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4일 산타크루스 주 정부 자치권 확대 주민투표를 앞두고 볼리비아는 긴장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루벤 가마라 볼리비아 내무차관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만일의 충돌 사태에 대비해 산타크루스 주에 경찰 치안 병력을 투입할 것"이며,"주민투표는 선거법원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불법행위"라며 주민투표가 연기 또는 취소돼야 한다는 볼리비아 연방정부의 기존입장을 재확인 했다.
볼리비아 외무, “미국 개입 말아야”
26일 다비드 초케우안카 외무장관도 "주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유혈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민투표에서 자치권 확대안이 통과되더라도 결코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아울러 볼리비아 정부는 이런 자치권 확대 요구가 사실상은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함께 남미 내 좌파 정부를 주도하고 있는 선주민 출신의 에보 모랄레스 정부를 뒤흔들기 위한 시도라고 보고 있다.
다비드 초케우안카 외무장관은특히 미국 정부에 대해 "볼리비아의 법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개헌안 국민투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해 볼리비아 정국혼란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산타 크루스, 주 자치권 확대 주민투표 강행...개헌에 정면으로 도전
산타크루스 주는 베니, 판도, 타리하 등과 함께 볼리비아 동부에 위치해 있다. 동부는 가스 등 천연 자원과 비옥한 토지가 집중되어 있어, 에보 모랄레스 정권 이전에도 독립을 계속 요구해 왔다.
이번 주민투표의 핵심은 볼리비아 동부에 집중되어 있는 천연 자원과 비옥한 토지에 대한 통제권을 그 동안 혜택을 누려왔던 야당 세력이 쥘 것인지, 아니면 선주민 출신의 모랄레스 정부가 쥘 것인지의 문제다.
산타 크루스 주민투표로 주 정부의 자치권 확대가 결정된다면, 그 동안 모랄레스 정부가 개헌 내용으로 추진해왔던 사유지 소유 제한 및 천연자원에 대한 정부 통제 강화 등과 정면으로 부딪히게 된다. 아울러 개헌을 통해 전체 국민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선주민들의 자치를 강화한다는 정부의 의지 및 그 가능성도 정면으로 도전받게 된다.
이런 갈등을 반영하 듯 이번 달 초에 산타크루스 주정부가 "지출 및 투자 등 주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금융 정보를 연방정부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지 보름 만에 모랄레스 대통령이 25일 산타크루스 주정부가 운영하는 은행계좌 운영 및 금융자산에 대해 동결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산타크루스 주지사의 해명으로 하루 만에 철회되었다.
대두, 식용유 업자들, 수출 제한 조치에 반발
천연 자원 및 비옥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부유층을 대변하고 있는 야당과 모랄레스 정권간의 갈등은 올해 초 기초 생필품 물가가 급등하면서 더욱 고조되어 왔다.
에보 모랄레스 정부는 식료품 부족을 해소하고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식용유, 옥수수, 쌀, 육류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미국 및 페루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 대규모 대두 및 식용유 생산업자들을 포함해 기업들은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를 거스르며 노골적으로 모랄레스 정부에 불만을 표시하는 한편, 생필품 부족을 야기해 정부에 대한 불만을 유도하는 등의 행동을 취해왔다.
개헌안에 포함된 토지 개혁도 야권의 불만 중하나다. 4월 9일에는 대토지 소유자들과 그 지지자들이 산타크루스와 라파스, 코차밤바 등을 잇는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시위에 나섰으며, 애초 24시간으로 계획되었던 시위는 18일까지 약 10일간 지속되었다.
작년 11월에도 개헌과 수도이전을 둘러싼 야당 지지자들과 모랄레스 지지자들 간의 충돌로 3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을 입은 바 있으며, 12월에는 개헌안이 야당 의원이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되기도 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극단적인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야당이 장악하고 있는 산타크루스를 비롯한 4개주 주지사와 합동위원회를 설치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4개 주가 주 정부의 자치권 확대를 위한 주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자 3월 7일 선거법원은 주 정부가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산타 크루스에 이어 6월에는 베니, 판도, 타리하 등 동부의 부유한 주들에서도 주 정부의 자치권 확대를 위한 주민투표가 예정되어 있어 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