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세상 자료사진 |
새벽 다섯 시 쯤. 멋모르고 자고 있었다. 갑자기 천막이 북북 칼로 찢기고 건장한 20대 후반의 용역들이 달려든다. 그리고 10분, 모든 상황이 끝났어요.
보통 용역경비가 아니다. 테러진압훈련을 전문으로 받은 이들이다. 어디서 동원이 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아무리 잠을 자고 있었지만 25미터나 되는 철탑을 올라오도록 아무런 느낌을 갖지 못할 정도로 민첩하였다.
테러진압개시?
큰 커터 칼로 송전탑 위에 친 천막을 난도질하며 달려들었다. 방어자세를 취할 틈도 없다. 한 평도 되지 않은 25미터 상공이라 4명이 달려드니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한 발 비끼면 낭떠러지다.
달려들자 말자 억센 손으로 목을 꺾고 팔을 꺾는다. 무릎으로 배를 가격하여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든다. 저항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정도의 전문적인 행동이다. 농성 중인 노동자에게 취할 행동이 아니다. 이는 테러범 진압할 때나 쓸 무시무시한 행동이다.
▲ 참세상 자료사진 |
멧돼지 통구이
고압송전탑 농성 사흘 만에 회사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끌려 내려왔다. 아직도 칼로 천막을 찢던 무시무시한 공포의 소리가 귀에 맴돌며 그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친다. 잊을 수 없는 십 분이다.
코오롱노조의 상급단체인 화섬연맹 간부인 나를 외부세력이라고 한다. 화섬연맹과 교섭을 하자던 회사가 외부세력 취급 운운하는 것을 이해할 수없다. 무단주거침입이라고 하는데, 말도 되지 않는다. 법적인 절차를 지켜 경찰에 요청하지 않고, 정체불명의 민간 용역을 동원하여 진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소 일거수일투족을 속속히 알던 경찰은 왜 이 날 한명도 보이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13일 회사와 함께 송전탑에 안전망을 쳤던 경찰은 진압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회사에게 진압행동을 떠민 것인가?
경찰 배후인가? 직무태만인가?
불법적인 진압을 묵과한 관할경찰서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 또한 시설보호가 목적인 용역경비가 폭력으로 농성 노동자를 진압한 것과 관련해서도 법적인 조치와 수사를 의뢰 할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을 우습게 여기는 회사의 폭력적인 진압에 끌려 내려왔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다. 더 강고하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 할 것이다.
코오롱노조 해고자들이 지난 10일부터 서울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목숨을 건 전원단식농성 등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한 달이 넘도록 시간끌기로 교섭을 제자리걸음으로 만드는 회사는 빨리 생각을 고쳐먹고 성실하게 교섭을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