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13일 ∼ 1999년 12월 19일 : 제318호
대중교통 ‘쥐꼬리’ 투자로 서비스 악화
건교부 예산안에 대중교통 투자는 10%
지하철 제외하면 0.15%에 불과
시내버스 운행시간 초과율 최고 237.5%
운행간격 준수율은 55%에 그쳐
정부가 대중교통부문에 대한 예산배정에 극히 인색, 대중교통 서비스
를 개선해 교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지
적됐다. 또한 이를 반영해 서울시내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와 지하철이
정시성과 적절한 운행간격 등 교통수단이 기본적으로 충족시켜줘야
할 요건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건교부 교통예산 중 97% 이상을 차지하는 교통시설특별회계(교
특회계)의 2/3가 도로건설을 위한 도로계정에 배정된 반면 도시교통난
의 대안이라 할 수 있는 대중교통투자는 교특회계에 별도 계정도 없
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건설예산을 제외하면 0.15%에 그쳐 교통투자에
대한 방향설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2000년 교통시설특별회계에 의한 건설교통부 소관 예산 11조3천2백81
억원중 도로계정에 배정된 예산은 7조5천5백71억으로 교통예산의
66.7%에 달하는 반면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는 건설교통부의 세출예산
중 철도계정에 지하철 건설을 위한 도시철도부문으로 1조1천9백35억
원이, 광역교통시설 계정 내에 환승주차장 등과 대중교통시설 항목으
로 1백77억원이 배정돼 있어 총 1조2천1백12억원으로 10.6%에 불과하
다.
교특회계에 대중교통계정 신설해야
이는 교특회계법상 회계가 도로·철도·공항·광역교통시설·항만계
정으로 분류돼 대중교통에 대한 계정 자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시행
규칙상 교특회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통세의 배분비율이 도로계정
에 67.5%, 철도에 18.2%, 공항에 이에 대해 녹색교통운동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누차 지적해 지난해 4
월에는 건교부가 교특회계에 대중교통계정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법개
정을 추진하다가 중도에 철회해 내년 예산에도 대중교통개선을 외면
하는 교통투자정책기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녹색교통운동
이 지난해 교통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존의 계정
외에 시내버스·도시철도·교통안전·연구개발 계정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반면, 응답자의 70% 이상이 도로투자를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던 사례를 볼 때 교특회계법상 계정분류와 배분비율은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녹색교통운동 주최로 열린 ‘공공교통 육성과 발전방향에
대한 토론회’에서 녹색교통운동의 민만기 사무처장은 이같이 교통투
자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도로, 공항 등에 대해서는 투자의 수익성
을 따지지 않고 정책적 판단으로 공공투자에 의해 결정하면서 일반국
민에게 더욱 필요한 부문인 철도나 공공교통사업에 대해서는 독립채
산제를 전제로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메카니즘은 시정돼
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대중교통에 대한 공적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자동차와
도로 위주로 투자가 이루어지다 보니 대중교통서비스저하와 이에 따
른 승용차 선호로 발생하는 교통혼잡이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녹색
교통운동이 최근에 조사한 서울지역 시내버스와 지하철 서비스수준조
사에 따르면 버스는 운행소요시간과 운행간격 등 정시성 면에서 심각
한 문제를 드러냈고 지하철도 연착, 도착시각 안내 및 소음도 측면에
서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를 통과하는 시내버스 4개 노선(222번, 30번, 157번, 59번)의 운행
소요시간 조사결과, 운행인가 소요시간이 1백4분인 30번 버스의 경우
저녁시간대에 무려 2백47분이 걸림으로써 운행인가 소요시간을 최고
2백37.5% 초과했다. 4개 노선의 아침평균 초과율은 1백14.8%, 평시가
1백10.9%, 저녁시간은 1백82.8%의 초과율을 보여 저녁시간대에는 평
균적으로 거의 두 배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도로
따지면 저녁의 경우 평균 10.0km/h로 인가기준인 평균 18km/h에 크
게 못 미쳤으며 전용차로가 끊어지거나 고가도로 등으로 전용차로가
제 역할을 못하는 구간에서는 최저 1.2km/h(압구정로)를 기록했다.
승용차 선호 부추켜 교통난 악순환
이렇게 제 속도를 낼 수 없다보니 당연히 운행시간간격도 지키지 못
하게 된다. 37개 노선 조사결과 규정운행간격 준수율은 55.1%에 불과
해 시내버스를 제시간 내에 타는 경우는 절반에 그쳤다. 영등포역에서
조사한 123-1번의 경우 기준 운행간격인 18분에 21분 이상 초과하는
경우도 5% 차지해 최대 40분 가까이 버스를 기다리는 경우도 조사됐
다.
또 지하철도 버스만큼은 아니지만 4호선 ‘창동→충무로’구간의 경
우 기준 운행시간은 24분이지만 출근시간대에 최대 10분가량이 늘어
난 33분 38초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었고 전체조사열차 1백15대 중 기
준시간보다 1분이상 연착한 열차가 60대에 달했다. 또 다른 서비스인
국철 도착시간 예고안내나 차량 행선지를 안내하는 시스템에도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하철 소음의 경우, 플랫
폼에서 측정했을 때 1∼5호선 평균 약 80데시벨(dB), 차량 내부에서
평균 76dB로 나타났고 최대소음이 99dB을 기록한 곳도 있었다. 80dB
이상의 소음에 노출될 때 혈관수축반응이 나타나며 90dB이상에 장시
간 노출될 경우 난청과 무력감을 줄 수 있는 정도이므로 지하철 소음
의 정도는 매우 심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녹색교통운동은 버스의 경우 “시내버스 우선 처리체계와
버스 도착안내 시스템의 도입, 중앙전용차로제 등의 교통운영시스템을
도입하고 세금감면과 직접지원 등이 이루어져야”하며, 지하철의 경우
“근본적으로 부채가 쌓여 경영이 악화돼 서비스를 제약할 수밖에 없
으므로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상헌 기자 now@kngo.net>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