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노동자 이상관씨의 자살 사건으로 불거지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노동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단이 ‘자문의사협의회’를 신설 하는 등 자체 운영 개선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 산재관련 단체들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으나 “근본적인 개혁은 여전히 멀었다”는 반응이다.

* ‘자문의사협의회’ 구성 제도보완

근로복지공단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자문의제도의 문제점을 보완을 위해 ‘자문의사협의회’를 신설키로 했다. 즉 근로복지공단 규정을 개정해 ‘치료 종결심의협의회’를 폐지하는 대신에 자문의사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 이에 각 지역별로 요양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공단 각 지사별로 5∼10인의 전문과 목별 의사를 위원으로 위촉해 매월 1회 이상 정기회의 및 수시회의를 갖는 다. 공단은 협의회 결정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노동계 및 경영계의 추천 위원을 각 1인 이상 포함할 방침이라며 8월말 한국노총, 경총 등에 위원을 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자문의사협의회’의 기능은 주치의와 자문의간의 의학적 소견에 차이가 있을 경우 ▲치유여부 및 치유시기 판단 ▲업무상 질병 여부 ▲기타 요양 및 보상에 관한 사항 심의 등이다.

이에 따라 공단의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치료종결심의위의 역할이 ‘자문의사협의회’로 넘어가게 됐고, 진찰조차 하지 않고 환자의 상태를 가 려내던 자문의제도의 문제점을 ‘협의회’가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 인체공학 등 타분야 전문가 참여 기회 열어

이러한 공단의 ‘협의회’ 구성 방침과 관련해 한국노총은 지난 10일 우선 자문의와 자문의사협의회와의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기존의 자문의가 협의회에 포함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특진 요구에 대한 산재노동자들의 불편과 불신이 높다며 특진기능을 협의회의 기능 속에 포함해 줄 것과 업무상 질병여부 판단, 요양 및 보상 등 심의사항에 대한 최종 의결기능을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힐 것을 제기했다. 특히 ‘협의회 ‘가 의학적 분야 이외의 인간공학, 산업심리학 등 타 분야에 대한 자문을 필요로 할 경우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위해 제반 규정 등을 새롭게 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한국노총의 요구에 대한 공단측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한국노총도 이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 “근로복지공단 서비스기관으로 재탄생해야”

그러나 민주노총 등에서는 “공단측이 일부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했다고는 하나 근본적인 개혁에는 훨씬 못미치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공단에서 선임한 자문의 제도에는 상당한 문제가 많다며 주치 의·자문의간의 이견이 발생할 경우 이를 조정, 결정할 수 있는 ‘협의회’를 두기로 한 것은 다행이지만,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자문의의 대폭적인 교체와 노동계가 추천하는 자문의의 대폭 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또 현재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자문의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들이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사단체에서 추천 하는 1∼2인을 협의회 구성에 포함시킨다고 하더라도 공단이 추천하는 사람들과 비교할 때 여전히 수적으로 열세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이밖에도 근로복지공단의 근본적 개혁과 관련해 가장 핵심으로 꼽고 있는 것은 “공단이 산재보험을 수급하는 기관이 아니라 관리운영하는 서비스 기관이라는 점을 모든 직원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 적하고 있다. 노동부 업무가 근로복지공단으로 이관되면서 사람들도 큰 변화 없이 옮겨오고, 관료적, 행정편의적 운영 양태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 공단을 대하는 노동자들의 가장 큰 불만인 것이다.

“산재보험보상법상의 절차에 대해 평소 때는 관심을 갖지 않다가 실제 산 재를 당하게 되면 이를 잘 몰라 불편을 겪는 일이 많습니다. 당연히 이를 잘 알고 있는 공단 직원들이 산재환자에게 그 절차를 상세히 알려주고 몰라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상관씨의 경우도 가족들에게 재심절차 등에 대해 공단 직원 중 한 명이라도 제대로 설명해주었더라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는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올해에만 산재노동자 자살이 18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방치한 것이지요. 물론 이 문제는 산재노동자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구조와 연결돼 그 책임이 공단에만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들이 자살로까지 몰리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단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민주노총 관계자의 지적은 제도개선을 모색중인 근로복지공단이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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