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습 그대로 평화! 있는 것 그대로 진실! -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

[현장]

 태풍 모라꼿이 올라오고 있었다. 안그래도 장마전선 때문에 한라산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8월 7일, 서귀포 강정마을에는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생명평화 강정마을’, 노란 깃발이 펄럭이고 담벼락엔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대추리를 닮았고, 무건리를 닮은 그리고, 바다를 가진 마을이었다.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 중덕 바다로 내려갔다. 파도가 높다. 앞에 범섬이 보인다. 그래 범섬. 그 옆에 문섬, 또 그 옆에 섭섬. 서귀포 칠십리 절벽 해안을 따라 있는 이 섬들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이자,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연산호 등이 군락을 이루는 곳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막지 않으면’ 매립되어 사라지거나 오염될 천혜의 광경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27일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국방부·국토해양부와 <제주해군기지건설 관련 기본협약서>를 체결했다. 국방부는 내년 사업추진예산을 981억원으로 편성하고 올해까지 토지 보상, 공유수면 매립 등을 마무리,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16년전, 해군이 처음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며 제기한 명분은 “한반도 남방해역과 해상교통로에 대한 효율적인 감시와 보호활동 수행”이었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를 근거지로 한 호송단대를 출항시키는 것보다 우회항로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것이 드러났다.(2005. 5. 임종인 의원) 이 사실은 해군이 스스로 밝힌 것인데, 결국 해양수송로 보호를 위해 제주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해군의 주장은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대양해군 표방하며 대형 함정/잠수함 보유에 나선 해군을 위해 더 큰 부두 항구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나온다. ‘큰 차를 사니 주차장을 넓히라’는 것이다.(2009.7.3 국방일보 시론) 앞뒤가 바뀌고,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다. 이미 해군은 동해, 평택, 목포에 1,2,3함대 기지를 갖고 있고, 진해에 잠수함기지도 갖고 있다. 부산 작전사령부 기지는 최근에 만들어졌다. 상황이 이런데 해군은 무리한 욕심을 부린다. 석연치 않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에 주민들은 도지사 소환운동에 나섰다. 강정 마을회관에서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과 조경철 부회장을 만났다. 해군기지 싸움 전에는 “말도 제대로 할 줄 몰랐다”는 강동균 회장은 엄청난 달변으로 1시간 30분동안 심정을 말 그대로 ‘쏟아’냈다.


△ 강정마을의 강동균 회장입니다.

김태환 도지사 소환 투표일이 26일

 어제(6일)부로 김태환 지사의 직무가 정지되었다. ‘제주 해군기지 결사반대’ 노란 깃발도 선거법 위반이라 해서 ‘생명평화 강정마을’로 바꿔 달았다. 김태환 지사는 노골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한다. 주민들은 14일부터 6박 7일 동안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면서 해군기지 반대, 주민소환 성사에 대한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지를 알릴 생각이다. 소환투표 청구 서명에 7만여명이 참여했다. 40일만에 말이다. 물론 최종 확인된 유효 서명인은 5만명이 조금 넘는다. 아무튼, 26일 투표에 전체 도민들의 1/3이 참여하고, 그중 과반이 찬성하면 도지사는 아웃이다. <시사인>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주민투표에 참여하겠다는 비율이 49%가 넘는다. 김태환 소환에 찬성하는 비율이 70%가 넘는다고 하니 투표율만 1/3이 넘으면 이 싸움은 이긴다. 물론 주민소환이 성공하더라도 해군기지 건설이 바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민들이 그만큼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확실히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지난번에 국회에도 찬성 서명 700이 제출되었다는데 서명 목록에는 100여명만 올라있더라. 여기 강정마을에 실제로 사는 사람이 1000명에서 1500명 정도니, 700명이면 꽤 되는 숫자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면 투표를 하자, 찬성이 50%가 넘게 나오면 우리는 반대운동 안하겠다’ 그랬는데 별 반응이 없다.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김태환 지사는 독재자”

 한마디로 말하면 김태환 지사는 독재자다. 사실 김태환 지사와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지난 선거 때에는 선거운동도 도왔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법이 통과되면서 제주시, 서귀포시가 행정시가 되었다. 도지사가 시장을 직접 임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전에는 도지사와 시장들이 서로 견제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 도지사가 절대 권력을 가진 것이다. 공무원들이 도민들을 상대로 행정을 펼쳐야 하는데, 제일 꼭대기 도지사 얼굴만 쳐다보는 식이다. 제주 해군기지만 문제가 아니라,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제주영리병원 설립, 내국인 관광객 카지노 허가, 영어교육도시 등 모든 게 추진과정에서 독선적이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추진과정에서 도민들과 충돌하지 않는 게 없다.
김태환 지사는 원래 한나라당이었는데, 2006년 지방선거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졌다. 무소속으로 나와서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는데, 선거법 위반 혐의로 2007년 4월 12일에 고등법원에서 당선무효형 선고받는다. 그런데, 대법원에 가서 살아남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2007년 4월은 화순, 위미를 오가던 제주 해군기지 후보지에 강정이 기습적으로 추가된 때이다. 그래서 우리는 제주 해군기지와 도지사직을 맞바꾼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사실 그때가 강정마을이 환경부의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받은지 채 1년도 안된 때다. 마을을 잘 보존하고 가꿔나갈 계획을 세우던 우리에게 제주 해군기지는 정말 ‘날벼락’이었다.  
정치는 도민들과의 토론, 합의 상생이다. 해군기지나 영리병원이나 협의회가 있다. 그 협의회에서 심도있게 논의되고 협의도 하고, 도의회에서도 토론하고 그러면, 도민들은 조금 손실이 있더라도 인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김태환은 전횡을 휘두른다. ‘무조건 내 말을 따라라!’ 한다. 누구랑 비슷하게... 그래서 도민들이 반발하는 것인데, 김태환 지사나 이명박 대통령, 국방부 장관 모두 ‘국책사업 하는데 왜 문제를 삼냐’는 식이다. 이 사람들이 머리가 나쁜지, 우리가 주민소환하는 것은 국책사업을 반대해서가 아니고, 그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데 도민들을 무시하는 전횡과 독선, 이것에 대해 김태환 지사를 심판한다고 하는 데도 그딴 소리를 한다.
영리병원은 이미 작년에 주민투표로 (안된다고) 결정했던 사항이다. 왜 또 들고 나오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김태환 지사는 충분히 도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쳐서 도정을 이끌어가 가야 한다. 그렇게 하라고 우리는 특별자치도와 김태환을 뽑아 준거다. 천년만년 제 맘대로, 독재정치 하라고 한 게 아니다.
역사를 보면, 우리 국민들이 독재정치를 겪으면서, 광주항쟁, 부마항쟁 하면서 국민들의 힘으로 민주정치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렇게 잘 만들어 놨으니, 대통령이든 도지사든 당신들이 그 위에서 더 잘 해라 하는 것인데, 거꾸로 가고 있다. 그러니까 그것을 우리가 경계하는 것이고, 우리가 도지사를 심판하려는 것이다. 앞으로도 김태환 같은 사람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냐. 앞으로 제주 도정을 이끌어갈 사람들에게도 경각심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했을때는 도지사로 당선됐다고 해도, 김태환 꼴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이게 민주주의다.
해군기지 문제를 더 얘기하면, 김태환 지사가 맨 처음부터 들고 나왔던 것이 “주민 동의”다. “주민동의 없이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유치에 찬성한다는 마을총회를 기습적으로 기만적으로 조종하면서 강정마을의 향약, 규약 절차를 전부 무시하고 어겼다. 해군기지 유치 마을총회가 불법이었다는 말이다.
해군기지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 화순에 들어갈려다가 물러나고, 그 후에는 2년동안 위미가서 들어가려다 못 들어가고, 그 후에는 강정와서 들어올려고 한다. 그런데, 국책사업이라는 것이 이리 가서 주민들이 반대하니까 저리 가고, 저리 가서 주민들이 반대하니까 이리오고, 가는 곳마다 주민들을 찢어놓고 분열시키는 게 국책사업이냐?.
그리고 김태환 지사는 입만 열면 “주민 갈등 해소”를 말하는데, 우리들이 수차례 대화하자고 면담을 요구하는데 한 번도 안했다. 단지 5월에 강정마을 한번 들어온 게 전부다. 그러면서 ‘대화 대화’ 한다. 대화라는 게 어떤 목표를 성사시키자 해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인데, 그럴려면 모든 길을 다 열어 놔야 된다. 그런데 김태환은 갈 길을 막아놓고 대화하자고 한다. 그게 대화하자는 것인가?

말만 ‘민관복합형 미항’일뿐, ‘평화의 섬 제주’와 맞지 않아.

 우리가 해군기지는 평화의 섬 제주와 맞지도 않고, 환경만 파괴한다고 하니 이름을 ‘민관복합형 미항’이라고 바꿨더라. 그런데 ‘민관복합형 미항‘이라면 거기에 걸맞은 계획이 나와야 하고, 예산이 짜져야 한다. 환경부, 문화관광부 다 참여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 9천억원 예산은 모두 방위사업청 예산이다. 그건, 민군 복합형 미항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해군기지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얘기가 길어지는데 이 얘기만 하면 목이 탄다. 제주는 예전 뼈아픈 4.3 사건이 있었는데, 거기서 3만 여명이 희생되었다. 그게 정부에 의해서 저질러진 사건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또 4.3을 이상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2005년 1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에 와서 역대 대통령중 처음으로 4.3에 대해 사과를 하고, 그 의미로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선포를 했다. 그래서 지금 제주도정도 슬로건은 ‘평화의 섬 제주’, ‘국제관광자유도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화산동굴이라든지 여러 가지 자연문화유산이 있다. 김태환은 ‘국제관광도시’로 제주가 살아갈 길을
물론, 힘이 없는 안보, 힘이 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과 힘으로 겨룰 수 있을까. 우리는 힘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에 와서 잘 얘기를 했지만, 힘의 논리가 아니라 대화의 논리로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제주다. 중립지대로서, 평화의 중심 도시로 선포하자는 것이다. 냉전이 끝나면서 91년에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처음 제주에서 정상회담을 한 이후 각국 정상들이 끊임없이 제주도를 찾고 있다. 거기에 평화포럼과 세계적인 행사들이 계속 열린다. 그것은 뭐냐.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유산 때문에 오는 것이다. 여기 4km 밖에 안 되는 곳에 제주 국제 컨벤션센터가 있다. 며칠 뒤에는 제주국제평화포럼도 열린다. 그런데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세계 어느 정상이 군사 기지 옆에서 평화회담을 하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도는 대한민국 인구의 1% 밖에 안되지만, 아시아의 보석같은 존재라고 하였다. 정말 국가안보전략을 생각한다면 제주에 해군기지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농꾼으로 살지만 아닌건 아닌거다.

 사실 우리 집사람은 나보다 더 강경파다. 2년동안 제주 해군기지 반대활동 일을 하다 보니 집안일도 잘 못챙기고 농사도 잘 못짓고 하는데... 그래도 공권력에 의한 억압 때문에 ‘아, 그렇습니다’ 할 수는 없다. 내가 아무리 농꾼으로 살지만 아닌 걸 그렇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각오를 하고 마을회장직도 수락한 것이고.
나는 있는 것 그대로, 느낀 것 그대로 얘기하고 다닌다.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2007년에 우리가 해군기지가 있는 도시들의 경제가 어떤가 살펴보러 다닌 적이 있다. 제주 해군기지사업단 추진단장이 이은국 대령인데, 이 대령이 우리가 동해시를 방문할 적에 같이 갔다. 그런데 그이가 자기가 17년 전에 근무하던 때보다 동해시가 더 후퇴했다고 자기 입으로 그러더라. 반짝 경기는 살아날 수 있겠지. 그러나 긴 안목으로 보자면 아아닌거다.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그건 거짓말이다. 눈으로 본 게 그렇지 않다.
군사기지는 소비형 시설중에서도 특수 소비형 시설이다. 군에서 소비하는 것은 면세품이다. 안 그래도 여기 강정 물건이 좋아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까지 가지도 못하고 상인들이 다 사들이는 판에 군에서 소비해준다고 좋아할 거 없다는 거다.

 이 땅은 후손들한테 물려줘야 하는 땅 아닌가? 이 아름다운 땅 제주도, 그중에서도 생태적으로 잘 보존된 강정마을, 우리 조상들이 피땀흘려 가꾼 이 마을을 아름답게 지켰다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 아니냐. 우리 세대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기초는 생각안하고 겉모양만 크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제주도는 제주도다운 기초를 만들면, 후손들이 그 토대위에서 더 큰 것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럼 그 기초가 뭐냐면, 행정과 도민들과의 상생과 화합이라고 본다. 그러면 우리 제주의 미래는 밝다. 그 첫 걸음이 주민소환투표가 있는 8월 26일이다.  

● 제주 해군기지 사업 개요.
규모 : 약 53만㎡ (주민 토지 28.5만㎡, 공유수면 매립 20만㎡ 매립 포함)
공사 : 2009년~2014년
부두 : 군항 부두 1,950m (함정 20척 동시 접안 가능), 크루즈항 부두 1,490m (15만톤급 크루즈 2척 동시 정박)
역할 : 2015년 창설될 기동전단의 모항, 기동전단은 이지스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으로 구성 됨.
예산 : 약 9천억 원

● 제주 해군기지 추진 경과
1993년 12월 해군본부, 제주 해군기지 신규 소요 제기.
2002년 안덕 화순 해군기지 건설계획 발표.
2002년 12월 화순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해양수산부 항만기본 계획 반영 유보 결정.
2005년 4월 화순 해군기지 재추진 계획 발표. 화순 지역 주민들 반발.
2005년 8월 해군기지 후보로 위미지역 거론되며 위미지역 주민들 반발.
2005년 12월 [제주 해군기지] 추진관련 국회 예결위 예산 통과(주민 동의 후 추진 전제)
2006년 7월 위미지역 주민들, 총회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공식 입장으로 결정.
2007년 4월 강정마을회, 해군기지 유치 신청. 김태환 지사 개입 의혹
2007년 6월 제주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건설 지역으로 확정 발표
2007년 8월 강정마을회 총회 - 강정해군기지 유치 찬반 주민투표 실시. 자연 부락 유권자 1,200여명 중 725명 투표 참여, 94%인 680표의 압도적 반대.
2007년 12월 국회 예산심의에서 ‘민군 복합항으로 사업추진방안 타당성 조사 실시’ 부대의견
2009년 1월 13일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 승인
2009년 4월 20일 제주 시민사회단체들, 제주 해군기지 실시계획 승인처분 취소소송
2009년 4월 27일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 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기로 한 협약서 체결
2009년 5월 14일 제주도도지사 주민소환운동 시작 - 40여일만에 지역 유권자의 10%(주민소환 청구요건)인 4만 1,694명을 넘긴     7만 7,367명 서명 참여
2009년 8월 26일 주민소환 투표일

→ 관련자료 : 오름+바당+평화 / 군사기지없는 제주를 위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