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17일 오전 10시 30분 경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한 공장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기습적인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누르푸아드가 3층에서 뛰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누르푸아드는 체포되기 직전 다른 건물로 도망치기 위해 3층 높이에서 뛰어내렸으나 추락해 사망했다.
누르푸아드의 사망 사건 뿐만 아니라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의 이주노동자 거주지 또는 사업장 무단진입을 통한 강제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놀라 도망가다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사례는 종종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가 이런 출입국법위반에 대한 의심과 추정만으로 단속을 가능하도록 해 인권침해를 법제화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8일 법무부는“인권보호 및 다문화 사회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는 취지로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는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의심’ 만으로도 이주노동자 단속 가능해져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46조의 2를 신설하고 출입국사범 단속의 근거를 보완하도록 했다. 개정안을 보면 출입국관리공무원은 이 법을 위반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에 여권 등의 제시를 요구하고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외국인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무소, 영업소, 사업장이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장소에 출입하여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25개 단체로 구성된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주 공동행동)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법 개정 입법예고를 “국가권력에 의해 인권침해를 법률로 정당화하려는 전형적인 개악시도”라고 규정했다.
이주공동행동은 이번 법무부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출입국 공무원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어떤 통제도 없이 법위반에 대한 의심만으로 모든 외국인에 대해 검문할 수 있고, 영장도 없이 법을 위반한 외국인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장소에 출입하여 조사”할 수 있게 된다고 입법 예고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외국인에 대한 강제 단속 및 연행의 권한과 요건, 절차를 명확하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특히 단속, 연행, 보호, 긴급보호 등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수준의 실질적 감독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 것과 “강제단속은 불심검문이나 임의동행보다 훨씬 기본권 제약의 정도가 큰 공권력 행사이므로, 최소한 불심검문에 준하는 수준의 절차를 준수하여야 할 것”이라고 한 점을 들어 법무부가 "국가인권위의 권고마저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를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단속반에 날개 달아주는 꼴” 비난
이번 개정안에서는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반원들의 ‘권한’을 강화한 반면, ‘적법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것도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인권침해, 불법 단속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이주노동자의 단속을 합법화시키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중의 하나다.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도 성명을 통해 이 법이 “단속반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주노조는 그 동안 출입국이 “법률에 있는 보호명령서 제시 의무 등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자의적 권력을 행사”해 왔다며, 이런 문제점을 지적해왔는데 오히려 “단속을 정당화할 악법을 명문화”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주노조는 미등록 체류자의 문제가 정부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고 단속으로 위협받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 공동행동은 “이 시각에도 무수한 이주노동자들이 기본적 권리조차 무시된 채 단속, 체포되고 있으며, 범죄자보다 못한 처우와 무기한의 구금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불법과 인권침해로 얼룩져 온 국가적 폭력행사를 정당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인권단체들은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안에서도 난민법제에 대한 많은 문제제기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