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일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베네수엘라가 뜨거워지고 있다. 2일 의회에서 개헌안이 승인되자 지난 주말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개헌 찬성집회와 반대 집회가 연일 이어졌다.
한편, 티비사이 루세나 베네수엘라 선관위원장은 2일“의회에서 승인 절차를 마친 개헌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다음달 2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국민투표 일정을 확정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개헌이 “2004년 8월 소환투표와 현재의 헌법을 승인했던 1999년 12월 국민투표를 포함해 가장 중요한 국민투표라는 데 의심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번 국민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개헌이 “과거와의 역사적 단절”이라고 설명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국가 제도를 더욱 효율적으로 조직함으로써 풀뿌리 및 참여 민주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헌안에 대한 일괄투표가 아니라 두 부분으로 투표
12월 2일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1999년 제헌의회를 통해 만들어진 볼리바르주의 헌법 350개 조항 중 69개 조항에 대한 찬반투표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하게 된다. 69개 개헌 조항 중 33개는 차베스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며, 나머지 36개는 의회에서 제안한 것이다.
원래 의회와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개헌안을 일괄 투표에 붙이기를 원했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이 제안한 33개 조항에 의회가 제안한 13개 조항을 하나로, 나머지 의회가 제안한 안 23안을 하나로 묶었다.
차베스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에 일부 의회가 제안한 안이 포함된 첫 번째 부분에서는 대통령 임기연장 및 임기제한 폐지, 선거에서 외국계 재정지원 금지, 노동시간 축소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 부분에는 의회가 제안한 비상시 기본권 제한, 건강 및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런 결정은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임기 연장 및 연임규정폐지 등에 대한 반발과 의회에서 제안한 비상사태시 기본권 제한 등에 대한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세력, “개헌 자체에 반대”... 기권 조직
차베스 대통령에 반대해온 야당세력은 이번 개헌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개헌이 1999년 헌법의 민주적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10월 말에 개헌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진데 이어 1일에도 국민투표연기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카라카스에 위치한 베네수엘라 중앙 대학교에서 열렸다. 3일에는 “승리의 약속”이라는 이름의 집회가 전국저항본부(CNR)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여기에는 차베스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당들이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개헌에 반대하는 야당 사이에서도 이번 개헌에 대한 전술이 엇갈리고 있다. 대다수 전국저항본부에 참가하고 있는 정당과 단체들은 “개헌의 내용에 대한 반대뿐만 아니라 개헌 자체에 대해서 반대”한다며, 투표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기독민주당을 포함한 일부에서는 투표에는 참가하되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개헌에 반대하는 야당세력들은 이번 금요일(9일) 또 다른 대규모 시위를 비롯해, 2일 국민투표를 앞두고서는 ‘돌아오지 않는 행진’을 기획하고 있다.
일요일 수십만이 개헌 지지 시위...반대파 근거 일축
개헌에 찬성하는 차베스 지지자들도 개헌찬성 캠페인을 일요일 발족하고 대응에 나섰다. 4일 카라카스 볼리바르 거리에는 볼리바르주의 운동을 상징하는 색인 붉은 색의 옷을 입은 수십 만명의 사람들이 1.3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가득 메웠다.
한국을 방문한 베네수엘라 국영방송 비베티비 활동가 캐서린 아라우호는 “대다수의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차베스를 지지하고 있다”며 이번 개헌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동안 베네수엘라의 부를 독점해온 일부 반대세력들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번 개헌을 통해서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와 혁명이 한 발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캐서린 아라우호는 “개헌에 반대하고 있는 세력들은 1999년 볼리바르주의 헌법을 만들 당시,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격렬하게 반대했던 세력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이제 와서 1999년 헌법의 민주성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개헌 반대세력의 주장을 일축했다.
1999년 헌법은 차베스 대통령 집권 직후 의회를 해산하고 제헌의회를 통해 마련되었으며, 석유 국유화, 토지개혁 등의 단초를 제공했다. 2002년 4월 일부 군부가 차베스 대통령을 납치한 쿠데타에서도 베네수엘라인들은 이 볼리바르주의 헌법 책자를 들고 차베스의 귀환을 촉구하러 거리에 나서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의 유력한 신문 ‘울티마스 노티시아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인 중 46.6퍼센트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35퍼센트가 개헌에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72퍼센트가 차베스 대통령이 국정을 ‘잘’ 또는 ‘아주 잘’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25퍼센트가 ‘못한다’ 또는 ‘최악이다’에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개헌에 대해 외국 언론들의 악의적인 보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 방송인 CNN에서 ‘차베스 지지자가 지난 주 시위에서 반 차베스 파의 학생을 살해했다’는 오보를 했다며 비난했다. 이 보도는 이후에 학생들 사이의 다툼과정에서 한 학생이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해 살해했으며, 이 보도는 살해범이 체포되었다는 베네수엘라 경찰당국 보도에 따라 오보로 확인되었다고 인터넷 신문인 ‘베네수엘라 애널리시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