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노총(KCTU),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남아프리카노동조합회의(COSATU), 브라질의 단일노동자연맹(CUT)과 세 나라의 노동연구소 사이의 제4차 연대·교류 회의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에 걸쳐 독일 베를린 근교에서 열렸다.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은 몇 차례 만나 서로 낯익은 사이어서 포옹으로 인사를 나눌 정도로 동지적인 친숙함을 나타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3대륙에 위치한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노동운동 사이에 이루어진 교류 활동은 국제 노동운동에서 새로운 연대의 지평을 열어갈 바탕을 마련하게 되었다.
*한국·남아공·브라질 노동운동의 연대
‘한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노동운동 발전을 위한 연구·정보교류 프로그램’은 지난 95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친 각국 방문을 통해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독일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그 동안의 사업을 평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세우기 위한 모임이었다.
제3국 노동운동의 교류와 연대 촉진 노력은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브라질·남아공은 다 같이 제국주의 통치를 경험했던나라들이다. 특히 브라질과 남아공은 3백년이 넘는 긴 기간에 걸쳐 식민지지배를 당했다. 또한 세 나라는 현재도 개발도상국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구조적으로 종속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화’의 높은 파고를 맞아 매우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다.
이런 역사와 현실 속에서 세 나라의 노동운동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제국주의와 독재권력에 대해 치열하게 항거한 공통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특히 남아공 노동자들은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로 불린 극심한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여 무장투쟁까지 감행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도 3국 노동운동은 자본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강도 높은 기업의 합리화공세에 부닥쳐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도 21세기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전략을 모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연대의 틀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3국 노동운동 교류와 연대의 성과
이번 회의의 주요 프로그램 내용을 간추리면 이러했다. 95년부터 시작된 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비롯하여 ‘세계화’에 따른 고용구조 변화와 단체교섭에 끼친 영향,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력체제, 노조 개혁과 국제 노조운동 정책 등이었다. 논의의 초점은 지난 3년 동안에 걸친 교류·연대의 성과에 모아질 수밖에 없었으며, 각국에서 진행되는 노동상황 변화와 노조의 대응 방향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참가 대표들은 3국 노동운동 교류·연대의 성과에 대해 다양한 견해에도 불구하고 큰 가닥에서는 대체로 일치했다. 세 나라 노동운동에 대한 상호이해를 증진할 수 있었고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시야를 갖게 되었다는 점, 각국의 정치·경제·사회·노동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 이를 통해 상호 관계를 강화했으며 네트워크를 마련했다는 점, 세계화에 대한 대응전술 개발을 공동으로 모색하게 되었다는 점, 연구기관들의 교류를 통해 조사·연구사업의 폭을 넓히게 되었다는 점, 노동운동의 장기전략과 국제 노동운동 발전을 위한 논의의 폭을 넓히게 되었다는 점 등 이 그것이었다.
아울러 프로그램 진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도 함께 지적되었다. 세 나라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 위치하고 있어 오가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고, 언어의 장벽 때문에 의사소통에서 큰 불편이 따랐을 뿐 만 아니라 교류의 폭이 좁은 범위로 한정되었다. 또 정보교류가 정기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사전준비도 매우 허술했을 뿐 아니라 코오디네이터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다. 그리고 토의가 집중화하지
못했고 공동연구 계획이 시행되지 못했으며, 각국이 위치한 대륙의 국가들에 대한 정보를 포괄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공동전략이나 실천프로그램이 모색되지 않았으며 세계화에 대한 대응에서도 구체적인 방책을 도출하지 못했다.
*국제주의는 노동운동의 원칙
자본의 세계화에 대응하여 노동운동에도 세계화 시대는 오는가. 노동운동의 국제적 연대와 통일을 위한 노력은 19세기 중반 무렵부터 추진되었다.
현재도 세계적 차원에서나 지역적 차원에서 그리고 연대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대륙을 잇는 3국 교류는 또 다른 하나의 연대유형을 드러낸다. ‘제3세계’ 또는 ‘남-남’ 차원의 연대 움직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독일에서 열린 4차 회의에서는 지난 3년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3국 교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방책들이 폭넓게 논의되었다. 노조중앙조직 차원에서는 장·단기 프로그램의 개발과 2000년 국제자유노련(ICFTU) 총회에 대한 대비, 다국적기업에 대한 대응을 비롯한 공동행동을 추진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연구기관들의 중심 역할로는 세계화의 영향분석과 그 대응책 강구, 국제적인 노조 정책 수립, 고용문제를 비롯한 주요현안에 대한 정책 마련 등이 결정되었다. 교류의 범위 확대를 위해 일노동조합총연맹(DGB)과 네덜란드노동조합총연맹(FNV) 그리고 국제산별연맹의 참여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아무튼 3국 노동운동 사이의 교류와 연대는 정착 단계에 들어섰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갈 것이 틀림없다. 3국 노동운동 연대가 국제 노동운동의 이단으로 치부될지 그렇지 않으면 조직된 ‘제3세계의 목소리’를 내게 될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자본의 세계화가 불러일으키는 공세가 맹렬한 판국에, 노동운동의 국제주의 실현을 위한 움직임은 더욱 고양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세 대륙을 잇는 노동운동의 교류·연대는 그 폭과 차를 넓히고 높이면서 자기 전망을 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저 자]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출 처] 매일노동뉴스
[발 행 일] 1998.11.17
[발 행 처]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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