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동자에 대한 믿음으로 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 기아차 노동조합 홍영의 교육팀장

[사람]


△ 7월 26일, 원불교 서울회관에서 열린 7·27 평화협정 실현 한마당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홍영의 기아차 노동조합 교육팀장입니다.

지난 3월 어느 날, 사무실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조합원 현장교육으로 서울평통사가 해왔던 "용산기지 둘러보기"를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조합원이 오천 명이 넘고, 최소 삼천 명 이상은 교육에 참여할 거고, 교육 회수가 70차라니.... 세상에나! 이 일을 맡으면 다른 사업은 잠정 중단하거나 대폭 줄여야 할 판이지만, 노동자들에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문제를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마다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숨 가쁘게 지내온 넉 달. 국방부 벚꽃이 봉우리를 피울 때 시작한 교육은 여름의 정점에 끝이 났다. 평통사가 교육에 쏟은 시간과 노력은 적지 않은 것이었고, 그런 지난 시간을 돌아보자니 숱한 감정이 교차한다. 이번 교육을 총괄해 온 기아차 노동조합 교육팀장의 소회는 어떨까? 호우특보가 내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던 여름 날, 홍영의 팀장(41)을 만나 이번 교육을 되돌아봤다. 교육을 마칠 즈음 그는 평통사 회원이 되었으니, 이번 교육이 맺은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이라 하겠다.


△ 기아차 조합원들이 "용산기지 둘러보기"를 하고 있습니다.

기아자동차 조합원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노동조합 가운데 기아차 조합 교육 체계는 꽤 잘 되어 있는 편인데요, 조합원 의무교육은 95년부터 시작했고요, 처음에는 4시간이었어요. 그러다가 지금은 한 해, 12시간 교육으로 진행하고 있죠. 교육 내용은 기아차 지부나 기아차 소하리지회에서 관여하지 않습니다. 교육위원회 자체 논의를 통해서 교육 내용을 정하니까 교육위원회 자체의 독자성이 있는 거죠.
교육위원들은 한 20~30여명 되는데요, 교육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하고, 두 주 정도는 합숙을 합니다. 사명감이랄까? 그런 게 다들 있어서 모두들 열심히 공부합니다. 게다가 정세라는 게 하루하루가 다른 거니까 날마다 공부를 해야지요.

어떻게 교육위원회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교육위원 선출을 한다고 공고를 붙이기는 하는데, 스스로 하겠다고 찾아오는 조합원들은 별로 없지요. 현장 조직들이나, 이렇게 저렇게 아는 선배들이 권유해서 교육위원회를 꾸린다고 봐야죠. 저는 2000년 초부터 교육위원을 했고요, 팀장은 올해부터 맡게 되었습니다. 바로 전임 팀장이 지금 소하리 지회 김동수 부지회장님이라서 조합에서도 이번 교육에 많이 신경을 써주신 편입니다.
다른 교육위원들도 모두 그렇겠지만, 저도 처음에 교육위원 할 때, 새벽 두세 시까지 공부도 하고, 그랬어요. 조합원들이 시간 내서 교육을 받겠다고 오는데, 그 사람들에게 뭐 하나라도 바르고 좋은 내용을 잘 전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많이 모자란 내용이지만 참고 들어주신 조합원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결국, 조합원들이 저를 이만큼 성장하게 한거죠.

팀장을 맡아 진행한 올해 교육이 남다르실 텐데요.
남다르지 않습니다. 팀장이 아닐 때도 팀장 같은 책임감을 갖고 교육을 진행했거든요(웃음). 다른 교육위원들 모두 그럴 겁니다. 이번에 교육을 맡아주셔야 할 선배님들이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빠져서 정세강연을 혼자 도맡아 하느라 좀 힘이 들기는 했습니다. 이건 뭐 혼자 하니까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문제는 없는지 모르겠더라고요. 힘은 들었지만 교육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교육 잘 받았다, 교육하느라 수고한다, 좋은 내용 배웠다, 이런 말을 들을 때도 그렇고요. 하루 교육을 마치고 조합원들에게 설문을 받잖아요. 그 중에 “영화 ‘매트릭스’ 주인공이 받은 알약 중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알약을 받아먹은 느낌”이라고 적은 조합원의 글을 보고 무척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 교육의 특징이라면?
우선 현장교육을 실내교육으로 바꾸어 진행한 점이죠. 예년에 현장교육은 기념관이나 박물관이어서 비가 와도 별 문제 없었지만, 용산기지 둘러보기는 날씨에 변수가 많아서요.
이번 교육 주제를 정할 때 사실 고민이 많았습니다. 조합원들이 주한미군의 문제, 평화협정이나 통일의 문제가 나와 무슨 상관이냐? 하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 교육위원 선배가 평화와 통일의 문제를 사회임금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조합원들도 충분히 자신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을 하더군요. 또 사실이 그렇고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신 김수행 교수가 영국 복지의 재원마련은 식민지 국가를 해방시키고, 식민지를 유지하는데 들어갔던 돈으로 복지를 유지한다고 말씀하신 것도 기억나네요. 저도 사람을 억압하고 죽이려는 데에 돈쓰지 말고 사람을 살리는데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평통사에서 진행한 교육에 이런 면이 좀 더 강조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우리 조합원들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한테도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 눈높이에 맞춰야 하잖아요. 지금 미군이나 분단을 유지하는데 쏟아 붓는 돈을 복지비나 교육비로 돌리면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구체적 사례를 더 많이 들었더라면...

교육 기간 중, 평통사가 하고 있는 교육 주제와도 연관된 북미관계가 급격히 나빠졌고, 교육 분위기를 봐도 이런 정세가 조합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좀 고민이 된 것을 사실이죠.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미국이 북을 제재하고, 이런 상황에서 평화협정 이야기를 꺼내면 조합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결과적으로 그냥 진행했는데, 무리는 없었다고 봅니다.

쌍용차 투쟁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쌍용차 투쟁이 쌍용차만의 싸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합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언제든 쌍용차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보지요. 기아차도 IMF때, 정리해고는 없었지만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유언비어로 희망퇴직을 강요했었죠. 15년, 20년씩 된 조합원들이 많이 퇴직했어요. 그 때 기아차 노동자들을 도와준 데가 동종 업계였어요.
착한 사주는 없다고 봐요. 그런데 기업이 어려운데 파업을 하면 되느냐, 우선 회사가 살아야 나도 살지 않느냐, 이런 말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 말은 틀린 말입니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노동자가 하나라면 자기 생각만 해서는 안 되죠. 그런 면에서 기아차 조합도 그렇고 금속도, 민주노총도 쌍용차 투쟁에 더 나섰어야 한다고 봅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열심히 싸웠고, 사측과 합의 내용은 그렇다 치고, 용산 참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마무리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아도 같은 상황이 되면 쌍용차처럼 싸울 겁니다.

평화협정 실현운동에 대한 생각은?
평화협정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내가 이런 문제를 잘 몰랐구나’ 이렇게 생각됐어요. 통일의 문제가 남북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 간에 풀려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이건 가슴 아픈 일이죠. 한반도 통일의 문제가 남북문제가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풀려야 하는 문제라니... 아마 조합원들도 새로운 내용을 듣는 기회였을 거고요. 저 역시 이번에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 만평을 보니까 그 어떤 동맹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오던데,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북미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보수층, 보수 언론, 한나라당이 이제 무엇으로 먹고살지 참 궁금합니다. 그 때 가면 빨갱이 소리 안 듣겠죠(웃음).

평통사에 대한 느낌
평화, 통일, 이런 단어를 떠올리면서 사실은 남북문제를 고민하는 곳인지 알았어요. 그런데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미국 문제, 미군 문제를 주로 다루는 곳인 줄 알고 새롭기도 하고, 이런 우리나라 현실을 알게 만든 곳이기도 하지요. 몰라도 되는데 알게 됐으니(웃음)... 실천할 게 또 하나 생겼네요. 7. 26평화협정 실현 한마당 행사 중에 영상에선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말이 나오던데, 정말 동감합니다.

7. 26 평화협정 실현 한마당에 참여하고, 추진위원 발언도 해주셨는데요.
한마당 행사는 한 편의 연극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집중하고 재밌게 봤어요. 경쾌하고 밝은 율동도 기억에 남고, 연극(판소리극)도 보고, 평화협정 실현 한마당이라고 해서 정치발언이 쭉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새로운, 신선하고 기억에 남는 행사였어요. 기획을 참 잘하신 것 같습니다.

그 날 보니까 부산에서도 오시고 전남에서도 오셨던데, 자기 돈 들여가면서 이런 행사에 오시는 그 분들의 마음을 MB나 보수 세력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 분들이 참여한 의미를 갖도록 성의 있는 행사를 마련하셨으니 성과가 있으신 거죠.
제게 발언을 하라고 박석분 팀장님이 요청하셔서 미리 질문지도 받았는데, 박팀장님이 긴장하셨는지 마지막 질문을 안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두 분 추진위원 발언 끝나고 이런 자리를 빌어서 그 동안 교육에 애써준 강사들께 기아자동차 조합을 대표해서 감사 인사를 드렸죠. 미리 부지회장님께 평통사 7.26 한마당에 기아차 조합 대표로 참석하겠다고 말씀도 드렸거든요(웃음).

평화누리 통일누리 독자들께 한 마디.
MB정권 하에서 싸늘한 남북관계를 보면서 답답하게 느끼실 분이 많을 거라 생각 합니다. ‘한겨레21’에서 이런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한 스승이 제자에게 “삼국지에서 누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냐?”고 물었습니다. 스승은 제갈량이 주인공이라고 하면서 그 까닭을, “유비가 이기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를 따라갔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질줄 알면서도 싸우는 사람이 있는 한, 서투른 응원으로 일을 그르칠까 걱정만 하지 말고,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겠지요. 기운을 내 봅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요.


△ 교육 중인 홍영의 팀장입니다.

→ 관련자료 :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