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 용산, 쌍용...

[편집후기]

 며칠 전 “기륭+용산+쌍용 연대 투쟁의 날-기륭 문화제”에 다녀왔습니다. 1350일이 넘게 싸우고 있는 기륭전자 조합원들, 300일 넘게 장례조차 못 치른 용산참사 유가족들, 70명이 넘게 구속된 쌍용자동차 조합원들... 어느 누구는 ‘기륭’을 ‘기룡’이라고 발음한다더니, 우연인지, ‘용’자 돌림 투쟁들이네요.
아무튼, 문화제는 기륭전자 신사옥이 있는 신대방동에서 있었는데, 신사옥 앞 상떼빌 입주자들이 걸어 놓았다는 현수막에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시끄러워 못살겠다 언제까지 시위 계속할래?
소음(?)에 아이들 교육 다 망친다.”
남이야 죽던지말던지 자기 옷은 더러워지는 것조차 참을 수 없다는 사람을 보면 들 법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소음이라고요? 투쟁문화제가 열리는 내내 엠프소리를 최소한으로 해놓고, 가수들은 숨죽이며 노래를 불러야 하는 정도요? 박수와 환호대신에 서로를 격려하는 눈빛과 손맞잡음, 촛불이 내는 소리요? 지나다니는 비행기 소음이 더 클 걸요...
100여일 가까이 단식하던 기륭 조합원들에게 용역깡패가 폭력을 휘두르고, 삶의 터전을 지켜보겠노라 망루로 올랐던 이들을 죽이고도 수사자료도 감추는 정부. 이런 사회에 살면서, 이런 사회를 외면하면서, 자기 자식만 잘되길 바라나요?
평범한 사람들이 졸지에 철거민이 되어 죽고, 공장에서 해고되고, 비정규직이 되는 세상을 외면하고도 그 아이가 공부만 잘하길 바라나요? 그 아이가 자라서 비정규직이 될지, 철거민이 될지 모르는 그런 세상인데 말이죠?
아이러니 하게도, 그날 문화제에는 일류대학(!!) 서울대 학생들이 왔지요. 감기걸린 몸으로 춤을 추며 기륭 조합원들에게 힘을 주었답니다. 저 앞 고층아파트에서 공부하다가 혹시라도 밖에서 나는 소리에 궁금해 하던 아이들이 있었다면, 여기 있는 서울대 형 오빠들처럼 되어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답니다.

 기륭, 용산, 쌍용의 소식을 더 많이 싣지 못해 계속 마음이 무거웠던 차에 이번호엔 관련 소식을 조금 더 담아봤습니다.
이번호 편집을 마무리 하는 지금은 문규현 신부님이 용산참사 해결을 요구하는 단식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지 이틀째 되는 날입니다. 무사히 의식을 회복하시길, 다시 건강해지시길, 낮은 사람들의 힘이 되어주시길 기원합니다. 간절히..

 추신, 다음호 90호는 11월, 12월 합본호로 12월 중순에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