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2일 ∼ 1999년 11월 28일 : 제315호

전기불 없는 밀레니엄 축제

국민 1/3 새천년 맞이 해맞이

나설테지만 어떤소동 생길지 몰라

기업·한전·통신·금융기관 중

누구도 Y2K문제 해결 장담못해

당국의 예상대로라면 오는 2000년 국민의 1/3 정도는 동해안에서 일출

을 보면서 새해를 맞게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해맞이 축제를 위해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 모일 서울 시민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의 동해안에 접한 지방자치단체가 고장의 명예를 운운하며 관

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어서 해맞이 행사를 치를 장소만도 줄잡아 20

여 곳이 넘는다. 작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예산으

로 대규모 공사를 기획하고 있다.

그렇다. 기획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실제로 공사에 들어

간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제 남은 석달 남짓에 우

리는 엄청난 졸속공사 속에 새 천년을 맞게 된다는 뜻이다. 예산도 잡

아 놓았을 뿐이지 결정된 것은 아니다.

예산 타령으로 제방 8백미터를 쌓지 않고 그냥 방치했다가 지난 여름

물난리를 겪은 문산읍의 어이 없음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의 새 천년

은 날림으로 만들어진 부실 건축물이나 시설 앞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저 대형 사고나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과연 이런 축제가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안타깝게도 연말 연시에 동

해안으로 일출을 보러 가려는 사람은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가야 한

다. 12월 31일부터 1월 3일까지 모든 금융기관에서 카드 사용이 불가

능하기 때문이다. 수표 조회도 안된다. 당연히 터미널이나 기타 공공

장소에 설치돼 있는 현금지급기 역시 사용할 수 없다.

국내 모든 금융기관이 Y2K 문제로 발생할 지도 모를 금융혼란을 최

소화하기 위해 이 기간 동안 모든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예전처럼 추석이나 다른 명절 때처럼 단지 은행이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은행 전체의 모든 업무가 정지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동해로 향하는 사람들의 주머니 속 현금을 노리는 집

단이 있지 않을까 싶다. 빈틈만 생긴다면 국제 원정도 마다하지 않았

던 이 직종 종사자들이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넘길리 없기 때문이다.

무릇 근신할 일이다.

객지에 나가는 분들은 필히 비상용 조명기구를 준비할 것을 권해 드

린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깜깜한 밤을 보내

야할 경우를 대비하시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이 나라의 전기를 총괄하

고 있는 한국전력이 Y2K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발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발표가 있었다 하더라도 실제 100% 완전한 해결

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

Y2K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호언한 기업들, 한국통신, 일부 은행

들은 강심장을 가진 집단으로 보인다. 내로라하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

도 감히 그런 장담을 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만약에 발생할 문제에

법적인 비상구를 만들어 놓고 싶어 내적으로 어느 정도 대비를 했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을 바깥에 발표까지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

인다.

한전도 이런 연유로 아직까지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 속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전력 공급에 대해

어느 누구도 확답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저 연말연시를 전기중단

소동없이 지나가기를 빌 뿐이다. <끝>

<선세갑 시민사회네트 사무처장 sunbe@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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