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대책위, "배달호 열사 투쟁 계획대로 간다"

"노동부 권고안, 손배 가압류 길 열어놔" 조건부 거부 노동부 특별조사, "두산중 부당노동행위 있었음 확인"

*분신대책위는 노동부 권고안에 대해 조건부 거부 입장을 밝혔다[사진출처:두산중공업 지회]
"노동부 권고안, 손배 가압류 길 열어놔" 조건부 거부
분신대책위는 24일 노동부가 제시한 7개항의 권고안에 대해 "두산의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고, 재발방지에 대한 노동부의 확고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뚜렷한 한계를 갖는 권고안이었다"며 "노동부의 권고안을 조건부 거부하며, 민주노총 총파업 찬반투표를 예정대로 실시하고 3월 중순 두산중공업 주주총회를 전후해 강도 높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동부 특별조사로 김상갑 사장 등 고위 책임자들의 사법처리가 예상되고 있는 두산중공업 사측은 "이번 노동부의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22일부터 24일까지 두산중공업 노사협상의 중재에 나섰으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24일 12시경 "△개인 가압류 장례직후 소급하여 해제 △조합비 가압류 장례 이후부터 조합비 해당부분 40%에 대해서만 적용 △해고자 복직, 징계는 노동위원회와 법원 결정에 따른다 △파업기간 무결처리로 인한 순 손실분의 50%는 조합원 생계비 보전 차원에서 지원 △권고 수용 후 즉시 제반 장례 절차 진행 △사택과 식당 관련 문제는 노사간에 별도로 협의 △향후 회사는 부당노동행위를, 노조는 불법쟁의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협력적 노사관계 조성에 총력 경주"라는 권고안을 제시하고 오후 5시까지 노사 양측의 답변을 요구했다. 노동부의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분신대책위는 또한 "비록 가압류는 해제하였지만, 노동자 개인과 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서 이후 언제라도 개인재산을 새롭게 가압류를 할 수도 있고, 가압류 없이 바로 집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며 "지난 2002년 47일간의 파업에 대하여 방용석 노동부장관이 공식적으로 합법파업으로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중재단이 이를 불법파업으로 규정함으로서 핵심적인 쟁점사항인 무계결근처리에 대하여 결국 정상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였다"고 노동부 권고안을 평가했다.

이번 노동부의 중재는 지난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두산중공업 현안문제 교섭에 임하라는 권고를 한 직후 진행되었으나, 대책위 협상대표를 배제하고 협상장소 역시 수배자가 포함된 대책위 협상대표가 참석할 수 없는 회사밖 장소로 일방적으로 선정하는 등 노조측의 반발을 사며 시작되어 결국 성과없이 끝났다.

분신대책위 박유호 언론담당은 "권고안에 가압류, 손해배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과 해고, 징계와 관련된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며 "권고 수용 즉시 장례를 진행한다는 것 역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에는 국회 환노위가 중재안을 노사 양측에 전달했으나 분신대책위는 "노동부 권고안보다 나을 것이 별로 없는 안"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4일 두산중공업 지회는 노동부의 권고안 발표 이후 노동자광장에서 조합원에게 권고안을 설명한 뒤 민주노총의 손배,가압류, 구속, 해고, 현장사찰분쇄 쟁의행위 찬반투표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24일 진행된 두산중공업 조합원 총회[사진출처:두산중공업지회]
노동부 특별조사, "두산중 부당노동행위 있었음 확인"
24일 노동부 특별조사반은 "노조측이 당초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부분 중 두산중공업 사측이 노조의 운영 등을 지배·개입한 사례와 정당한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 처분을 한 행위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확인된 부당노동행위 혐의 사실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창원지방노동사무소는 특별조사반의 조사결과 자료를 받아 창원지방검찰청과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 판단하고 그 절차를 밟게 된다.

특별조사반은 "회사는 신노사문화 정립방안, 선무활동 지침서, 조합원 개인성향에 따른 등급별 관리리스트 등을 작성했으며, 이 문건에서 노조 운영에 대한 지배·개입을 의도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같은 내용들이 회사 간부들의 수첩에 구체적으로 메모되어 있음은 물론 노조의 찬반투표에 관여한 사실 등이 확인되어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였다"고 밝혔다. 특별조사반은 또한 "두산중공업이 파업에 적극 참여한 조합원에 대해 본래의 직종이 아닌 청소 등의 잡무에 종사하도록 한 사실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다"며 "이는 노조의 정당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노조가 정당한 업무를 하거나 정당한 쟁의행위 등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관련 법을 저촉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 사측은 '신노사문화 정립방안은 실무진에서 계획된 것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조사 발표에 따르면, "임원 워크샵에서 종합 정리되어 사장에게 보고되고 실행에 옮겨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책위는 이번 특별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전사적으로 조직적으로 노조를 와해하려는 자료가 확인됐음에도 충분하게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컴퓨터 등의 관련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부당노동행위를 당한 직원들에 대해 신변 보호를 한다면 더 많은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한 "지난 해 장기파업 중 6월 7일 발생한 폭력사건에 대해, 대책위에서는 '회사가 폭력을 유발한 의혹'이 있어 관련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회사 경비용역 현황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박용성 회장이 부당노동행위에 관련되었다는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두산중공업 사측은 "노동부의 특별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향후 보완조사에도 성실히 임할 계획이며 사법부의 최종 판결을 따르겠다"고 밝혔으나 김상갑 사장 등 최고 책임자와 실무자들의 사법 처리 수순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적지않게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또한 "부당노동행위 사실이 확인되면 그에 맞는 처벌을 받겠지만 법과 원칙에 따른 적법한 조치에 대해서는 양보할 계획이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손배, 가압류' 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고 배달호 노조원을 분신자살로 내몬 박용성 회장 등 두산중공업 최고 경영진의 책임을 즉각 엄하게 묻고, 애초 방침대로 특별근로감독으로 전환해 모든 부당노동행위를 낱낱이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한 "이번 특별조사는 노조가 제출한 자료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소극적이고 미온적으로 진행돼 부당노동행위의 빙산의 일각만을 조사한 데 지나지 않는다"며 "창원지방노동사무소로 인계해 위법사실을 엄정처리하겠다는 등 후속조치는 보잘 것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24일부터 실시키로 한 파업찬반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한 뒤 3월 중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계속되는 두산중의 가처분신청들
배달호 열사 분신 직후, 두산중공업 사측이 진행하고 있는 '법과 원칙에 따른'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4일 분신대책위 4명에 대해 '조업방해 및 불법 집회' 등의 이유로 회사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열사의 부인 황길영씨와 금속노조 김창근 위원장, 두중지회를 상대로 시신퇴거와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한 일부 유족의 명의로 제출되었던 장례절차 방해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17일 일부 유족의 취하서가 제출되면서 일단락 되었으나 다음날 바로 일부 유족의 명의로 '가처분 신청'을 제출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17일 취하된 가처분 신청사실을 정작 신청한 당사자인 유족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점과 대책위에서 공개한 회사 임원진 수첩에 '부인 접촉 불가 유족 설득'이라는 문구가 있었던 점을 비추어 볼 때 '사측에서 일부 유족들을 회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회사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은 오는 3월 10일 심리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며, 장례절차 방해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리재판은 26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시신퇴거와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은 열사의 부인 황길영씨가 "재산 가압류 등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도 안되고 그럴 경황도 없다"고 연기신청을 해 3월 7일로 연기되었다.

배달호 열사 투쟁, 국제연대로 확산
금속연맹은 "1월말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로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서 5백여명의 노동자들이 두산중공업 항의서명을 했다"며 "브라질 노총, 남아공 노총 위원장이 참여했으며, 각국 대표자들은 자국의 노조 조직을 동원해 두산중공업에 항의서한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국제금속노련 말렌타기 사무총장은 "2천 5백만 전 세계 금속노동자를 대표하여 배달호 동지가 귀사에서 반노조정책에 항의하여 분신한 비극적인 사실을 접하고 놀람을 금치 못한다"며 "배달호 동지의 죽음에 대한 적절한 조치 즉 노조 활동으로 인해 해고된 노동자들의 즉각적인 복직과 반노조 활동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는 항의서한을 박용성 회장에게 보냈다.

지난 21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까페에서는 홍근수 목사, 오종렬 전국연합 의장,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시민·종교·민중·인권·사회단체 인사 359명이 "20여 년을 한 공장에서 일한 중년의 노동자가 자기 몸을 불태워 세상에 알린 두산중공업의 충격적인 노동탄압 실태는 단순히 법을 어긴 노동조합 탄압이라는 차원을 넘어, 직장을 가진 시민의 인권을 일상적으로 심각하게 짓밟는 반사회적인 사태"라며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 등의 노동탄압, 인권유린 행위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을 촉구하며 관련법의 즉각 개정을 정치권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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