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13일 ∼ 1999년 12월 19일 : 제318호

장애인 고용법안 표계산에 무산위기

고용촉진법 직업재활법 놓고

정부·장애인계 의견 엇갈려

장애인 고용관련 두 법안을 놓고 정치권·장애인계·사용자 단체가

두갈래로 갈라져 단일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정부·여

당은 총선을 의식해 표계산을 하느라 늑장을 부리고 있어 장애인 복

지가 뒷걸음질 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장애인단체 간부는 “두 법안의 주안점이 달라 장애영역별 단체

사이에 이견이 있긴 하지만, 여론 수렴을 거쳐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문제”라며 “법 개선이 지지부진한 것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장애

인계의 눈치를 보며 단일안 마련을 미루고 있는 탓”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정치권은 마치 경주를 하듯 각 법안을 상임위에 올렸다. 국회

보건복지위가 지난달 29일 직업재활법(수정)안을 통과시키자, 환경노

동위는 바로 다음날 고용촉진법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 8

월 단일안을 만들라는 대통령 지시 뒤 넉달을 끌던 장애인 고용관련

단일법안의 연내 제정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이같은 다툼의 이면엔 ‘돈’이 개입돼 있다. 여당과 총리실이 주도해

만든 직업재활법안은 소관부처를 보건복지부로 하되, 장애인고용촉진

기금 운용권을 노동부장관에게 줬다. 기금은 고용촉진(67%)·직업재

활(33%) 계정으로 운용토록 했다.

노동부가 제출해 환노위가 의결한 고용촉진법개정안은 기금의 고용촉

진계정 분배율을 70%로 규정, 차이를 보였다. 결국 기금의 3%를 노

동부 관련 사업에 쓰느냐, 복지부 관련 사업에 쓰느냐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 노동부는 장애인 고용문제는 노동문제기 때문에 당연

히 노동부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밥그릇 지키기’란 비난을

받는 대목이다.

단일안 마련이 늦어지면서 두 법안을 싸잡아 비난하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직업재활법이 통과되면 경증장애인은 고용이 안되고, 시설만 살

찌우며, 분리고용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등 소문이 그것. 마찬가

지로 제정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실효를 거둔 게 없는 고용촉진법을

고쳐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 와중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까지 나서 “장애인 고용

정책을 각 부처에 흩어놓을 경우, 기구·예산중복 등으로 재정낭비와

행정 비효율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며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실련·민변 등 관망세를 보이던 시민사회단체들은 노동부가 그동안

장애인 고용에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복지관 등 ‘전달

체계’를 갖고 있는 복지부를 중심으로 고용·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직업재활법에 조심스럽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반면 뇌성마비·지체장애 단체들은 직업재활법이 실제로 재가 중증장

애인의 취업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고, 보호고용을 강조해 자칫 장애인

을 ‘격리’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아쉬움을 나타내

고 있다.

전국장애인노조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단체들의 요구가 여당안에 많

이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장애인 고용문

제를 길게 내다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환 기자 hansae@kngo.net>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