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간부들은 13일 오전 11시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도부 자진사퇴 촉구'와 '민주노총 사직'의 뜻을 밝혔으며, 이들의 결정을 지지하는 산별 연맹과 지역본부 간부 26명이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현 지도체제로 하반기투쟁을 수행한 뒤 조기선거 실시'라는 대책은 사태의 심각성에 애써 눈을 감은 안이한 상황인식이자 '나 아니면 안된다'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 집행부의 태도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10여 년의 역사에서 조직의 위기를 부르는 심각한 오류를 범했을 경우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전통을 지켜왔는데 이번 사태는 하물며 지도력의 근간이 되는 도덕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자진사퇴는 그만두고, 10일 열린 중앙집행위에서 사퇴여부를 둘러싸고 밤새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볼썽 사나운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조직에 혼란을 부르고 투쟁에 걸림돌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땅바닥에 떨어진 조직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며 이것이 전제돼야 하반기투쟁도 새로운 지도력 구축도 제대로 이뤄질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길게는 민주노총 창립 때부터, 짧게는 지난 수 년 동안 사무총국의 일원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해왔지만, '강승규 사건'에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사업집행 담당자로서 지도부를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것에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현 집행부의 무책임을 대신 속죄하는 심정으로 민주노총을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연맹 및 지역본부 간부들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김태연 정책국장은 "지금의 심각한 사태에 대해 조합원들이 해결의 기대조차 않고 있다는 것이 두렵다"며 "사직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고민을 안했다. 무책임하다고 질책한다면 달게 받겠지만 우리의 역할은 여기까지이고, 책임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차남호 비정규국장은 "하반기 사업에 타격을 입히려는 것이 아닌 '대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의 '하반기 투쟁 수행후 조기선거'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노동계 내부에서 점차 거세지는 가운데 일어난 사무총국 간부들의 '집단 사직'은 이에 동의하는 연맹이나 지역본부의 간부들에게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민주노총 집행부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공식 입장이나 처리 방침은 아직 마련된 것이 없다"며 "(사직서를 제출한 간부들과)좀더 대화를 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차남호 민주노총 비정규국장 일문일답
- 사무총국에 13명이라는 간부들이 사직하면 하반기 수행해야 할 투쟁에 집행력 공백이 생긴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각자가 맡은 일을 정리해서 넘겨주는 절차는 충분히 할 것이다. 하반기 투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면, 그 근본 원인은 집행력이 아닌 지도부의 문제이다. 집행의 문제는 부차적이다.
- 민주노총에서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이번 집단 사직에 대해 어떤 언급이 있었나
이석행 사무총장이 한 간부를 만나 "집단 사직을 연기해 달라"는 요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집행부 입장 변화가 가능한가"라고 물었지만 "일단 연기하고, 기자회견은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만을 했다고 한다. 어제 사무총국 회의에서는 심한 반응을 보였고, 많은 간부들이 분개했다. "남아 있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 연맹과 지역본부에서 이번 집단 사직을 지지하는 간부들이 있는데 이들을 조직하거나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
우리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하지만 이 일이 기폭제가 되어 현장에서 조직의 대의를 위해 자주성을 갖고 실천해 주었으면 좋겠다.
사직 의사를 밝힌 사무총국 간부
김태연 정책국장, 박선봉 쟁의국장, 박수경 편집차장, 박승희 편집부장, 박인서 총무부장, 이승철 조직부장, 이정원 편집차장, 이창근 국제부장, 이황미 대외협력국장, 정은희 기획차장, 차남호 비정규국장, 한선주 조직국장, 황혜원 선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