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신당파 모임인 새로운진보정당운동(새진보정당)과 초록정당을만드는사람들(초록만사), 한국사회당이 공동 주최한 ‘대안 진보신당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지난 31일 열렸다. 민주노동당 신당파의 독자 창당 선언 이후 열린 첫 공동 토론회에서 진보신당 창당에 동의하는 이들 세 정치세력 간 밀도 있는 탐색전이 진행됐다.
새진보정당 측에서는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전 소장과 김형탁 민주노동당 전 대변인이, 초록만사에서는 주요섭 대변인과 서형원 과천시의원이 토론에 나왔다. 한국사회당에서는 오준호 직무대행과 오창엽 진보정치연대를위한특별위원회 위원이 참석했다.
‘적록연대’ 공감대 형성 가운데 방점 달라
조승수 전 소장은 신당이 추구해야 할 노선으로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를 강조하며 “화석에너지 고갈, 지구 온난화, 농업 붕괴와 같은 생태 위기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더 고통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녹색은 적색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적색’의 상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에 따라 주거, 교육, 의료, 비정규직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고 그 실현에 당 활동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조 전 소장은 “이른바 좌파 중에서 ‘사민주의는 안 된다’는 입장이 있는데 그에 앞서 자신의 사회주의가 어떤 사회주의이며 국가 사회주의 모델과는 어떻게 다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민주의 세력에 대해서도 “사회주의 계급정당 세력에 대한 비판이 단순 비판인지, 이들과의 연대가 불가능하다는 선 긋기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섭 대변인은 “진보정치 운동은 한나라당에 맞설 카운터 파트너가 될 것인지 급진적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적 등대’가 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제도정치 내에서 카운터 파트너가 되려면 소선거구제 하에서 승리할 조건을 만들기 위해 개혁세력과의 통합과 중도실용 노선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심상정 민주노동당 대표가 ‘강력한 진보야당’을 주창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주 대변인은 신당이 ‘정치적 등대’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초록 내부에서 명확히 합의되지는 않았지만 ‘비(非)자본주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동체 운동에 대한 향수로써 전(前)자본주의와 ‘디지털 노마드’로 대표되는 후(後)자본주의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인간은 사회적 존재일 뿐 아니라 생태적 존재, 영성적 존재이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계급주체, 인민주체는 여전히 유의미하나 환원되지 않는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형원 시의원은 정파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조승수 전 소장이 ‘정파명부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것에 대해 “정파 합법화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당내 정치에 몰두하는 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문제가 핵심”이라고 반박하며 “한 지붕 세가족당, 무지개당 형태의 느슨한 연대로 정파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오준호 직무대행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정당이 핵심이며, 이명박 시대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신당의 상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복지, 생태, 인권, 평화, 참여의 가치를 중점에 둔 사회 발전상을 그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직무대행은 “이명박 시대의 특징인 ‘생활화된 신자유주의’와 싸우기 위해서는 풀뿌리 조직을 통해 대중 조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당 내에서 단일한 패권이 관철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연방제 정당, 무지개 정당 형태로, 자치를 바탕으로 하면서 필요할 때 민주적으로 힘을 모으는 구조를 고려해볼 수 있겠다”고 전했다.
총선 정면돌파냐, 움츠린 뒤 도약이냐
조승수 전 소장은 신당 창당 시기에 대해 “2월 말이나 3월 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실제적인 창당 완성 시기를 2010년으로 잡고, 페이퍼 정당이 되더라도 창당한 뒤 4월 총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진보정당의 이같은 견해에 한국사회당과 초록만사 모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주요섭 대변인은 “총선 전 창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며 “국민들에게 ‘민주노동당 안에서 싸우다 갈라져 나왔다’는 이미지 외에 새로운 대안이나 비전을 제시할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총선 포기는 아쉽지만 올해는 지속적인 토론회와 대운하 순례투쟁 등 공동 실천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힘 있는 창당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오준호 직무대행은 “2008년 한해는 대안정당 건설 모색과 운동기로 봐야 하며, 어떤 시점을 정해놓고 정당을 이때까지 만든다는 입장으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될 경우 “상층 간부들만의 논의로 끝날 수 있으며, 대안정당 창당을 위해서는 경부운하 저지와 같은 공동 투쟁과 현장 활동가와의 집단 토론을 통한 원칙과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김형탁 전 대변인이 “한국사회당과 초록만사는 지금껏 해왔던 가치와 일정을 평면적으로 제시할 것이 아니라 총선을 앞둔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모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중점에 놓고 바라봐야 한다”면서 “3일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에서 비대위가 제시한 혁신안이 부결될 경우 상당히 많은 당원이 탈당하게 될 텐데,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주체적으로 개입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주요섭 대변인과 오준호 직무대행이 “민주노동당을 중심에 놓고 진보진영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고 재반박하면서 토론회는 일순간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