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성희, “정부 장기발전전략, 저출산․고령화 위기론에 기초한 여성인력활용대책”
1부 발제를 마치고 진행된 토론에서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장은 ‘여성인력개발 종합계획: 다이나믹 위민 코리아 2010’을 중심으로 정부의 고용확대정책을 통해 드러나는 정부 여성인력개발정책의 문제점을 짚었다
호성희 위원장은 우선 최근 쏟아지고 있는 ‘다이나믹 위민 코리아 2010’, ‘비전 2020’, ‘비전 2030 - 함께 가는 희망한국’ 등 정부의 각종 장기발전전략들에 대해 “대부분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위기’로 규정하고, 생산인구감소에 대응하여 존재하는 잠재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며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전략’ 역시, 여성인력활용을 ‘사회서비스 제공’,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포장한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여성인력개발정책, 저임금․불안정 여성노동 고착화"
호성희 위원장은 정부의 여성인력개발정책에 대해 “여성일자리 창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들은 ‘사회적 일자리’란 이름으로 여성노동자에게 봉사와 희생정신을 강요하고, 저임금을 감내하며 주부나 여성노인들이 일을 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여성의 일’로 가족 내에서 여성들이 전담해왔던 보육, 노인부양노동에 대한 저평가를 기반으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제시하고 있어 여성일자리 저평가를 유지하고, 고용형태에 있어서도 여성비정규직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그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성인력개발정책이 △돌봄의 상품화와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박탈 △성별분업에 기초한 여성의 이중부담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정부 여성인력개발정책에 대한 운동진영의 대응방향으로 “여성권․노동권을 중심으로 위기론에 대한 정치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뒤 “국가가 책임 있는 사회복지정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하고, 이러한 공적서비스의 질은 그 노동을 수행하는 여성노동자의 권리 보장 없이 담보될 수 없음을 사회적으로 알려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진, “왜 노무현 정부는 ‘사회서비스’에 그토록 목을 매는가?”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앞서 발제자들이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이 한마디로 ‘꽝’이라는 얘기를 해 주셨는데, 그럼에도 정부는 목매달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도대체 왜 정부가 ‘사회서비스’에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든다”고 질문을 던지며 발언을 시작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스스로 제기한 물음에 대해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과거 대표적 일자리 창출은 주로 IT와 BT 시장에서 이루어져 왔으나, 이것은 자본력과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으로 제대로 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그에 반해 사회서비스라는 영역은 시장이 커질 가능성도 높고, 자본과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노동집약적이고도 이윤이 많이 남는 부문”이라고 정부가 시장창출의 일환으로 ‘사회서비스’ 분야에 착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서비스 확충전략, 시장 확대 위한 수요와 값싼 노동력 창출 전략"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사회서비스’ 시장의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그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첫 번째 조건으로 “필요를 자극하여 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꼽았다. 새로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하고, 수요 창출의 전망을 넓힘으로써 자본투자를 유치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수요 창출은 필수적이고, 또한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필요’도 부각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풍부한 노동력은 필수적이고, 이윤을 향한 자본의 욕구를 자극해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당연히도 헐값의 노동력이 널려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그 ‘값싼 노동력’의 대상은 앞서 호성희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여성’이고, ‘저출산․고령화 대책’, ‘여성인력개발 종합대책’은 그 지점에서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고안된 것이 된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이와 같은 전제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정부의 방안이 바로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가 그토록 ‘사회적 일자리’, ‘사회서비스’에 목을 매는 이유는 BT와 IT 시장에서 한계에 봉착한 자본의 새로운 시장 판로를 열어주고, 이를 위해 선행적으로 수요와 값싼 노동력을 공급해주기 위해서라는 게 김혜진 집행위원장의 주장이다. 즉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확충’은 새로운 산업구조조정이자,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 자본과 정부의 요구와 이해가 교차되는 지점이다. 이 지점은 바로 복지, 여성, 시장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과거에 ‘여성도 일해야 하고, 그것은 부수적업무’라는 점을 강조한 것과 같이 노동자들을 싸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IT산업 노동자들을 값싸게 끌어낸 것이 대박의 꿈이었다면, 사회서비스 부문에서는 ‘복지’라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며 “실제로는 시장창출이면서도 ‘복지’ 개념을 섞어 넣음으로써 저임금 유지전략을 채택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서비스 시장 확대, 젊은 노동자들이 여성․차상위계층 대체할 것"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이어 “현재는 시장이 많이 확대되어 있지 않고, 그것의 필요가 과도하게 강조되는 상황에서 고령 여성, 차상위계층 노동자들로 그 대상이 한정되어 있지만, 일정하게 시장이 확대되면 일반적 산업처럼 젊은 노동자로 대체되어 확대되는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사회서비스 시장 확대 이후 나타날 노동력의 구조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어느 정도 시장이 확대되면, 경쟁력 있는 사람들을 추려서 사회적 기업으로 가져가고, 또 거기에서 노동자들을 추려서 기업이 가져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사회서비스 자체가 세분화되어서 가장 돈이 많이 되고 완전하게 기업화되어 있는 곳에서는 소위 전문적인 노동자들을 채용하면서 이윤을 많이 남기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사회적’ 기업 등의 이름으로 저임금 노동력이 대다수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가 ‘사회적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함께하는 복지’, ‘사회서비스’ 등등의 온갖 수식어로 정부의 고용확대정책을 포장하고 있지만, “빈곤문제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저임금노동을 만들고, 그것이 시장 확대로 이어지고, 또 다시 기존 저임금 노동자들은 다른 산업으로 밀려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의 핵심 함의라는 게 김혜진 집행위원장의 주장이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에 대응하는 운동진영의 대응방향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 이날 토론회는 제목 그대로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의 문제점을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게 짚어보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향후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운동진영의 공동의 대응방향을 모색하자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