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는 ‘부분반송(뼛조각이 발견된 박스만 반송하는 방식)’안에 대해 사실상 합의를 이뤘다고 판단하고, 3월 내 수입재개를 위한 추가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8일 대외 브리핑에서 “쇠고기 시장의 완전한 재개방 없이는 FTA도 없다는 게 의회의 입장"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합의 일지, 봉합일지, 한국 정부는 3월 중 '부분반송' 을 전제로 수입 재개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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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개방될 쇠고기 시장.. 웬디는 왜 강경수를 뒀을까
뼈를 제거한 살코기만을 수입하기로 한 현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 재개했으나 3차례에 걸쳐 뼈 조각을 검출되면서 수입이 중단됐다. 이에 한국 협상단은 "X-선 검사를 이용한 전수검사를 통해 뼈 조각이 발견된 상자만 반송·폐기하고 나머지 선적분은 수입을 허용하는 방안", 즉 ‘부분 반송’안을 또 제출했다. 그리고 3월 중 시행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미국 측은 “시행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답은 불분명 하지만 한국 정부는 '동의를 표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미 양측은 미국이 5월말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광우병위험등급 판정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하여 취할 조치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한국 협상단은 "미국이 5월말 OIE 등급판정을 받을 경우 양국간 기술협의를 포함한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위험평가를 실시하여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면 미국 측은 5월말 OIE 평가결과가 나오면 OIE 규정상의 평가등급별 수입조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즉시 이루어지도록 수입위생조건 내용을 정하고 또한 현행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하여 뼈 조각이 포함되더라도 수입에 지장이 없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측은 양국간 동물위생(SPS) 관련 현안인 조류인플루엔자(AI) 지역화 인정과 육류·가금육 검사시스템의 동등성 인정 및 생명공학(GMO) 규제 철폐 등 미국 측 입장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양국은 향후 19일부터 21일 중 서울에서 2차 고위급 협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결국 한국 정부가 들여오는 꼴
척 램버트 미 농무부 차관보는 작년 1월 양국 수입 위생조건 협상 당시에도 수석 대표를 맡았다. 작년 11월에는 농림부를 직접 방문해 압박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한국을 방문해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척 램버트 차관보의 입장은 분명하다. 뼈 조각을 포함시켜야 할 것 뿐만 아니라 갈비까지 수입하는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지난 위생검역실무협의 당시 한국정부는 이미 부분반송안을 미국 측에 전한 바 있다. 당시에도 USTR(미무역대표부)는 한국 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USDA(미 농무부)는 ‘전면 시장 개방’의 입장이었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USDA(미 농무부)는 뼈를 검역하지 말고 민간 업자들끼리 협의하게 하고, 한국은 갈비까지 수입하라는 입장이다. 한미FTA 협상 체결 시한에 압박을 받는 USTR(미 무역대표부)은 부분반송을 수용한 뒤 오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 이후 추가 개방을 시키자는 입장인 반면, 미국 내 축산업계의 압력을 직접적으로 받는 USDA(미 농무부)의 경우는 이 기회에 ‘완전 개방’을 시켜 성과를 남기겠다는 심산이다.
고위급 협상에서 미국 측이 “세 차례 미국산 쇠고기 반송사례를 경험한 미국업체들이 실제로 수출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이런 미국 내 분위기의 반영인 셈이다.
또한 고위급 협상에서 '반대하지 않는다'는 불분명한 표현에 이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의 강경한 '완전 개방'의 압력은 이미 '부분반송'안을 제출한 한국 협상단의 입장에서 더 후퇴된 '백기'를 받아내겠다는 기도인 셈이다. 나아가 이를 지렛대로 고위급 회담에서 언급됐던 다른 영역 예를 들어 GMO(유전자조작식품)와 같은 협상에서 더 많은 실익을 챙기기 위한 전술로 볼 수도 있다.
박상표 편집국장은 '부분반송'안에 대해 “한미FTA 뿐만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내 여론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민동욱 차관보가 사실상 매달려서 상황을 봉합한 것”으로 해석했다. 결국 양국 모두 부분반송의 내용으로 국내 반대 여론을 1차적으로 잠재우되, 종국에는 ‘완전 개방’으로 가는 수순을 밟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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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임경종 인천지원장이 쇠고기 수입 검역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
뼈 조각은 뼈가 아니다?
박상표 편집국장은 “양국 정부의 공통된 주장이 뼈 조각은 ‘뼈’가 아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인데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한다.
미국 내에서 안전하다고 손에 꼽히는 도축장에서 대표선수를 뽑아 수출했음에도 3번의 X-레이 검사에서 번번히 ‘뼈 조각’이 발견됐다. 한국 정부의 그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손톱만한 뼈 조각 몇 개로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상륙이 끝내 좌절됐던 것이다.
그러나 뼈 조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뼈조각도 결국에는 뼈이기 때문이다. 광우병 위험 물질 중 ‘골수’는 치명적인 위험 부위로 꼽힌다. 그런데 뼈 안에는 골수가 있다. 뼈가 부스러지며 결국 골수가 딸려나오는 것이고, 혹여 광우병 걸린소가 도축됐을 경우 이 뼈 조각 하나로 인한 전염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성을 갖게 된다.
또한 '뼈 조각이 발견됐다'는 것은 도축 작업장의 위상상태나 도축시스템 자체가 지극히 불량하다는 것의 반증이다. 관리가 허술하니, 위험물질이 발견되는 거는 당연한 이치다.
박상표 편집국장은 “빵 부스러기라 해서 빵이 아닌게 아니다. 부분집합의 합은 전체 집합이라고 수학시간에 배우지 않는가. 골수가, 뼈가 위험물질이라면 뼈 조각 또한 위험물질이고 그만큼 허술하게 관리 되는 것이라면 위험요소는 더 많아지는 것이다"라고 반박한다. 또한 "뼈 조각이 안전하다는 정부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수학 교과서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어 “위험물질이 발견됐다면 당연 전량을 반송 폐기하는 것이 검역의 원칙”임을 거듭 강조하며 “이렇게 위험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가 고유의 권리와 책임인 검역의 권리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드러난 거짓말.. GMO(유전자조작식품)도 협상에서 다뤄지고 있었다
이번 고위급 협상에서는 또 다른 미국의 요구사항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미국 측은 양국간 동물위생(SPS) 관련 현안인 조류인플루엔자(AI) 지역화 인정과 육류·가금육 검사시스템의 동등성 인정 및 생명공학(GMO) 규제 철폐 등 미국 측 입장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간 한국 정부는 GMO(유전자조작식품)은 ‘FTA의 협상 의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고위급 협상에서 드러났듯이 정부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GMO 규제 철폐도 고위급 협상의 의제로 다뤄졌고, 정부는 FTA 협상에서 이 내용을 협의해 왔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박상표 편집국장은 “한미FTA 협상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GMO 규제 철폐, 투자자정부제소 등 한 나라의 주권, 공공 제도와 정책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는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하며, “도대체 이 많은 것을 내 주고 한국이 얻는 성과가 과연 무엇인가”를 반문했다.
한편 한우협회 등 농민 단체 회원들은 8일 쇠고기 수입 기술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앞에서 ‘협의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