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사 부활, 신고교등급제 제도화”

서울대 2008년도 입시안 두고 교육단체 비판

27일 발표된 서울대 2008년도 입시안에 대해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 서울대 입시안의 경우 그동안 공교육정상화를 내걸며 교육부가 추진해 온 2008년 대학입학 전형 제도와 정면으로 배치되며 사교육비를 부추기고 심지어 신고교등급제에 다름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논술비중 높이고, 특기자 전형 강화

27일 서울대 입학관리본부가 발표한 ‘2008학년도 서울대학교 입학전형 기본방향’은 정시모집에서 논술비중을 높이고, 현행 수시 2학기모집의 지역균형선발전형과 특기자전형의 기본틀을 유지하며 선발위원을 각각 30% 내외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서울대는 기존 방침대로 정시모집에서 수능성적은 지원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하고, 내신 반영비중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며 논술고사는 전 계열로 확대해 비중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특목고 학생을 위한 동일계 특별전형은 도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내신비중을 낮추고 특기자 전형 모집인원을 늘리겠다고 밝혀 사실상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입시안이 정해졌다는 지적이다.

  <지역균형선발전형>

특지자 전형의 경우 “다양한 특기적성을 지닌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자격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1단계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등 제출서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2단계에서는 모집단위에 따라 면접 및 구술고사, 논술고사 또는 실기고사를 시행하되, 면접 및 구술고사를 실시하는 모집단위에서는 그 비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기자전형>

서울대는 정시모집의 내신성적에서는 국민공통교과, 일반선택교과, 심화선택교과(전문교과) 등 각 교과성적을 차별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국민공통교과의 반영률을 낮추고 심화선택교과의 반영률은 높인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심화선택교과의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된다.

2008년도 서울대 입시안의 핵심은 논술고사의 강화와 다양화다. 서울대에 따르면 논술고사는 역사와 사회, 언어와 문학, 인문과 사회과학, 수리 등 통합교과 형태로 2~3개 이상의 영역으로 출제되고, 이 가운데 특정 영역을 필수나 선택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역별 논술문제는 현행 2500자 내외의 논술 단일형에서 1000자, 500자 등 다양한 논술 유형이 도입된다. 논술에서 영어 지문도 제출될 계획이다. 서울대는 10월에 논술고사 안내 및 예시문항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정명신, “본고사 부활에 특목고 특혜 주는 입시안”

이러한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교육운동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비판에 나섰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이번 입시안이 본고사 부활에 다름 아니라고 못박았다. 김정명신 회장은 “조목조목 비판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일단 논술 비중 강화가 가장 큰 문제”라며 “전에는 2500자 논술 하나만 쓰면 됐지만 이젠 500자, 1000자 등 다양해졌고 영역도 다양하게 출제하겠다는데 이렇게 되면 사교육 시장은 난리가 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몇 년 전만해도 서울대가 영어 제시문을 내는것에 대해 여론을 부담스러워하며 조심했던 측면 있었는데 이제는 거리낌 없이 출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사교육 특혜를 받는 강남 지역,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명신 회장은 이어 “특히 동일계 전형은 도입하지 않고, 내신 반영을 줄이고 본고사 비중을 늘린다는 것은 특목고 학생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명신 회장은 “서울대안을 필두로 여러 대학이 이를 따라 갈텐데 앞으로 교육운동단체들이 공동으로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 “서울대안은 신고교등급제 하겠다는 것”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27일 성명서를 발표해 입시전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2008년 대학입시제도 개선 방안에서 수학능력고사의 비중을 낮추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내신 전형을 강화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음에도 서울대가 내신 비중을 줄이고 논술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힌 것은 교육부 안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는 지난 5월 발표한 입시안에서 정시의 내신실질 반영비율을 현행과 같이 5%로 하여 시험성적이 뛰어나면 일반고는 내신 3등급, 특목고는 내신 5등급까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교조는 이에 대해 “내신 성적이 강화되었을 때 특수목적고와 일부 지역의 학생들이 제기하는 불만을 의식하여, 내신의 비중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서울대는 특기자 전형 모집인원을 늘림으로써 사실상 특수목적고를 위한 고교등급제를 제도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논술고사 강화 방침은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과 학생의 학습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고등학교 교육의 황폐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교조는 성명서에서 △서울대 입시 전형 방안과 관련하여 교육부는 대학교육발전협의회를 즉각 소집할 것 △서울대 입시 전형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밝힐 것 등을 요구하고, 서울대 입시 전형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학부모 단체 등과 연대하여 본고사 부활을 저지하기 위한 범국민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