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진행했던 대통령 선거 정책연대 후보 조합원 총투표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41.5%의 지지를 받았다며 공식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 비정규노동자들은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 날, 한나라당 앞에서 대선 후보들의 반노동자적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참세상 자료사진 |
이명박 후보는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대량해고 문제에 대해서 “기업과 노동자의 이익이 서로 충돌한 일일 뿐 어느 한쪽을 탓할 일은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자부심 없는 사람들이나 스스로를 노동자라 부르고 노동조합을 만든다”, 교수노조에게는 “프라이드도 없는 한심한 집단”, 서울시 오케스트라 문화예술노동자들에게는 “바이올린 줄이 금속이라 금속노조에 가입 했냐”라는 말을 하는 등 ‘반노동자적’ 발언을 서슴지 않아 그간 노동계에서는 이명박 후보를 ‘반노동자’ 후보로 지목해 온 바 있다.
특히 이명박 후보는 한국노총이 정책연대 과정에서 핵심 사업으로 상정한 TV 토론회에 불참을 통보해 토론회 자체가 무산된 바 있으며, 한국노총이 선정한 ‘10대 정책요구’에 대해서도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등 정책 전반에서 ‘친기업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내부적 비판은 물론 노동계 전반의 비판에 놓일 전망이다.
한국노총은 오늘(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개지지를 밝혔다. 한국노총은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후보와 정책연대협약 체결식을 가졌으며, 이후 이명박 후보 측과 6인 이내의 정책협약체결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협약의 문안내용을 조정합의 한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수순?
한국노총의 이번 정책연대는 정책연대의 범위에서부터 이미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한국노총이 “과거의 언행에 대해 공개사과와 향후 재발방지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할 경우”를 전제로 정책연대 대상 포함을 제기해 민주노동당 대표가 지난 노사관계로드맵 과정에서 한국노총의 행태에 대해 ‘어용’이라 지칭한 것에 대해 공식사과를 했다가 철회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결국 민주노동당은 정책연대 확약서를 한국노총에 제출하지 않아 정책연대 대상에서 빠졌다.
이후 BBK사건을 놓고 정동영, 이회창 후보는 검찰 수사발표 이후로 조합원 총투표 일정 연기를 요구했으나 한국노총은 이를 거부해, 두 후보는 정책연대 확약서를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이미 투표준비가 끝났다는 이유로 이들을 포함해 총투표를 진행했다. 결국 한국노총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상원 한비연 의장, “나중에 무슨 변명을 하려고...”
이런 논란에도 한국노총이 총투표를 근거로 이명박 후보를 공개지지하고 나선 것에 대해 내부에서부터 비판이 올라오고 있다.
이상원 한국노총비정규노조연대회의(한비연) 의장은 이번 총투표에 대해 “노동자의 대표 단체로서 잘못된 선택이며,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상원 의장은 “한국노총이 이명박 후보에게 정책적으로 뭔가 믿을 수 있는 확약을 받은 것도 아닌 상태에서 오히려 노조를 말살하겠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을 지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한나라당 안에 한국노총 전 위원장도 있고 해서 이명박에게 줄서기 한 것 아니냐”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상원 의장은 “만약 이명박 후보가 당선이 되면 노동자들은 당연히 칼을 맞을 텐데 그때 가서 무슨 변명을 하려고 이러느냐”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민주노총도 “한국노총이 노동자를 배반했다”라고 비난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명박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자본과 기득권 세력에게 인정받기 위해 공공연하게 반노동자적 발언을 해왔던 사람이며, 이렇다 할 노동정책 하나도 없고, 오로지 성장만 말하고 있는데 무슨 지지냐”라며 “비정규 노동자들의 희생과 고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한국노총은 스스로 정체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