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Before & After-방용석 노동부장관]"개인 탓 말고 자기성찰 기회삼자"

"내 앞에서 방용석의 '방'자도 입에 올리지 말아달라."
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말이다. 방용석 노동부장관이 '방 지부장'이었던 70년대, 원풍모방에서 부지부장으로 활동했던 박 지도위원은 '방 장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에 단호했다.

원풍모방에서 '방 지부장'과 함께 노조활동을 하다가 해고됐던 임재수씨 역시 "언론에 나오는 거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지금 뭐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30여년간 방 장관을 지켜보았던 옛 '동지'들은 대부분 방 장관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했다.

'70년대민주노동자동지회' 소속 한 노동운동가는 "70년대엔 함께 노동운동을 하는 동지였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라며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90년대초 '전노협 지도위원 방용석'을 기억하고 있는 현직 노동조합 간부에게도 '노동부장관 방용석'은 '실망스러운'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흥석 민주노총 마창시협 의장은 "그동안 민주당에 있지만 70년대 그 어려운 시절 민주노조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노동운동의 선배'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발전노조 파업과정에서 방 장관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방 장관의 모습을 보니 노무현도 나중에는 똑같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70∼80년대 방 장관과 '선후배'로 지내왔던 김승호 사이버노동대학 대표는 "방 장관이 노동자를 생각하는 마음까지도 없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방 장관의 변화는) '자리' 탓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운동에 대한 태도"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회는 계속 변화하는데 자신을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결국 낡은 사고에 안주하게 된다. 방 장관뿐 아니라 우리 역시도 자신을 혁신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누구든 자기 안에서 안주하게 된다"며 "방 장관 개인을 탓하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고 당부했다.

"노동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방 장관의 모습을 보니) 착찹하다"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원보 소장은 "'입장'이 바뀌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장관 입장에서 개인 의견을 내놓을 수도 없고 어차피 정부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방 장관에 대한) 일방적인 기대를 가졌던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소장은 "그동안 몇몇 운동가들이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논리를 내세워 기성정당으로 들어갔지만 결과는 너무나 미흡했다"면서 이는 "개인적 진출이 갖는 한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84호] 4.22 ~ 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