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오마이뉴스, 버젓이 한미FTA 찬성 광고 게재

‘FTA 체결하자’ 배너 단 오마이.프레시안.한겨레, 비판기사 왜 쓰나

역시 무리한 기대였던가. 한겨레, 오마이, 프레시안 등 ‘개혁언론’들이 한미FTA 2차 본협상을 앞두고 일제히 ‘한미FTA 체결하자’는 광고를 실었다.

지난 7일 새벽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 웹 페이지에서 ‘한미FTA 체결은 내일을 위한 선택’을 호소하는 배너 광고가 상단에 띄워졌다. 그리고 그날 발행된 한겨레 신문에는 통면 광고가 게재됐다. 이 광고의 주체는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국정홍보처로 '한미FTA 추진'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정부 부서들이다. 이 광고들은 본협상이 시작된 지금도 걸려 있다.

물론 오마이뉴스는 한·칠레FTA 국회비준을 두고 농민과 정부의 긴장 관계가 계속되던 2003년 경제 5단체의 명의로 된 '한·칠레FTA의 조속한 비준'을 호소하는 팝업 광고를 띄워 누리꾼들의 비난 여론을 한 몸에 받은 전례가 있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 주요 개혁언론들이 한미FTA 협상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유지하는 기사들을 보도해 온 치적을 고려한다면 ‘한미FTA 체결하자’는 내용의 광고를 보는 독자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마이 뉴스 장면

한미FTA 비판 기사위에 버젓이 떠 있는 ‘한미FTA 찬성’ 광고

한미FTA협상 신중론에 근거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던 한겨레의 경우는 ‘집중탐구 한미FTA-다른 나라에서 배운다’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획은 멕시코, 캐나다, 스위스, 유럽연합 등 미국형 FTA가 아닌 무역협정에 대한 다른 유형을 소개하며, 현재 진행되는 한미FTA에 대한 대안적인 논제를 제기하는 기획을 보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우려 섞인 경고를 단독 보도하는 등 한미FTA 협상을 비판적 입장에 바라보는 오피니언의 발언을 실어왔다.

프레시안도 역시 마찬가지 이다. ‘한미FTA 뜯어보기 기획’,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기획물을 연재한 ’FTA, 대안은 있다‘ 등의 기획을 통해 한미FTA 협상의 부족함을 집요하게 지적해 왔고, 협상의 문제, NAFTA 분석 등 다양한 방향에서 한미FTA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언론에 비해 한미FTA 협상의 비판을 지적하고, 부족한 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던 언론들이다. 이들 페이지에서 비판기사와 ‘한미FTA를 체결하자’는 정부의 광고를 같이 목격해야 할 누리꾼들의 반응은 ‘배신감’에서부터 ‘어쩔 수 없는 개혁언론들이다’라는 ‘포기론’까지 다양하다.

프레시안의 한 관계자는 “사실 편집국 내부에서 광고에 대한 사후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광고와 기사는 다른 것 아니냐는 입장으로 정리된 상황”이라고 결론을 밝혔다. 기사는 비판이던, 찬성이던 입장을 갖고 나가겠지만, 운영과 수익을 위해 광고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니 어쩔수 없는거 아니냐는 항변인 셈이다.

  7일자 프레시안 페이지 모습.

  7일자 한겨레 신문 전면 광고.

돈 앞에 약해지는 그대들이 진정 대안언론인가

배너 광고를 보고 “갑자기 가슴속에 화가 치밀었다”고 심정을 토로한 진보블로거‘파차’(blog.jinbo.net/pacha)는 “기사에서는 한미FTA가 IMF 10개 이상 터지는 것이라며 버젓이 비난함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체결이 내일을 위한 선택이라고 떠들어대는 배너 광고를 높이 높이 달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당연히 배너를 클릭하면 한미FTA 정부 홍보 싸이트로 이동하게 된다. 이 누리꾼은 “조중동의 언론권력을 교체한다던 그들이 이제는 언론권력(?)이 되어 반민중적이고, 반민주적인 한미FTA를 홍보하는 파렴치한 짓거리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고 있는 것을 보자니 정말 화가 치민다”고 배신감을 표현했다.

또 다른 누리꾼 ‘티코’ 씨는 “어차피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황금이라는 아편이 없음 하루라도 못사는게 이 땅의 민중이거늘, 하물며 돈 벌겠다고 '시민참여' 팔아먹는 인터넷신문이야 두말해서 무얼하랴”라며 기대를 낮출 것을 권하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한미FTA 협상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정부는, 국정홍보처의 38억 1700만 원의 광고 홍보비를 예비비로 편성해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TV·라디오·인터넷·지하철옥외·신문에 한미FTA 광고를 게재하고 책자 및 간행물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이 광고 또한 여기서 편성된 예산의 일부인 셈이다.

정부의 언론 홍보 전략에 대해 이원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공동상황실장은 "이미 시사 방송과 전문 학자들을 통해 정부가 주장한 ‘한미FTA의 장밋빛 미래’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났음에도 국민의 세금을 이용해 거짓선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이런 광고들은 손 바닦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비상식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양문석 시청각미디어공대위 정책위원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의 삶을 파탄 낼 한미FTA 광고를 싣고, 이것으로 의식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그러나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들에게 광고를 받지 말자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난감함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기사는 쓰되 운영을 위해 광고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란 점이 유감스러우나 양문석 정책위원장은 "한미FTA의 문제를 인지한 방송, 언론 노동자들이 최소한 언론노조 파업 시기 까지는 광고를 자제할 수 있도록 경영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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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한심해

    다른 문제도 아니고 지금 당장 발에 떨어진 불인데
    FTA 찬성 광고를 내다니...
    정신을 팔아먹은 모양.

  • 나다

    오마이나 프레샨 모두 광고와 기사는 별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동안 보수언론이 사용해 온 파렴치한 이데올로기를 앵무새처럼 그대로 지껄이고 있는것일 뿐. 변명조차 되지 못한다.

    병X같은 기자들. 기자들이 광고 저널리즘이라는 것도 모르나? 왜 거대자본이 엄청난 자본을 퍼부으면서도 광고 하는데... 광고 속에는 지네들 상품을 더 팔아먹겠다는 홍보 전략도 있지만, 더 무서운것은 소비자들의 무의식적인 공간까지도 파고들어 지네들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려는 속셈인 것을... 특히 FTA는 단순한 홍보용이 아니라, FTA를 반드시 체결하겠다는 미친 한국 정부넘들, 미친 노무현의 일방적인 전략속에서 배치된 것인데, 이런 배너를 아무런 비판 없이 달고....

    그 비판에 대한 답변으로, 단순히 기사와 광고는 별개다라는 식의 왜곡된 저널리즘을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기자들... 업주들... 다들 지네들이 부끄러운 줄이나 아나 모르겠다.

    그래도 생각이 좀 있는 기자들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아니면 다들 노무현화 되어버린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