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교육이 끝났을 때는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바다장어 구이’를 꼭 사 먹여서 보내야 한다고… 그래야 형수님한테 칭찬 듣는다고… 안면이 있는 노조 간부들이 나를 거리로 끌고 나갔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근처의 상가를 걷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최근 구조 조정 바람이 일고 있는 공기업 노동조합이었다.

“우리 내일 아침부터 파업에 들어갑니다. 오셔서 파업 시작하는 강의 해주셔야겠습니다.”

“조정 신청했다는 말 없었잖아? 쟁의행위 결의는 언제했는데?”

“우리는 필수공익사업장이어서 어차피 합법적으로는 파업이 불가능합니다. 이판사판으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쟁의행위 결의고 뭐고 다 안했습니다. 오늘 결정하고 내일 아침부터 바로 시작해 버려야지요.”

나는 가겠노라는 약속을 하고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내 인적사항 알려줄 테니까 행정관청에 ‘단체교섭·쟁의행위 지원신고’ 해 주세요.”

위원장은 당연히 “그게 뭐냐?”고 되물었고 나는 구차하게 설명했다.

“예전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이 그렇게 바뀌었는데 운운…”

허겁지겁 서울로 올라와, 다음날 아침 파업 농성장에 도착해서 노조 위원장부터 만났다.

“행정관청에 지원신고 했습니까?”

“아니요. 어차피 불법파업인데요. 뭐…”

“이 사람아, 그거 안하면 자네가 걸리는 게 아니라, 내가 걸리는 거야.”

“그런 거였어요? 어떻게 하지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그냥 해야지. 이 사람이, 남의 밥줄 끊어놓을 일 있나…”

우리는 모두 웃었다.

다른 나라 노동법에 유례가 없었다는 ‘제3자개입금지’ 조항은 아직도 우리나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에 [노동관계의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남아있다. 사전에 행정관청에 신고하지도 않고 파업 현장에 찾아가 “여러분 승리하십시오!”라고 한마디 했다가는 3년의 징역형이나 3천만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검찰이 조폐공사의 파업을 유도한 행위는 ‘기타 법령에 의하여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에 해당되지 않는 한 [노동관계의 지원] 조항을 위반한 것이어서 처벌을 피할 도리가 없다.

검찰은 조폐공사의 파업을 유도한 행위가 ‘법령에 의한 정당한 행위’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든지, 아니면 그것이 노동법을 위반한 범법행위인지 밝혀야 한다. 둘 중의 하나에 속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공안 관계자들이 실무협의회에서 노조의 파업을 유도한 행위는, 다른 것은 몰라도 명백히 [노동관계의 지원] 조항 위반이다. 노동자들에게만 엄격하게 들이대는 노동법의 잣대를 검찰이 얼마나 공정하게 행사하는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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