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단체들이 약가인하를 저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이들의 손을 들어 준 법원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 보다 두 배 비싼데, 가격 인하 말라니”
건강세상네트워크, 보건의료단체연합, 공공의약센터 등 18개 보건의료단체들은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치료제 ‘이레사’ 약가인하 조치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4일 삼성동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자들은 비합리적으로 책정된 약값을 그대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함과 함께 약가 관련 정책이 근본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 초래되었다”며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측의 소송 취하와 ‘이레사’ 가격 인하 결정 즉각 수용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에서는 한 정에 37,966원에 공급하는 약(‘이레사’)을 한국에는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62,010원에 판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혁신적 신약으로서의 임상학적 결과도 확인되지 않는 약이라면 당연 약가인하가 수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약가인하 결정에 불복하여 항소한 것은 이윤에 눈이 먼 다국적제약사들의 도덕적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한국아스트라제네카를 강력 비판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달 28일,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가인하 행정처분 취소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에 대해 “보험약가 인하 조치로 인해 제약사에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할 필요가 있고, 집행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며 ‘이레사’에 대한 복지부의 약가인하 조치 집행을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내 약가정책에 대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집단적 저항의 일환”
보건의료단체들은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측의 이번 소송이 ‘포지티브 리스트’를 골자로 한 정부의 약가제도 개선방안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입장을 대변한 대리전 성격의 것임을 분명히 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최근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속적인 저항을 시도해왔다”며 “그동안 이들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권을 차단하고, 신약에 대한 제약회사의 개발의지를 꺾을 수 있다면서 은근히 국민들과 환자들을 협박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소송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저항을 대표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며 “이 저항이 일개 제약회사와 특정 약품에 한한 것이 아니라 다국적 제약회사를 비롯한 전체 제약회사의 집단적 저항”이라고 규정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또 “이번의 소송은 앞으로 여타의 약가결정을 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모든 결정에 마찬가지의 형태로 반기를 들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이러한 반국민적 행위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강력한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의료단체들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에 대해서도 “‘이레사’의 가격 인하 조치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소명기회를 통해 이레사의 혁신성을 입증하지 못한 후 내려진 결정이었다”며 “그럼에도 이윤에 눈이 먼 제약사의 논리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여 신속하게 행정집행정지 결정을 단행한 행정법원의 민첩함은 국민들의 건강권을 유린하는 행위이자 건강보험 가입자의 정당한 권리를 묵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