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호 전 비정규국장 등 13인은 지난 13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도부 자진사퇴 촉구'와 '민주노총 사직' 의사를 밝혔다. 기자회견 이후 2명이 추가로 사직서를 제출,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와 이수호 집행부의 사후 대처 방식에 문제제기를 하고 사직한 사무총국 활동가는 모두 15명으로 늘었다.
사무총국 활동가들의 집단 사직 기자회견은 지역과 연맹, 단위노조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노총은 18일 오후 4시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징계 건 △비리근절을 위한 제도적 대책 건 △10.26 국회의원 재선거 지원방안 등 3가지 안건을 다루기 위해 23차 중집을 열었다. 23차 중집에서 이수호 전 위원장은 20일까지 최종 결심할 시간을 요청했고, 20일 오전 11시 경 전격 임원 총사퇴를 발표한 바 있다.
▲ 지난 13일 민주노총 사무총국 상근활동가 13인이 '민주노조운동정신 복원'을 주장하며 집단 사직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
한편 이수호 위원장은 총사퇴를 발표하기 전 사직서를 제출한 사무총국 활동가에 대해 선별 사직 수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호 위원장은 20일 오전 김태연 전 정책국장, 차남호 전 비정규국장, 한선주 전 조직국장 등 3인은 선별 수리하고, 나머지 12인에 대해서는 24시간의 시간을 두고 복귀 의사를 밝히면 사직을 반려한다고 결정했는데, 이 처리 방식이 노동운동의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 이 결정 방식은 사측이 노동조합의 투쟁을 관리할 때 사용하는 '주동자 처벌' 방식과 닮은 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병덕 민주노총 사무차장은 이에 대해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모두에게 책임이 있겠지만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수호 전 위원장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하고 "3인이 고참인 점 등을 고려해서 사직을 수리한 반면 나머지 12인에 대해서는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덕 사무차장은 "상조회장을 통해서도 부탁하고, 3인에게도 12명이 복귀하도록 신신당부했다"며 따라서 이수호 전 위원장의 판단과 처리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차남호 전 비정규국장은 이에 대해 "이수호 전 위원장이 우리가 기자회견을 추진하는 데 대해 사전부터 안 했으면 좋겠다는 강력한 주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고 "우리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예상대로 파장이 적지 않았던만큼 집행부는 여파에 주목했고,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식에 있어 선별 처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차남호 전 비정규국장은 "전 집행부가 나머지에 대해 기회를 주겠다는 선의의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선별 처리는 의도와 관계없이 집단 사직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올바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직서를 제출한 13인은 20일 모임을 갖고 이수호 집행부의 선별 처리 방침은 올바르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차남호 비정규국장은 "13인은 조직 복귀를 염두에 두고 사직을 낸 게 아니라는 진정성의 측면과 선별 처리의 부당성을 들어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병덕 사무차장은 사직한 15인의 이후 복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사직이 공식 처리된 만큼 복귀는 어렵다"고 말하고 "하반기 투쟁을 위해 빈 공백은 연맹별로 한 명씩 파견 역량으로 보충해서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관례상 비대위가 인사권한을 갖지 않기 때문"이며, "당장은 아니지만 차기 지도부가 구성되고 그 집행부의 판단에 따라 재채용 여부가 결정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수호 지도부가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사퇴한 만큼 조직 혁신과 하반기 투쟁을 위해 즉각 복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차남호 전 비정규국장은 "비대위가 복귀가 필요하다는 제의를 해올 경우 다시 논의해볼 수는 있겠지만 이 문제가 또다른 논란꺼리가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