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 사분의 일에 해당하는 1천81만 명의 개인정보가 옥션에서 대규모 유출되고, 곧이어 하나로텔레콤에서 8천5백만 건의 개인정보가 무단 이용된 것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출 피해자들이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해 주목된다.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인권시민단체들은 오늘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행정안전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등록번호 변경 청구를 행정안전부 민원실에 접수하는 한편, 개인정보보호법의 시급한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주민등록번호 발급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현재의 사태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표방하고 있는 아이핀(인터넷 개인 식별번호) 의무화 정책도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아이핀이 또다른 주민등록번호에 불과하다는 것.
"내 주민번호 언제 어디서 이용될지 전전긍긍... 심한 불안감"
이에 따라 "우선 주민등록번호 조합방식을 바꾸어 원하는 사람에게 주민등록번호가 변경 발급될 수 있어야 하고, 주민등록번호의 민간 사용이 즉시 금지되어야 하며 장기적으로 주민등록번호는 해당 목적 내에서만 사용되는 목적별 번호로 대체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경배·최준영 씨 등 옥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8명, 김영홍·오병일 씨 등 하나로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2명은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주민등록번호 변경 청구서'에서 "주민등록번호는 유출되면 개인의 모든 정보가 얼마든지 유출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나 사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주민등록번호 제공에 응해 피해를 당했으나 구제가 요원하다"며 "앞으로도 불법적 이용이 가능함에 따라 심각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 행정안전부가 담당하는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청구 이유를 밝혔다.
청구인들이 변경을 희망하는 주민등록번호의 형태는 의미가 부여되어 있지 않은 번호다. 현행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생년월일, 성별, 지역을 표시할 수 있는 13자리의 숫자이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의 요구는 곧 개인정보의 공개를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
이들 피해자들은 행정안전부의 변경 청구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진행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인권단체들도 이후 관련 소송과 네티즌 행동을 비롯해 17대 국회에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