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계 다국적 기업인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1999년 업계 4위였던 제일생명을 인수하며 한국에 진출했다. 이후 두 차례의 구조조정과 정규직원 2천7백여 명 중 40%인 1천여 명의 감원, 신인사제도 도입 등으로 노사 갈등을 겪다 지난 1월 성과급제 도입으로 노조의 파업을 불렀다.
▲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앞. 지난 달부터는 입구 오른쪽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해 놓고 있다. |
노동법상 임금 체계를 변경할 시 노사간 합의를 거쳐야 하고, 노사가 2005년과 2006년에 "노사가 수용 가능한 성과급제를 합의해 도입한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 회사가 변경된 임금 체계를 강제로 도입하자 9백여 명의 조합원들이 47년 만의 첫 파업을 단행하게 된 것.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들의 파업은 보험업계에서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전 직원의 임금, 평가, 승진 시스템까지 전면 변경되는 차등적 성과급제의 도입은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으로 직결된다. 서미화 알리안츠생명노조 조직부장은 "(차등 성과급제의 도입으로)하위 등급을 받은 직원들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미화 조직부장에 따르면 실제로 회사 측에서 "성과급제를 도입하면 구조조정은 필요없다"고 말했다는 것.
알리안츠생명이 지난 해에 1천2백억 원의 흑자를 내고도 직원들에게는 성과를 배분하지 않고 임원들에게만 각 5천만 원씩을 지급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노조에 따르면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회계업무를 타 외주업체에 맡겨 비밀리에 진행했다고 한다. 이 회사의 임원은 제일생명 인수 당시 13명에서 현재 31명으로 크게 늘었다.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는 각 지점의 지점장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회사측의 태도도 반발을 사고 있다. 교섭 해태와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및 징계 처분 등 부당노동행위 논란도 일었다. 그러나 지점장들의 적극적인 참여, 최근 결성된 알리안츠생명 어드바이저(보험설계사)협의회의 투쟁 지지, 조합원들의 높은 참가율 등으로 파업 대오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알리안츠그룹 본사 있는 독일로 원정투쟁 떠나
파업 돌입 후 충북 충주와 강원도 고성 등지에서 거점 투쟁을 벌여온 알리안츠생명노조는 지난 달 18일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앞에 비닐 천막을 설치하고, 조합원 2-300명이 상경해 집회를 갖는 등 점차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회사측도 일당 30만 원씩의 용역업체 직원 2백여 명을 본사 건물 입구와 각 층에 배치해 놓은 상태다. 고계현 알리안츠생명노조 교육부장은 "얼마 전 코스콤비정규지부의 천막농성장이 강제 철거되는 것을 보면서 남일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 15일부터 17일까지는 알리안츠그룹 본사가 있는 독일에서 원정투쟁을 벌인다. |
한편, 알리안츠생명노조는 사무금융연맹 및 국제사무직노조연합 한국협의회(UNI-KLC)와 함께 독일 알리안츠 본사 원정투쟁에 나서기로 하고 15일 원정단을 출국시켰다.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앞에서 조합원 3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원정투쟁을 알렸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회사가 원하는 신인사제도의 도입이나 임금체계 변경은 고용안정과 종업원의 생존권 문제가 달려 있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라며 "임금체계 강제변경을 원상회복시키고 노사 합의로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다시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두헌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 김선용 알리안츠생명노조 수석부위원장, 변성민 알리안츠생명노조 홍보실장, 최정식 UNI-KLC 사무총장 등으로 구성된 원정투쟁단은 17일까지 독일 알리안츠 평의회 및 베르디노조와 연대하여 알리안츠그룹 최고 책임자 면담 등을 시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