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인들이 마침내 자신들의 독립을 결정하는 투표를 끝냈다. 억압과 공포를 이겨낸 단결된 행동이었지만 아직도 동티모르의 민중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 30일 인도네시아로부터 동티모르의 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90%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비교적 평온하게 끝났다. 유엔 관계자들은 동티모르 전역의 850개 투표소 가운데 7개가 일시 폐쇄됐을 뿐 우려했던 치안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투표 감독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비교적’ 평온했을뿐이다. 투표가 시작되기까지 독립을 반대하는 민병대와의 충돌로 수십명이 숨지고 6만여명이 고향을 떠났으며 투표 당일에도 유엔 감독요원인 현지인 조엘 로페스고메즈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개표에는 일주일 가까이가 소요되었다. 이 와중에 폭력사태는 격화되었고 지난 1일 주도 딜리의 동티모르 유엔감시단(UNAMET)건물 밖에서 최소한 3명이 숨졌다. 친 인도네시아 민병대들은 이날 폭력사태를 피해 UNAMET 건물 외곽지역에 피신해 있는 주민들에게 총기를 발사해 젊은 청년 2명이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으며 나머지 1명은 흉기에 찔려 숨진채로 불에 태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개표결과는 투표자의 3/4 가량이 자치가 아닌 완전독립을 지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결과도 폭력의 격화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6일 이른 아침 독립지도자 카를로스 벨로 주교가 민병대에 의해 총상을 입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 서방 외신기자들도 대부분 동티모르를 떠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B J 하비비 대통령은 7일 마침내 동티모르 일원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번 계엄령 선포는 주민투표 이후 독립에 반대하는 민병대들의 총격과 방화 등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를 보여온 동티모르의 질서를 조속히 회복하라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력에 따라 취해진 것이다. 이에 앞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하비비 대통령은 동티모르 사태와 관련,질서회복을 위한 `추가조치’를 취하는데 동의했으며 이같은 조치에는 계엄령 선포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한편에서는 동티모르 독립의 상징적 인물인 사나나 구스마오가 7일 가택연금에서 풀려났다. 유엔에서는 평화유지군과 같은 물리적 수단도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다.
저 앞에 독립과 희망의 빛이 있지만 내일을 알 수 없는 암흑 속에 가슴을 졸이고 있는 것이 대다수 동티모르인들의 현재이다. 그러나 지나온 억압의 세월에 대한 기억이야말로 동티모르 민중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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