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른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실제 세계의 사실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적 투사일 수 있다고 철학자 에이드리언 바든은 주장했다. 고대 철학자 파르메니데스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객관적 흐름은 꾸준히 의심받아 왔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과거, 현재, 미래는 모두 동일하게 실재하며, 특정한 ‘지금’이나 시간의 흐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든은 이러한 시간 개념을 색채 지각처럼 인간 인식의 산물로 보며, 시간의 흐름은 외부 세계의 사실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간 인식의 틀이라고 설명했다.
1917년 러시아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중 격화된 사회·경제적 위기 속에서 두 차례의 혁명이 발생했다. 2월 혁명은 차르 니콜라이 2세의 퇴위와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지만, 전쟁 지속과 개혁 실패로 인해 민심을 잃었다. 그해 10월,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가 무장봉기로 권력을 장악하면서 소비에트 정권이 수립되었고, 곧바로 토지 분배와 전쟁 철수를 약속해 농민과 병사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이후 내전과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경제 붕괴 등을 거치며, 소비에트 러시아는 스탈린의 독재로 나아가게 되었다.
프랑스 사회의 전반적 우경화 속에서 68혁명은 종종 질서 붕괴의 원인으로 비난받지만, 실제로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통해 민주주의를 확장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Z세대는 부패, 불평등, 정치 무능에 맞서 싸우며, 민주주의를 재구성하려는 새로운 세대적 움직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프랑스 내 여러 사회운동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지만, 세대 중심의 대규모 집단행동은 아직 미약하며, 정치권이 이들을 수용하지 못할 경우 극단주의로의 전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위대한 세계 변환』에서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국내 자유주의와 해외 중상주의가 결합된 새로운 질서인 ‘국가 시장 자유주의’로 대체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국의 부상과 노동·자본 소득을 동시에 누리는 새로운 글로벌 엘리트 계층(호모플루티아)의 형성을 통해 이 변화를 설명하며, 오늘날 자본주의는 더 배타적이고 반국제주의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다극화된 세계에서 자본주의의 방향성을 탐구하며, 사회과학자들이 현재의 세계경제를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독창적 개념과 데이터 기반 통찰을 제시한다.
일본 만화 *원피스(One Piece)*의 해적 깃발 ‘조리 로저(Jolly Roger)’가 최근 인도네시아, 네팔, 필리핀, 프랑스 등지의 시위 현장에서 Z세대의 저항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루피와 그의 동료들이 부패한 세계 정부에 맞서 자유를 추구하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젊은 세대는, 이 깃발을 단순한 팬심이 아닌 부패·불평등·권위주의에 대한 분노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밈과 문화 콘텐츠를 공유하며 국경을 넘는 연대를 형성하고 있고, 그 속에서 해적 깃발은 억압적 권력에 맞서는 '글로벌 저항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반시온주의가 반유대주의와 동일하다는 주장은 국제사회와 유대인 공동체 내에서 계속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지만, 두 개념은 본질적으로 구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시온주의는 정치 이념으로, 정당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을 반대한다고 해서 유대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시온주의에 대한 정의에 따라 유대인의 입장도 다양하게 나뉘며,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에 대한 지지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적 정책 비판은 구분되어야 한다. 유대인 정체성과 시온주의는 결코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며, 정치적 토론 속에서 시온주의 역시 비판과 재해석이 가능한 이념임을 인식하는 것이 민주사회에 필수적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공포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각 문화의 전설과 트라우마를 반영하며 점점 더 깊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프레디 크루거’의 뿌리는 라오스 몽족의 밤의 악령 ‘답 초그(dab tsog)’이며, 북미 원주민의 ‘웬디고(Wendigo)’는 탐욕과 자연 파괴를 경고하는 도덕적 상징으로 재해석되었다. 또한 남수단 디카족의 '아페스(apeth)'는 이주와 트라우마의 망령으로, 힌두 전설 속 '피샤차(Pishacha)'는 정체성의 갈등과 부정된 유산을 형상화한다. 세계 각지의 괴물 전승은 인간의 공통된 두려움—상실, 이주, 죄책감, 탐욕—을 비추며, 문화적 경계를 넘어 우리를 하나로 이어준다.
케빈 B. 앤더슨은 마르크스가 생애 마지막 3년간 집중한 연구들을 분석하며, 그가 고대 및 현대 공동체 사회의 토지 소유, 젠더, 식민주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일직선적 발전 모델을 벗어나 다중적인 사회주의 이행 경로를 탐색했음을 보여준다. 마르크스는 특히 토착 공동체의 지속성과 저항 가능성, 그리고 여성 억압 문제를 중심으로 계급사회와 국가의 극복 가능성을 고민했다. 앤더슨은 이러한 후기 마르크스의 연구들이 오늘날 혁명 이론에 실질적 함의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1934년 초연된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선정적 장면과 실험적 음악으로 스탈린의 분노를 샀고, 이후 수십 년간 금지되었다. 그러나 스탈린이 퇴장한 진짜 이유는 성적 내용이 아니라 극단적인 음량과 무대 배치였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현대 무대는 이 오페라를 반체제 상징처럼 연출하지만, 작곡가 본인의 의도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집트 해안 해저에서 발견된 유물들이 고대 도시 카노푸스(Canopus)의 무역, 종교, 조각 문화의 풍요로움을 보여주고 있어. 람세스 2세(Ramesses II)의 이름이 새겨진 스핑크스와 로마 귀족의 대리석 조각상 등은 도시의 고대성과 다문화적 특성을 드러낸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속에 수중 유산 보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세계 최초의 수중 박물관 설립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