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연맹 위원장 7명과 지역본부장 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비상대책위는 전원 민주노총 상근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집행위원장 및 교섭 담당(배강욱 화학섬유연맹 위원장), 비정규직과 근골격계 등의 투쟁 담당(고종환 서울본부장), 대외사업 담당(곽태원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여성 및 양극화 담당(윤영규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통일사업 담당(원학운 인천본부장), 장기투쟁 담당(남궁현 건설연맹 위원장), 사회공공성 투쟁 담당(이수일 전교조 위원장), 반세계화 투쟁 담당(양경규 공공연맹 위원장)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사무총국도 집행위원장과 사무차장, 3개 팀장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로 재편하고 투쟁기획팀, 정책교섭팀, 문화홍보팀의 세 팀을 두었다. 단, 사무총국 간부들의 집단 사직 이후 업무 과부하가 지적돼, 비대위원들이 소속된 연맹으로부터 활동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 10월 16일 대학로에서 열린 하반기 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 장면 |
비상대책위원회, 예정된 투쟁 계획 그대로 집행할 듯
이수호 위원장과 임원진이 총사퇴하고 전재환 금속연맹 위원장, 양경규 공공연맹 위원장 등이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명될 무렵, 대다수 보수 언론들은 "민주노총, 강경 입장으로 선회할 듯"류의 예측 기사들을 쏟아냈지만 하반기 투쟁이 그들의 우려대로 '강경'하게 표출될 지는 미지수다.
보수 언론들의 분류 방법에 의거하더라도 '강경파' 대 '온건파' 비율은 3대 6으로, "강경파 득세" 주장은 별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비상대책위는 11월 1일부터 열흘간 총파업 찬반투표, 11월 13일 노동자대회에서 총파업 돌입일 발표 등 이수호 집행부의 하반기 투쟁 계획을 그대로 맞춰 나가고 있으며, 한국노총과의 공조도 일정한 수준에서 지속하기로 했다.
오히려 하반기 특수고용노동자 투쟁이 거세게 일 것이라고 예상됐던 덤프연대의 파업이 종료됐고, 화물연대도 사실상 정부안 수용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투쟁 동력의 약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와중에 전재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함께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국제자유노련(ICFTU) 아태지구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ILO 지역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왔다.
양대노총은 당초 정부의 반노동자적 정책에 대한 반발 및 김대환 노동부 장관 퇴진 주장과 함께 ILO 아태지역총회에 불참을 선언하는 한편, 개최지 변경을 요구해 사실상 내년 9월로 연기시켜 놓은 상태였다.
국제자유노련 아태지역위원회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ILO 아태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과 참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혀준 것을 환영한다"고 결의문에서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최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노조의 농성과 관련, "경찰 진압이 강행된다면 ILO 아태총회의 한국 개최 입장을 번복하겠다"고 경고한 한편, 11월 2일 있을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와 국무총리실 면담 자리에서도 현대하이스코 사태와 관련한 답변을 요구할 전망이다.
"하반기 총파업에 힘있는 결의와 조직 필요한 때"
민주노총이 "대화보다는 물리적인 투쟁 일변도로 전환할 것이다"라는 일각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대정부 교섭 창구가 이석행 전 사무총장에서 배강욱 비상대책위 집행위원장으로 바뀌면서 일정한 어려움은 예상되지만, 비상대책위가 기존의 입장을 뒤엎고 '대화' 자체를 거부할 일은 없어 보인다.
'현대하이스코 사태 해결 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긴 하지만 민주노총은 ILO 아태총회의 개최도 약속했고, '사회대통합국민연석회의'의 참여도 아예 배제하진 않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1일부터 1박 2일간 충주리조트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단위노조대표자수련회에서도 별다른 투쟁 계획 제출보다는 기 계획된 총투표 일정을 재확인하고 총파업 결의를 다지는 취지로 진행될 전망이다. 비대위 구성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중앙위원회에서도 '하반기 투쟁을 힘있게 결의'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인준' 안건을 다룬다.
이같은 내용들을 종합해 볼때, "강경 노선으로 선회한 민주노총의 하반기 실력 행사 및 노정간 대화 국면 차단"이라는 예측은 이미 빗나갔고, "하반기에 힘있는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면 비정규법안 개악과 노사관계 로드맵을 저지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라는 우려 섞인 분석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