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회관 앞에서 본청 계단 쪽으로 달려오는 활동가들 |
▲ 태극기와 프랭카드를 펼치는 장면 |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반대하는 사람들' 활동가 십수 명은 오전 10시 10분 의원회관 앞에 모여 있다 국회 본청 계단 건너편으로 달려와 기습 시위를 벌였다.
▲ 태극기를 깔고 드러누운 활동가들 |
▲ "제헌절 국기에 대한 경례는 기만이다" "국기법을 폐지하라" 등을 외치고 있다. |
헌법 제1조 국민주권 조항이 죽었음을 상징하는 검정색 옷을 입은 활동가들은 태극기 위에 팔짱을 끼고 드러누워 "국가는 국민에게 충성을 맹세하라" "우리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지 않다" "헌법 제1조를 위반하는 국기법을 폐지하라" "국기에 대한 맹세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약 40분간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활동가들은 시위 중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죽었다'는 제목의 유서가 담긴 유인물을 뿌렸다.
퍼포먼스를 펼친 활동가 15명은 구로경찰서와 방배경찰서로 연행됐다. 연행된 활동가는 배경내,괭이눈,이재영,홍이(인권운동사랑방), 최정민(평화인권연대), 여옥(전쟁없는세상), 김희정(교육공동체나다), 박고형준,다이루,오병헌,양아치,득선(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배태섭(진보교육연구소), 안종국(학벌없는사회), 강영석(원불교인권위) 등이다.
이밖에 청소년신문 '청소년의눈' 기자라고 신원을 밝힌 조만성 기자도 연행돼 물의를 빚고 있다.
▲ 연행되는 활동가 |
유서 :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죽었다
헌법 제1조의 유서
아, 당신을 두고 먼저 가려니 차마 발길이 안 떨어집니다. 하루의 고된 노동에 지쳐 코고는 당신이벌써 그리워지는군요. 지지리 못난 나 때문에 고생만 하고 나를 위해 아무런 대가도 없이 헌신해 준 당신, 사랑합니다. 내가없더라도 너무 많이 슬퍼 말고, 밥 꼬박꼬박 챙겨먹고, 늘 씩씩하게 살아갈 것을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당부합니다. 특히 당신과나의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지 못해 정말로 미안할 뿐입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기 위한 삶…. 어째서 나는 이토록 비참하게 살아야만 했을까요? ‘대한민국의주권은 당신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당신으로부터 나온다.’는 나의 약속은 오늘까지 62년 동안이나 철저하게 부정당해 왔습니다.한 줌도 안 되는 권력자가 결정을 하고 명령을 내리면 그게 곧 국가의 권력이었으니까요. 아, 차라리 나는 이 땅에서 태어나지말았어야 할 존재였을까요?
이제야 나는 깨달았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법들 가운데 가장 먼저 지켜져야 하는 내가 아무리 ‘주권은당신에게 있다.’고 말해도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 당신의 주권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속여 온 기만덩어리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내가 태어난 오늘, 국가는 주권을 가진 당신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당신이국가에게 무조건 충성할 것을 여전히 강요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인 나를 파괴하는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을만들고, 텅 빈 ‘국기에 대한 맹세’로 당신의 주권을 짓밟는 국가를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호도하고 있으니까요.
이에 나는 오늘 내가 태어난 이곳에서 나 자신의 존재 모순을 폭로하며 비참한 예순 두 해의 삶을마감하려 합니다. 그것만이 빼앗긴 당신의 제헌 권력을 되돌려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에 대한 헛된기억은 태워서 한 줌의 재로 한강에 뿌려주면 됩니다. …… 당신을 정말로 사랑합니다.
2007년 7월 17일 제헌절 아침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반대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