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구조조정저지대책위, 박맹우 울산시장 면담

"삼성 구조조정 중단 위해 울산시가 나서라"

26일 오후 4시 삼성SDI구조조정저지대책위원회는 박맹우 울산시장을 면담, 울산시가 삼성SDI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 중단과 고용안정을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해고 노동자가 박맹우 울산시장에게 삼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실에서 열린 이날 면담에서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4월 3일 삼성SDI와 울산시 간의 투자양해각서 체결 이후 울산시와 울산시민은 성실히 약속을 이행해왔지만 삼성SDI는 신규 고용창출은 고사하고 이미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이미 1,000여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됐고, 이후 정리해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또한 1,0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2006년 하반기 PDP공장에 채용한다던 1,000여명의 사원 역시 신규채용이 아니라 대부분 기존 삼성의 천안, 수원공장 사원들을 전환배치한 것에 불과했다"면서 "울산시가 삼성SDI에 대해 구조조정 중단과 고용안정 창출을 촉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지자체간 경쟁도 치열하고,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을 유치하면 고용창출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PDP 수요가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면서 "울산시가 회사의 고용문제까지 관여할 수는 없지만 중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하겠다"고 답했다.

삼성SDI하이비트 최세진 노동자 대표는 박맹우 시장에게 "울산시민으로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부탁하겠다"며 "해고된 노동자들 입장에서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SDI와 울산시는 지난해 4월 3일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투자양해각서에 따라 삼성SDI는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일원에 PDP생산공장 건설을 위해 투자하고, 울산시는 이 지역을 지방산업단지로 지정, 각종 행정지원과 기반시설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4월 12일 PDP 4라인 증설과 7,300억원 투자를 확정하고 5월 15일 생산라인 기공식을 가졌다. 울산시는 8월 14일 지방산업단지의 이름을 '울산하이테크벨리'로 확정했다.

올 2월 PDP4라인이 시험생산에 들어갔고, 7월 9일 울산시와 울주군, 군부대 간에 신불산 사격장을 내년 초에 이전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삼성SDI구조조정저지대책위원회는 지난해 4월 이후 영성전자, 정우전자, 명우전자, 선우전자, 세창테크, 생기PALZA, 대성ED, 플러스전자 등 8개 사내기업들이 계약해지되거나 폐업처리돼 6~700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다른 업체들 역시 권고사직 등으로 노동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또 현재 남아 있는 대다수 사내기업들 역시 오는 8월 15일 삼성SDI와의 계약완료일을 앞두고 있어 계약해지, 대량해고, 폐업 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주원전자, 에이스전자, 신흥산업, 우진기업, 하이비트 등 12개 사내외주업체들 또한 계약해지, 폐업처리돼 약 2,000명의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렸고, 현재 남아 있는 업체 2곳 중 엠테크는 8월 15일 계약만료를 앞두고 이미 폐업설명회까지 진행됐다고 한다.

한편, 삼성SDI의 비정규직 구조조정에 맞서 지난 2월 계약해지돼 폐업된 영성전자, 명운전자 비정규노동자와 사내기업 노동자들이 삼성SDI사내기업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투쟁하고 있고, 지난 3월 계약해지돼 폐업한 사내외주 하이비트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또 사내기업 그린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지난 3월 삼성의 권고사직에 반발, 노조를 결성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해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벌이고 있다.(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