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브라모스 미사일. 인도-러시아 합작 사업으로 탄생한 초음속 순항미사일. 출처: THE WEEK
국제앰네스티는 최근 「메이드 인 인디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와 탄약 공급」(Made in India: the Supply of Weapons and Ammunition to Israel)이라는 제목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자행하던 시기에 인도가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한 실태를 상세히 다룬다. 국제앰네스티는 민간 용도로 사용하는 물품을 운송한 모든 화물을 조사 대상에서 신중하게 제외했다. 마찬가지로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미사일 방어 기술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무기와 탄약도 제외했다. 다시 말해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이 공격 목적으로 사용할 인도산 무기 수송에만 조사 범위를 엄격하게 한정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2023년 10월 7일부터 2025년 11월 30일까지 이러한 공격 목적으로 이스라엘에 소형무기와 탄약, 군용차량 부품을 최소 2,596차례 수송했다. 공급 품목에는 폭발성 병기 부품 56만 4,970개(155㎜ 고폭탄과 드론 탄두 등), 군용 소형무기 부품 39만 516개, 군용차량 부품 298개 등이 포함됐다.
이스라엘이 실제로 가자지구에서 이 무기와 탄약을 사용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누세이라트(Nuseirat)에서 피란민들이 머물던 유엔 운영 학교를 공격해 33명을 살해한 뒤 현장에서 ‘메이드 인 인디아’라고 표시된 미사일 파편을 발견했다. 스페인이나 캐나다 같은 여러 선진국이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거부한 상황에서 인도가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집단학살에 공모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은 2024년 5월 첸나이에서 이스라엘로 폭발물 27톤을 운송하던 선박 ‘마리안 다니카(Marianne Danica)’의 카르타헤나(Cartagena)항 입항까지 거부했다. 인도에서 무기를 공급하는 업체에는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빗 시스템스(Elbit Systems), 이스라엘 웨폰 인더스트리스(Israel Weapon Industries) 등과 합작사업을 벌이는 아다니 디펜스 앤드 에어로스페이스(Adani Defence and Aerospace)를 비롯한 민간기업뿐 아니라 여러 국영기업도 포함돼 있다.
인도 정부가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외교부 대변인은 다른 사안을 놓고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던 중 이 보고서에 관한 질문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인도와 이스라엘의 무역 관계가 국제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고 가볍게 주장했을 뿐이다. 이는 두 가지 명백한 이유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첫째, 설령 이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가자지구에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대량 학살하는 데 공모한 인도의 도덕적 책임까지 면제하지는 못한다. 스페인이나 캐나다 같은 나라들이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한 이유는 단지 그러한 행위가 불법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수천 명의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서 합법성만으로 한 국가의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도 없고, 실제로 그렇게 해온 적도 없다. 특히 최근까지 제3세계 민중을 상대로 한 비인도적 억압에 맞서는 상징적 존재였으며 언제나 그러한 행위에 반대하는 데 앞장섰던 인도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둘째, 법적인 측면에서도 인도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대량 학살해 왔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행위는 법적으로 집단학살이라고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Genocide Convention)에 따르면 협약 당사국이 집단학살에 공모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유엔 총회는 1948년 12월 9일 결의를 통해 집단학살 협약을 채택했다. 인도는 1949년 11월 29일 이 협약에 서명하고 1959년 8월 27일 공식 비준했다. 이 협약은 집단학살 공모를 처벌할 뿐 아니라 당사국에 “평시와 전시를 막론하고 집단학살 행위를 방지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물론 인도 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행위를 아직 법적으로 집단학살이라고 최종 판결하지 않았다는 점을 방패로 삼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명으로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23년 12월 29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행위를 집단학살로 규정해 달라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고, 당시 남아공 외무장관과 가족들은 협박과 온라인 위협까지 받았다. 이후 브라질, 스페인, 멕시코를 비롯한 약 20개국이 남아공을 지지하며 소송에 참여했다. 반면 미국, 당시 네오파시스트 오르반이 집권하고 있었으나 이후 선거에서 패배한 헝가리, 피지 등 세 나라만 공개적으로 남아공에 반대했다. ICJ는 아직 최종 판결을 내리지 않았지만(최종 판결에는 어차피 수년이 걸린다), 집단학살 행위를 방지하고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도록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잠정조치를 명령했다. 이스라엘이 누세이라트의 한 학교에 피신한 팔레스타인인 33명을 학살하는 데 인도산 무기를 사용했고, 이 행위가 ICJ의 잠정조치를 위반한 집단학살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인도 역시 집단학살 공모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따라서 인도 정부의 입장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할 뿐 아니라 법적 검토도 견디기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엔 산하 두 기구인 이스라엘 관행 조사 특별위원회는 2024년 11월 보고서를 제출했고, 유엔이 설치한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국제독립조사위원회는 2025년 9월 16일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두 기구 모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별위원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고의적인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포위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라는 ICJ의 잠정조치를 위반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국제조사위원회는 집단학살 행위에 해당하는 대량 살상을 열거했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 최고 지도부가 집단학살을 선동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 유엔 기구에는 저명한 법률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이들의 판단은 상당한 법적 권위를 지니며 결코 가볍게 무시할 수 없다.
세계적인 집단학살 연구 전문가 500명으로 구성된 국제집단학살연구자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Genocide Scholars)의 결의에도 정확히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법률가와 역사학자, 정치학자, 인권운동가 등이 참여하는 이 협회는 이스라엘 정부가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 집단학살에 해당하는 행위를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저질렀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자행해 왔다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막대한 증거와 권위 있는 법률적 견해를 고려하면, 인도처럼 집단학살 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이스라엘의 행위를 “방지하고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계속할 수 있도록 무기를 공급하는 행위는 인류에 대한 도덕적·법적 모욕이다. 모디 정부는 인류에 대한 모욕에 해당하는 이러한 행동으로 국가에 수치를 안겼다. 이 정부의 국내 정책 중심에 도덕적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교정책의 중심에도 똑같은 도덕적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중을 상대로 집단학살 공세를 벌이는 상황에서 무기를 공급하는 행위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현 정부의 입장과도 논리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나렌드라 모디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정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오늘날 이스라엘은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한다. 이스라엘은 제한적인 권한을 가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인정했던 오슬로 협정 당시의 입장에서도 후퇴했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체를 직접 통제하려 하며, 그 공세의 목적도 이를 달성하는 데 있다. 따라서 그러한 공세를 지원하고 방조하는 행위는 가자지구의 미래에 관한 인도 정부 자신의 구상과 정면으로 모순된다.
결국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 정권에 무기를 공급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고 법적 책임까지 초래할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모디 정부가 명시적으로 밝혀온 입장에도 어긋난다. 하지만, 이 정부는 이를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이 정부에는 트럼프와 밀착하고 이스라엘에 무기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얻는 아다니(Adani) 같은 측근 재벌의 이해관계를 챙기는 일이 국가의 법적 의무와 도덕적 책임, 심지어 국제사회에서 인도가 쌓아온 신뢰보다 우선한다.
[출처] India Supplying Arms to A Genocidal Regime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