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보건복지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은 어느 누구도 만족하기 어려운 사
태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의 근본은 보건의료인적재원 형성에 대한 정부의
근시안적 시각과 양의학과 한의학의 분리에 있다. 또한 지역토호의 정치적
입신을 위해 의학 관련과의 남발에도 있다. 정부는 반드시 이전의 정책에
대한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될 것이다.
■ 한약사 시험 첫발부터 파열음 ■
제1회 한약사 시험을 둘러싸고 관련 대학과 단체들이 각기 다른 주장을 내
세우며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한약사시험 응시원서 접수를 10여일 앞두고 지난 17일 `한약
관련과목의 범위와 이수인정 기준’을 전격 발표하자 한국약학대학협의회,
대한한의사협회 등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약대협의회는 소속 교수 300
여명이 지난 19일 성명을 내어 “복지부가 한시적으로 응시자격 요건이 주
어진 약대생 2000여명의 응시기회를 박탈하는 월권을 행사했다”며 발표내
용을 전면 백지화하지 않으면 교수직을 총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한의사협
회도 전국 이사와 비상대책위원장 연석회의, 긴급 대의원총회 등을 잇달아
열어 복지부의 발표 내용이 “개정 약사법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규정
하고, 약대 졸업생의 한약사 면허 취득 저지를 위한 법적 투쟁과 대국민홍
보에 나서기로 했다.
순천대 한약자원학과 교수와 졸업생 150여명과 폐지된 상지대 한약재료학
과 졸업생 50여명도 `생존권’ 등을 이유로 “한약사 시험 응시자격을 주지
않으면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복지부가 지난 94년 약사법 개정 때 한약사 제도를 처음 도입
하면서 한약사 시험 응시자격과 관련해 법정 20개 과목만 확정하고 나머지
는 `소관 대학의 자율’에 맡긴 데서 비롯됐다. 복지부는 96년 경희대 등 3
개 대학에 한약학과가 처음 설치되자, 97년2월 약사법을 다시 개정해 한약
사 응시 자격요건을 한약학과 졸업생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경과규정으로 95·96년 약대 입학생들과 한약 관련학과 졸업생들도
법정 20개 과목을 포함해 한 약 관련과목 95학점을 이수하면 한약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 `분쟁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부터 한약 관련과목을 정하기 위해 한약학과와 약학과
등에서 관련자료를 제출 받아 올해초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한약 관련과목 선정작업을 맡겼다. 하지만 국시원이 이를 포기하자 지난여
름 한약학과와 약대 교수들로 `한약 관련과목 심의위원회’를 구성했으나,
교과 과정이 다른 전국 20개 약대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 등 어려움으로 약
대 교수들이 이탈해 다시 무산됐다.
결국 복지부는 경희대와 원광대·우석대 등 한약학과가 설치된 3개 대학에
개설된 한약학과 전공과목 71개를 모두 한약 관련과목으로 인정하는 `손쉬
운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조처는 한시적으로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을 갖게됐던 한약학과 이외의 학생 대다수에게는 사실상 응시자격
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복지부가 97년 약사법 개정 때 서둘러 한약 관련과목을 선정했다면 줄어들
수도 있었던 이들 단체의 반목을 복지부가 어떻게 추스려 나갈지 주목된다.
(한겨레신문,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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