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료단체들이 “자신의 철학”이라며 의료급여제도 개편안을 강행 추진하고 있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빈곤해결을위한사회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빈곤․인권․의료․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의료급여개악안저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의료급여법공대위)는 13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의 이번 개정안은 그 정책결정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할만한 최소한의 절차적 합의 과정도 거치지 않았으며, 그 내용과 관련해 어떠한 사회적 합의절차도 없었다는 점에서 제도 시행은 정당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들에 대한 본인부담금 부과, 지정병의원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의료급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빈곤의료단체들은 그간 “빈민들의 치료권을 박탈하는 조치”라고 반발해왔다.
이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료급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은 이 달 안에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빈곤․의료단체 대표자들과의 면담자리에서 “복지부장관으로서 한정된 재원을 절약하여 보다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이 장관으로서 할 일”이라며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더라도 그것은 철학의 차이일 뿐 자신은 재정을 절감해야한다”고 강행 추진 의사를 거듭 밝힌 바 있다.
“유시민 장관의 행태는 철없는 아이가 하는 짓과 똑같다”
이 같은 유시민 장관의 입장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노무현 정부는 아파서 병원에 못 가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라고 했는데, 리틀 노무현인 유시민 장관은 가난은 죄이고, 가난은 차별 받아 마땅하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시민 장관이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이번 개편안 추진 배경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유시민 장관이 의료급여 문제를 도덕으로 보고 있는 게 오히려 문제”라며 “의료급여의 문제는 도덕과 경제적인 관점이 아니라 인권과 건강권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철없는 아이가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다”며 “의료급여법 개편안을 강행 추진하고 있는 유시민 장관의 행태는 철없는 아이가 하는 짓과 똑같다”고 읍소했다.
이날 의료급여법공대위는 “만일 의료급여제도 개악안이 강행된다면 보건복지를 책임져야할 복지부가 나서서 가난한 사람들의 치료권을 빼앗고 의료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의료급여 개악안은 지금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