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정당들, 비정규직 어찌할까 질문에 묵묵부답
지난 대선, 핵심 이슈는 ‘일자리 창출’이었다. 모든 정당은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7%의 경제성장은 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나 전제는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한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이었다. 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좋은 일자리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서로 비례될 수 없음이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음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다. 당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이를 위한 노동유연화 공약을 착착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그리고 총선이다. 총선을 맞아 각 정당은 또 한 번 경제를 살리겠다며 한 표를 부탁하고 있다. 한결같이 일자리를 늘리겠다느니 소외계층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겠다느니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소외계층의 대표주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비정규법의 피해사례라고 정부도 인정한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냐는 질문이었다. 의석의 90%를 차지할 거대 정당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서울동부지역의 35개 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랜드 파업 해결을 위한 홈에버 면목점 지원대책위원회’는 중랑, 동대문, 광진, 성동구에 나선 총선 후보들에게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개질의를 했다. 4개 지역에 모든 후보들에게 질문서를 보냈지만 민주노동당 후보 4명과 통합민주당 후보 1명만 답변을 보냈다. (이 지역에 진보신당 후보는 출마하지 않았다.)
부평구청역 앞 CCTV 탑 위에서 100일이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던진 질문에도 거대 정당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대해 홈에버 면목점에서 일하던 황은영 씨는 “전에는 말이라도 국민을 위하고 비정규직을 위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말로도 하지 않는다”라고 허탈해 하기도 했다.
더 허탈한 소식은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공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토록 폐기를 바라는 비정규법을 안착시키겠다고 한 것이다. 통합민주당은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통해 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인 25%까지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하겠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 실현방안은 없다. 비정규법도 보완하겠다는 수준이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겠다”라며 직업훈련을 강화하겠다는 것 이상은 없다.
비정규직 규모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두 진보정당, 그러나...
물론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많은 비중을 두며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있기는 하다. 또한 각각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를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노동자 3대 해법으로 △국회 임기 내 비정규직 규모 절반 축소 △1천 만 고용안정 △비정규직 일자리 연대 실현을 제시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 6대 긴급대책으로 △건설노동자 체불임금 보장 △최저임금을 평균임금 50%로 법제화 △실업급여 1년으로 연장 △5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비정규직에도 공공주택 공급확대 △산별협약 효력 확장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법에 대한 언급은 총선 자료집 어디에도 없다.
그나마 진보신당은 “비정규법을 폐기”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연대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연대 생활임금’이라는 이름으로 최저임금을 평균임금 50%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것과 노동시간 상한제를 도입해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추가 고용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사회연대전략은 그간 정규직의 양보를 전제로 한 전략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서울동부지역 노동사회단체는 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과 같이 총선이 진행된다면 정당과 정책에 대한 민심에 판단은 없고 거대정당들의 정치공학과 정치게임만 있을 것”이라고. 또 “비정규 문제 등 사회 현안에 대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갖지 못해 양극화 심화와 극심한 사회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이제 투표소에 들어가 누군가 하나를 찍어야 하는 선택의 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 왔다. 사회 문제의 중심에 서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 노동자의 60%를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누구를,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