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개막해 사흘간 열린 대구라운드는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과 시민운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투기자본규제와 개발도상국 외채문제해결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번 대구라운드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본질과 IMF의 역할,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 등에 대해 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대구라운드는 국내 보다는 국제적으로 더 높은 관심을 끌었는데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유럽지역 과 외환위기를 경험한 아시아권에서 단체들이 대거 참여했고 일본 ·멕시코·중국·남아공 단체들도 참가했다. 유엔의 UNCTAD UNESCO까지 포함하면 대구라운드에 참가한 국외 단체는 34개에 달했고 이외에 러시아와 베트남에서 참가한 패널리스트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대구라운드에서는 세계외채문제의 현단계와 향후 과제, 자본자유화와 국제투기자본의 실태와 대책,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와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성장,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평가와 개혁방안, 시민행동계획 등을 각각 주제로 삼아 4개의 라운드가 열렸고 3회로 나누어 진행된 시민특강에서는 자본의 세계화와 시민사회의 대응방법 그리고 세계시민사회운동의 조류와 과제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무엇보다도 악성외채와 국제투기자본에 대응하는 시민적 컨트롤 시스템 구축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참가자들은 우선 악성외채와 국제투기자본문제가 ‘발등의 불’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대책으로는 토빈세의 도입, 국제금융기구의 개혁 나아가 IMF 해체와 모든 국제협상에 NGO 참여 보장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심을 끈 대목은 기존 국제금융질서를 개혁하는데 있어 채권국들의 ‘시혜적 조치’를 기대하기 보다는 기존 국제금융질서의 최대 피해자인 ‘가난한 나라’의 시민들이 직접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전체 라운드의 기조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IMF와 미국 재무부는 자유무역과 자본의 자유이동을 혼동해 투기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치함으로써 아시아국가들의 경제위기를 불러 일으켰다. 새로운 세계금융질서가 필요하며 시민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자그디쉬 바그와티 콜롬비아대 교수의 기조연설과 “이제 한국의 시민사회는 세계경제정의 구현의 문제를 시민 자신의 생활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초국적 자본이 벌이는 게임으로 인해 정부는 운신의 폭을 크게 상실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역량을 통해 세계금융질서 개혁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김영호 대구라운드 한국위원회 위원장의 초청의 변은 대구라운드의 성격을 분명하게 설명해준다.

대구라운드는 참가자들의 이러한 공감대를 기초로 마지막 라운드에서 ‘시민행동계획’을 채택했다. 국제금융질서의 개혁과 외채문제 해결 방안마련은 물론 IMF의 잘못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참가단체들이 공동대처하고 나아가 대구라운드 정신에 동의하는 단체들이 세계 네트워크망을 구성하자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덧붙여 최근 금융노련이 추진중인 국내 IMF프로그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지지도 선언했다.

대구라운드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개최한 국제적 행사였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국내 시민단체들의 참여가 더 적극적이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주최측은 지난 5월 국내 대회 이후 ‘유명’ 시민단체들의 동참을 추진해왔지만 외채문제 등에 관한 견해 차이로 관심을 끌지 못해 명망있는 시민운동 리더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이는 주최측의 ‘노하우 부족’ 탓이지만 자본자유화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인식부족과 국제연대에 대한 전망부재, 주도권 문제에 예민한 풍토 등이 작용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실제 많은 시민단체들은 IMF체제가 들어선 이유를 자본의 자유화에서 찾기 보다는 국내산업구조에서 찾고 구조조정 문제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대구라운드가 국제금융질서 개편을 위한 국제NGO 연대라는 틀에 한국 NGO의 위상을 확보하고 한국 시민단체들에게 악성외채와 국제투기자본문제가 ‘발등의 불’이라는 점을 인식시켰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업적’으로 꼽힌다.

대구라운드는 한국의 시민단체들에게 많은 과제를 제시했다. ‘발등의 불’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또 국제적 NGO연대가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힘’이 되도록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세계사적 변화와 국제적 연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등 과제의 내용은 다양하다.

이런 점에서 대구라운드는 국내 시민운동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셈이며 따라서 행사진행상 미진한 점이 없지 않지만 “해냈다”는 그 자체에 먼저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이용성 기자 yslee@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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