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불황과 세계 금융 불안

[세계사회주의 웹사이트] 7/14 닉 빔즈

지난 주 싱가포르 정부가 이 나라의 첨단기술에 기반한 경제가 공식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불황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한 사실은 미국의 경

기 침체가 세계적으로 미치고 있는 파급 효과와 점증하는 세계적 불황의 공포를 분

명히 예고하는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이 1/4분기의 11% 감소에 이어 2/4

분기에는 연 평균 10.1%로 떨어졌다.

동시에 아르헨티나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거나 통화를 평가절하할 것이라는 공포로

인해 발생한 이른바 ‘신흥 금융시장’의 급격한 움직임들은 세계 금융 체제가

1997-98년 ‘아시아 위기’ 만큼이나 새로운 금융 불안을 또다시 야기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부추겼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위기는 이 나라 정부가 달러 외채에서 8억 5천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90일짜리 재무성 채권에 대해 지난 달 9%였던 금리를 14%까지 올

려 발행해야 했던 지난 화요일에 터져 나왔다.

아르헨티나는 전체 신흥시장의 부채 중 약 25%를 지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는 전

세계로부터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브라질에서는 주식시장이 2% 가량 떨어졌고, 미

국 달러대비 통화가치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아시아의 금융시장에서도 채권과 통화가 ‘고전적인 금융 전염(financial

contagion) 양상’으로 설명되는 가운데 팔려나갔다.

런던에서는 비어 스티언스의 수석 유럽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브라운은 클라이언트

들에게 “전염 공포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타남과 동시에 신흥시장 불안을 다시 조

장했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아르헨티나가 시장의 우려 가운데 선두에 서있지만

“터키와 폴란드에 대한 염려 또한 마찬가지로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위기 발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IMF는 4백억 달러에 이르는 국제 금융

지원으로 아르헨티나 정부가 올해 외채 채무 이행을 할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그

러나 그후 만약 아르헨티나 경제가 훨씬 강하게 성장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산수

계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3년 동안 계속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데다,

GDP의 절반과 맞먹는 1280억 달러의 외채를 진 아르헨티나는 현재 미국 경제의 급

격한 침체로 인해 발생한 세계 불황의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훨씬 더 강력한 싱가포르 경제가 불황 속으로 빠져들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싱

가포르 정부는 지난 해 9.9%의 성장률을 기록함과 더불어 올해는 5-7% 사이의 성장

을 예측했었지만 지난 4월 3.5-5.5%로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싱가포르

는 1985년 이래 처음으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예측 속에서

성장률 기대치를 0.5-1.5% 가량 낮추고 있다.

경기 침체는 타이완과 태국이 1/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홍콩과 한국의

경우 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도 펴져 나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정부는 자국 경제만큼은 경기 침체에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수치들은 이미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3천명 이상의 노동자

들이 정리해고 되었지만(지난 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배 가량에 이른다) 지난 5월

수출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거의 7% 가량이 하락했다. 말레이시아 노총은 전자산

업에서 약 1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전체 노동력의 절반이 올해 정리해고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동아시아 경기 부진은 미국의 급격한 경기 하강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

다.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 해 동아시아 GDP 성장의 2/5가 미국으로

의 정보기술 관련 수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제 투자붐은 붕괴되었으며 컴퓨

터와 전자상품과 관련된 새로운 주문은 지난 5월로 올해 약 1/3까지 떨어졌다. 결

국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의 수출품은 2000년 초 약 30%의 연간 성장세를 기록했

던 것과 달리 지난해를 끝으로 1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 경기 하강의 영향은 동아시아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제 독일이 경기

침체의 기로에 서있는 유럽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

이번주 베를린 소재의 DIW라는 연구소는 12개 회원국을 거느린 유럽연합의 생산량

중 약 1/3을 책임지고 있는 독일 경제가 일찍이 올해 2.1%로 예측했던 성장기대치

에 이르지 못하고 단 1%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1.9%에서 단

1.25%로 독일의 성장기대치를 내렸다. DIW는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 경제가 일

본과 미국의 슬럼프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기 침체

계속되는 일본 경제의 침체 과정은 미국에 의해 더욱 악화되어 수출마저 줄어들고

있다. 이번주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현재 흑자폭이 46%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 상황에 대해 논평하면서 실업이 4.9% 상태로 지속되고

있고, 소비 지출이 약하며, 기업의 이윤은 제자리걸음을 치고 있는데, 수출과 생산

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개혁’이라는 공약과 함께 출현한 고이즈미 정부는 경제 ‘구조조정’의 일차적

인 과정이 정부 지출의 삭감을 통한 것인지, 아니면 은행 시스템의 불량 채무를 제

거하는 것인지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자의 옹호자들은 지출 정책이

실패했으며, 현재 이 정책은 경제가 부활되면 물러날 수밖에 없는 집권 자민당의

이해를 위한 버팀목이 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출 삭감 정책의 반대자들은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지 않는다면 은행 구조조정으로

인한 기업의 파산이 이 나라를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게 할만큼의 수준으로 번

져나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은행 시스템에 있어 정부 부채와 악성 채무의 증대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의

금융적 표현일 뿐이다.

현재 GDP의 10%에 성장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는 성장치의 약 2/3에 달하는 재정 적

자는 늘어난 정부 지출의 1/3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경제 성장 하락으로 인한) 세입

감소에 기인한다. 다시 말해 적자는 문제의 징후일 뿐이다.

은행 부채와 관련해서도 같은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 최근 은행이 보유한 악성 부

채 중 최소한 10%가 지난해 발생한 것이다. 이 문제는 경기의 지속적인 하락은 언

제가 건전해질지 모르는 부채가 표준이하가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욱 악화

되고 있다.

처치 곤란 상태의 일본 경기 침체의 본질은 최근 세계 신용 평가기관인 무디스 투

자서비스가 발행한 보고서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이 기관은 일본 경제 회복에 대한

고이즈미 정부의 능력에 회의를 제기하면서 지난해 9월 평가기준인 Aa2이라는 일본

의 신용평가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무디스는 상당한 금융적, 경제적, 정

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GDP의 130%에 이르는 정부 부채가 줄어

들 것이라는 어떠한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무디스는 “일본 경기 침체의 복합성은 단일 정책이나 혼합 정책들로는 이 경

제를 지속가능한 성장 경로에 둘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어떠한 단일 정

책도 확실한 해법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 경제나 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연방준비위원회에도 똑

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는 인상된 금리가 미국

경기 침체의 원인이 아니며, 따라서 금리 인하는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할 것

이라는 데 있다.

사실 자본 투자,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투자 하락과 그로 인해 폭발된 세계 경

기 침체는 지난 2월까지의 금리 인하로 인한 결과가 부분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위 아시아 금융위기가 1998년 9월 당시 미국의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탈의 붕괴와

더불어 본연의 세계적 특성을 보여주었을 때, 연준은 은행과 금융 체제의 ‘체계적’

위기를 막기 위해서 미국 금리 인하를 단행했었다.

하나의 결과로서 이미 발전하고 있는 주식시장 붐(그린스펀은 1996년 12월 경 이를

‘비이성적 열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첨단기술과 통신분야에서 광범위한

과잉투자를 이끌면서 강화되었다.

아시아 위기를 막아내고 미국의 경기 부양을 촉진하는 듯한 연준의 외관상의 능력

은 ‘신경제’가 탄생했다는 주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전의 모든 투자

붐에서도 그러하듯이 본질적으로 투기적 이윤이 새로운 시대를 구성했다는 그 환상

은 곧 자본주의 경제의 냉혹한 현실에 부딪혔다. 지난해 중반 투자 감소와 급격한

경기 침체를 낳으면서 이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3년전 연준은 일련의 금리 인하 단행을 통해 세계 위기를 막아낼 수 있었지만 근본

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건들지도 못했다.

1997-8년 ‘아시아 위기’는 세계 주요 경제 부문에서의 과잉 성장과 결과적으로 이

윤율에 대한 압박의 표현이었다. 연준의 금리 인하에 의해 1990년대 후반 전세계

GDP의 40%를 차지하며 급속히 성장한 미국 경제는 그 영향을 지연시켰을 뿐이었다.

그러나 한 방의 아드레날린이 질병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없이 인간의 몸을 단기간

복돋우는 것에 불과하듯이 연준위의 금리 인하는 위기를 촉발시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단기적인 구제를 제공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그것을 강화했다. 동아

시아의 불황이 다시 엄습하고, 세계 금융 시장에서 또다시 불안이 감돌고 있는 것

의 근본적인 중요성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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