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13일 ∼ 1999년 12월 19일 : 제318호

탐 방 풀뿌리 시민단체

여성평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성차별 폭력에 억울한 여성들 오세요”

무료 법률 상담 및 구제 활동 구슬땀

서울여성의전화 산하모임 95년 결성

“가정폭력·성차별로 고통당하면서도 법을 잘 모르거나 소송비가 없

어 권리를 포기하거나’ 억울함을 참는 여성들이 너무 많아요. 이런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가부장적 문화가 지배해온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의 희생자였고, 사

회에선 끝없는 성차별에 시달려야 했던 론·상담으로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는 여성평화를 위한 변호사 모

임’(이하 모임) 박인제 위원장의 말이다.

서울여성의전화 안에 변호사모임이 생긴 것은 지난 95년. 피해여성들

이 현실적으로 법을 몰라 권리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92년말부터

무료법률상담을 해오던 서울여성의전화 내 변호사들과 실무자들이 모

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13명의 변호사를 규합, ‘여성평화

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법조계 내에서도 여성관

련 소송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분야여서 큰 용기가 필요했다.

모임은 무료 법률상담 및 법률구조를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소속 변호

사들이 번갈아 매주 월요일 상담을 맡으며, 상담자 중 소송을 원하면

대행하기도 한다.

모임은 가정폭력이나 여성인권 현안에 대한 연구와 여성인권 관련 법

률개정에도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여성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벌여온

성폭력특별법과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운동을 배후에서 지원한 것도 바

로 이들이다.

요즘엔 별거 법제화와 부부별산제를 연구 주제로 잡고 지속적으로 세

미나를 갖고 있다. 내년엔 이를 주제로 토론회도 가질 예정이다.

모임의 변호사들은 한국 여성인권이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말한다. 박 위원장은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됐다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며 사회와 이웃의 관심을 촉구했다. 심지어 폭력을 참지못

한 여성들이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까지 있는데 경찰은 물론 이웃이나

친지도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특히 올해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황혼이혼에 대한 상담

을 하고도 막상 실천하지 못하는 분들의 사례가 가장 안타깝단다.

가정폭력을 막을 수 있는 교육의 미흡함도 이들이 아쉬워하는 바다.

우리 사회의 대화부족 현상이 가정폭력을 심화시키는 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특별한 소신이 있어야 합니까? 해야 하는 거니까 하는 거지.” 91년

변호사가 되면서부터 무료법률상담을 시작해 열성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일숙 변호사의 말이다.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혜택받은 계층이

니 자원활동 등 사회환원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한달에 한번씩 상담에 나오는 다른 회원들과는 달리 매주 화요일마다

상담을 하는 최 변호사는 “사연이 너무 기구해 잠 못드는 화요일 밤

이 많았고 무던히도 울었다”며 “여성 인권이 법적으로는 많이 향상

됐지만 삶은 별 차이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남성중심 가부장 문화

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사회의 저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법조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봉사하려는 이들도

많죠. 저희들의 노력이 아직 수요를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희망을 가지

고 지켜봐주십시오” 법조인들의 사회참여에 앞장서겠다는 박인제 위

원장의 다짐이다.

<강혜정 기자 kanghj@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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