으며, 나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왔던 이들에게 꿈을 잊지 말자는, 어찌 보면‘뻔한 주제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영화 속의 배경화면으로‘족할‘ 뿐인 80년대에 대해,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갔다.

『오래된 정원』은 18년만에 출옥하는 정치범 오현우가 수배시절 만난 연인 한윤희와의 6개월간의 짧았던 사랑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오현우는 한윤희가 남긴 편지와 일기를 보면서 과거의 기억들, 그들의 사랑과 80년대라는 한 시대의 사건들을 더듬어 간다. 그러나 한윤희는 딸 하나만 남겨 놓은 채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 직계 가족 외에는 면회가 안된다는 이유로 오현우는 18년간 한윤희를 한번도 보지 못하고 소식도 제대로 접하지 못한다. 출옥한 후에야 오현우는 한윤희가 4년전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18년간의 수감생활과 연인의 죽음. 시대가 남긴 상처는 개인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간다. 그러나 시대와 대면하는 오현우의 태도는 건강하기 짝이 없다. 오현우가 한윤희와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던 갈뫼라는 마을로 찾아가 그녀의 글들을 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6일 동안의 기간에 과장된 비애나 분노는 찾아 볼 수 없다. 한윤희와 생전에 미처 해내지 못한 정리와 작별의 의식만이 정연(整然)하게 그려져 있을 뿐이다.

작가는 80년대에 대해 특별한 정의는 내리지 않았지만, 그 시대를 거쳐온 사람들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 지는 보여줬다.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오현우의 담담한 태도. ‘꿈을 잊지 않겠다’는 말없는 다짐은 어떠한 비장한 결의보다 더 결연하게 느껴진다.

작가 황석영은 자신의 수감생활 중에 ‘평상심’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고 한다. 21세기의 벽두에 그는 ‘평상심’을 말한다. 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왔던 사람들 중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꿋꿋하게 서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방강수/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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