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비트 원직복직 위한 영남권 금속노동자 결의대회

울산지부 4시간 파업, 삼성SDI 부산공장 휴무

금속노조울산지부가 삼성SDI 하이비트 원직복직 쟁취를 위해 12월 7일 4시간 파업에 돌입하고, 울주군 삼남면 삼성SDI 부산공장 앞에서 '삼성SDI 하이비트 원직복직, 노동탄압 규탄, 삼성재벌 심판을 위한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삼성SDI 하이비트 원직복직, 노동탄압 규탄, 삼성재벌 심판을 위한 금속노조 결의대회

영남권 금속노조 결의대회로 진행된 집회에는 600여명의 울산지부 조합원들을 포함해 경남, 대구, 포항, 부양지부 등과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 1000여 명이 공장 앞을 가득 메우며, 삼성자본을 성토하고 연대투쟁으로 하이비트 원직복직 투쟁을 승리할 것을 결의했다.

이날 집회에는 삼성SDI 정규직 노동자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의 불법비자금 중 30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삼성SDI는 지난 11월 1일 노사협의회에서 1050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통보했다. 이미 수많은 사내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약해지와 정리해고돼 길거리로 내쫓긴 상태였다.

게다가 부산공장은 금속노조 집회를 앞둔 6~7일 이틀간 예정에도 없던 전 공장 휴무에 들어갔고, 정문 앞에는 집회에 대비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2미터 높이의 철문이 노동자들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집회 시작 전에 진행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의 선거유세가 조금 길어지면서 금속노조 결의대회는 30분 늦은 오후 3시에 시작됐다.

대회 사전집회에서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개구리 왕국에서 개구리가 왕이 되어야지 뱀이 왕이 될 수 있는가”라며 “12월 19일 노동자가 청와대를 접수하고, 내년 4월 총선도 이겨 노동자 정권을 만들어보자”고 호소했다.

힘찬 진군의 북소리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겨울 하늘을 가르며 금속노조울산지부 김진호 수석부지부장의 사회로 시작된 본대회에서 발언에 나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삼성재벌 해체와 이건희 구속”을 외쳤다.

금속노조 최용규 사무처장은 “수많은 승리를 안아왔던 금속노조의 연대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하도록 더 치열한 투쟁을 전개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자가 앞장서서 삼성비리를 낱낱이 파헤쳐 해고자들을 원직복직시키고, 삼성재벌 해체시키자”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울산본부 하부영 본부장은 격려사를 통해 “오늘의 투쟁은 이건희를 구속하고, 삼성재벌 해체를 위한 시작”이라며, "수천명 정리해고에도 단 한 번도 근로감독을 받지 않은 삼성SDI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김광식 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삼성의 부정부패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의 각오와 결의를 잊지 말고, 우리 분노의 힘으로 하이비트 노동자들이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도록 하자”고 결의를 밝혔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도 “노무현은 집권 5년 동안 노동자의 피땀을 쥐어짜다 임기를 말아 먹었다”고 비난하고, “새롭게 전선을 긋고 투쟁으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이어 하이비트 조합원들이 250여 일의 투쟁과정을 그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울산지역의 문예활동가들이 비정규직 세상을 만들려는 자본가들의 의도와 삼성자본의 노동탄압, 이윤축적, 비자금 조성을 통한 정경유착을 풍자하는 공연을 진행했다.

금속노조울산지부 강태희 지부장은 쉽지 않은 조건에서도 파업으로 삼성SDI 공장 앞에 모인 조합원들과 연대 온 조합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8개월이 넘는 투쟁에도 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를 거부하는 삼성자본을 비난했다. 이어 “삼성자본에 원직복직과 노조 깃발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대의 기풍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연대투쟁으로 하이비트를 포함한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아울러 하이비트 원직복직을 위해 울산지부는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삼성SDI 송수근 해고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6월 집회 참석을 이유로 회사로부터 경고장을 받았지만 꿋꿋하게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으며, 노조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고 “정리해고를 막는 것이 하이비트 복직하는 길”이라며 “삼성자본을 무너뜨려 반드시 복직하고 무노조를 박살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횃불을 들고 정문을 돌아 남문까지 행진을 한 후, 다시 정문으로 돌라와 어슴푸레해지는 하늘 아래 삼성SDI 공장을 향해 1천여 개의 폭죽을 터뜨리며 ‘삼성 무노조경영’과 ‘정리해고’에 대한 화형식을 갖고 마무리했다.

한편 같은 시간, 서울 삼성본관 앞에서도 삼성자본을 규탄하는 민주노총 2차 결의대회가 진행됐으며 3주째 상경투쟁 중인 하이비트 조합원들도 참여했다. 하이비트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원직복직 투쟁은 250일을 넘겼으며, 100일 넘게 천막농성을 이어오고 있다.(최윤정 현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